나이 오십하고 몇년을 넘기고 보니 몸이 하나둘 노쇠의 증세를 보이고 고장이 나기 시작합니다. 팔다리 어깨 허리 무릎, 어디 안 아픈 데가 없고 앉을 때 아이구구, 설 때 아이구구 입에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옵니다. 평생을 괴롭히던 불면증은 더욱 심해졌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잠 안 오면 벌떡 일어나 컴퓨터앞에서 온갖 사이트를 섭렵해가며 지식의 장을 넓혀갔는데 요즘들어서는 그마저도 못해요. 컴퓨터화면을 조금이라도 오래 들여다보면 눈이 아파서. 눈이 시어서.

아무리 운동해도 아랫배 웃배의 살, 그리고 팔뚝살은 갈수록 우람해져가고 허리는 두리뭉실, 어깨는 둥그스럼, 뭔가가 자꾸 둥글둥글 공 비스무리한 몸매가 됩니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여지껏 잘 입던 옷들이 하나도 안 맞아요.  체형이 변해서인 것 같아요. 물찬제비처럼 날렵하게 보이기에 죽어도 신어야했던 '킬힐'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킬힐을 계속 고수하다간 무릎 발목 나가게 생긴 걸.

얼굴의 변화에 대해선 말을 말아야 해요. 주름살주름살주름살. 잡티잡티잡티.  처져처져처져. 내려앉아내려앉아내려앉아.게다가 노인들의 상징인 검버섯까지. 없는 살림에 비싼 화장품 사서 아침저녁으로 처덕처덕 많이많이 발라봤자 자고 일어나서 보는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초라하고 늙스구레하고 비루한 중년 아짐매 모습.

노화를 직접 확인하면서부터는 거울을 멀리합니다. 사진찍는 걸 멀리합니다. 거울보다가, 사진보다가 까닥하다간 우울증 걸리게 생겼는 걸. 이러저러한 신체의 노화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머리카락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

얼굴의 노화야 화장품으로, 극단적으로는 수술로 당기고 부풀려올려 조금은 늦출 수 있다지만, 몸의 변화야 더 빡세게 운동하고 밥을 굶으면서 조금은 효과를 볼 수 있다지만 머리카락 빠지는 것은 답이 없어요. 샤워할 때 빗을 때 머리 묶을 때 손바닥 안에서 한 웅큼씩 쥐어지는 빠진 머리카락. 어떤 땐 가만히 있는데도, 정말로 아무짓도 안 하는데도 머리카락이 우수수 어깨위로 떨어져요. 추풍낙엽처럼.

한번씩 배큠을 할 때마다 롤러에 미친듯이 감겨있는 내 아까운 머리카락! 정말로정말로 눈물이 저절로 나고 한숨이 저절로 납니다. 휑한 정수리 부분을 보면 정말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머리카락을 더 이상 안 빠지게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어요오오오! 좋다는 샴푸, 약 다 먹고 발라봐도 이 탈모는 안 되어요. 세상없어도 안 되어요. 이 세상에 딱 하나의 불치병이 있다면 이 탈모가 아닌가하는 비참한 생각이 듭니다. 이 머리빠지는 문제는 세상 떠난 예수님이 살아 돌아온대도 안 되는 같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에에에! 드디어 마침내 이제야 가까스로 비법을 발견했습니다. 100% 확신할 수 있는 탈모치료법! 한 지인을 통해서입니다. 몇년 소식이 끊어졌다 우연히 다시 인연을 이어가게 된 일흔 가까이 된 여자분. 머리카락이 아마존 정글같습니다. 하도 숱이 많아서 가르마가 안 보일 정도.

당연히 물어봤죠. 탈모가 생기고부터 남의 머리카락에만 유독 관심이 가는 내가 그냥 넘길리가 있나요?

세상에,듣고보니 뭐 비법이랄 것도 없네요.  머리 감을 때  그냥 소금물로 휑궈내는 것, 그게 다입니다.

샤워하기 전. 일단 큰 컵에 굵은 소금을 넣고 물을 부어 녹게 둡니다. 평소에 하던대로 옷 벗고 샤워실에 들어서 양치하고  머리 감습니다.  감은 머리 위에 녹은 소금물을 부어서 골고루 스며들게 합니다.  눈에 소금물이 들어가면 따가울 수도 있으니 꼬옥 감으세요. 그리고 천천히 몸을 씻으세요. 골고루 씻으세요. 3, 4분이 지났습니까. 이제 됐습니다. 머리 헹구세요. 소금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린스 쓸 사람은 쓰세요. 안 쓰는 사람은(나는 기껏 머리에 스며든 소금기가 린스의 화학기랑 섞일까봐 안 썼어요. 희한하게 린스를 안 써도 빗이 머리카락이 내려갈 만큼 매끈거려요)이제 몸과 머리를 말리세요.

끝!

이렇게 사나흘 하니까 머리카락 빠지는 숫자가 눈에 뜨이게 줄어요. 일 주일후엔 확연하게 알 수 있어요. 더 이상 우수수하던 머리가 안 빠진다는 걸. 손가락으로 마구 훑어내려도 서너개, 많아봐야 예닐곱개. 예전엔 한 웅큼이었어요. 머리 훑어내리고 손바닥을 확인하는게 두려웠더랬어요.

이 좋은 소식을 혼자만 알 수 있나. 동네방네 소문냈지요. 엄마야, 소금요법을 써 본 사람들 모두 효과봤답니다. 내가 얘기 해준 사람들 100%다요! 자, 이제는 우리 이계숙칼럼 팬들 차례입니다.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탈모 고민하는 독자님들, 얼른 부엌으로 가 보세요. 소금 있나 찾아보세요. 없으면 빨리 한국마켓으로 출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