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이란 글을 읽었다. 별거 아니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중요한 일은 주로 아침에 하고 이 메일은  금방금방 체크한 후 바로 답장을 보내고 신문을 반드시 읽는 것이었다. 난 또 엄청난 게 있는 줄 알았네. 

나도 평소에 늘 하는 일들이다. 나야말로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고 아파죽어도 운동은 빼먹지 않고  이메일은 5분 단위로 확인한 후 그 자리서 답장하고  구석의 작은 광고까지 샅샅히 훑으며 매일 신문을 읽는다.

젠장, 그런데 나는 왜 성공하지 못하고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있을까.

성공한 사람이 주위에 단 한 명도 없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내 직장에 많기에 그들의 습관은 어떤 것인지 관찰할 수 있다. 차가 없어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느라 출근시간이 2시간 걸린다는, 그리고 아파트 방 한 칸을 얻을 돈이 없어 남의 집 거실에 커튼을 쳐놓고 산다는 가난한 사람들.   

그들의 특징은 허튼 데다, 굳이 돈을 안 써도 될 데다  잘 쓴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나가서 점심을 사먹고 아침마다  비싼 커피 전문점의 커피컵을 (하다못해 패스트 푸드점 커피, 아니면  편의점 커피라도) 사들고 출근을 한다. 회사에 공짜 커피도 있고 집에서 만들어 마셔도 될 텐데 커피사는데 몇불을 아낌없이 쓴다. 몇불이 모여 몇십불, 몇백불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지.

또한 석달 동안 두번 이상 결근하면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회사의 규칙을 따르지 못한다. 그래서  보너스는  생전 구경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늘 돈 없다고 징징거린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성공한 사람들일까.

명예와 지위가 높은 사람들, 사업을 크게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 그래서 궁전같이 큰 집을 소유하고 고급차를 굴리는 사람들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나 역시도 그렇게 물질적인 잣대로 성공한 사람들을 재면서  무슨 복이 많아 저런 성공을 했을까, 부러워하고 배 아파 했었다.  아울러 무슨 편법을 썼어도 썼겠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 하고 은근히 그들을 폄하하고 비하하려 애썼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가고 있는 지금은,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걸 자주 느끼며 사는 지금은  물질적인 성공은 다 흘러가는 구름같이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성공한 사람이 진짜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며칠전 한 결혼식에 갔었다. 한 사람 주위로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모여들어 인사하고 악수하면서 반가와 한다.  또 다른 한 사람한테는  사람들이 눈 조차 안 마주치려 하고 슬슬 피해 다닌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시간.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들썩하게 밥을 먹는다. 

첫 번째 사람들 옆으로는 바늘 하나 꽂을 틈없이 사람들로 빡빡하다. 그러나 역시 두 번째 사람은 혼자다. 자기도 민망한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녀의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 귀에 매달린 진주귀걸이가 불빛을 받아 쓸쓸하게 빛난다. 이 동네 산지 30년이 넘었고 나름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는 사람인데  평소에 어떤 인간관계를 맺었길래 저럴까.

K씨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겼다는 유언이 참 숙연하다. 멀리 있는 형제나 사촌들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과 친구에게  잘하고 충실하라는. 그래야 말년의 삶이 외롭지 않을 거라는.

별로 유식하지 못했다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그 말이 진짜로 진리라는 걸  살아보니 알겠다.     

부와 명예와 지위가 있다한들  혼자 외돌톨이로 지낸다면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나.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고 슬프고 힘들 때 손 잡아주는 사람이 옆에 없다면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살아서는 진실하고 참된 친구가 많은 사람이, 죽어서는 ‘그 인간 속시원하게 잘 죽었다’가 아니라 ‘조금 더 살다 가지’하고 애통, 애석해 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라면 성공한 인생을 산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성공했다. 내 옆에는 그런 좋은 친구,정다운 친구가 세 명이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