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이 어울려 한인이 운영하는 갈비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운동장같이 넓은 주차장에 차가 빽빽할 때 짐작했었지만 안에 들어가니 빈 테이블 하나가 없다.  로비엔 테이블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아이고,  예약 안 했더라면 큰일 날 뻔 했구나. 마냥 기다릴 뻔 했구나....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내쉬어졌다.

자리를 잡고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며 내가 말했다.

“와아, 이 집 대박 터졌네. 돈 엄청 벌겠네”

 식당을 경영한 경험이 있던  W씨가 대답했다.

“이 정도 손님이면 하루 2만불 매상은 식은 죽 먹기지. 이것저것 경비떼고도 순이익이 3천불정도는 될 걸?”

 W씨 말에 내 입이 딱 벌어졌다. 세상에, 3천불씩이나! 내가 꼬박 한 달을 일해야 겨우 받을까말까한 액수를 하룻저녁에 벌어간다는 말 아니냐!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자고 있던 내 놀부 심술이 작동을 시작한 것이다. 흥, 누구는 좋겠네. 하룻저녁에 몇천불 매상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를 테니....

그러다가 그 식당이 문을 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험하고 가파른 길을 지나서 간신히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그동안 고생한 댓가를 되돌려받을 차례였다. 엄청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투자를 했으니 배(倍)로 회수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배  아플 일이 아니었다.

요즘은 회사 주차장이 공사중이라 차를 댈 수 없다. 할 수 없이 회사 근처  공터에 차를 대고 한참 걸어야 하기에 일찍 집을 나선다.  서둘다보면 너무 일찍 집에서 나올  때도 있는데 그럴 경우엔 고속도로를 안 타고 로컬 길을 이용한다.

회사로 가는 로컬 길인 ‘폴섬 블라바드’에 지인이 운영하는 큰 일본식당이 있다. 아는 사람 식당이니 나도 모르게 운전하면서 한 번 쳐다보았는데 그 이른 시간에 주인 차가 있는 걸 발견했다. 처음엔 생각했다. 흠, 어쩌다가 한 번 일찍 나온 거겠지. 그랬는데 한 번이 아니었다. 지날 때마다 어김없이 주인 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 아침 일찍 홀로 세워진 주인의 차, 그 차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우리 안 보는 데서, 모르는 데서 주인도 열심히 일을 하는구나. 그저 돈을 버는 게 아니구나….

주인은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다. 갈 때마다 우리랑 같이 얘기하고 어울리고 놀기만 했으니까.  설렁설렁 왔다갔다하면서  종업원이나 관리하고 영업마친 후 매상만 챙기면 ‘땡’ 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주인을 많이 부러워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도'  돈을 버는 그가 그야말로 최고의 직업, 꿈의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 성공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데서 남다른 노력을 한다. 그 성공을 쉽게, 그저 이룬 게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보통 과정을 보지않고 결과만 본다. 결과만 가지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이러니 저러니 쉽게 폄하한다. 그 성공을 이루기위해 기울인 피나는 노력과 흘린 눈물은 간과한다.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 겪은 갖은 고초와 고난은 헤아리지 않는다.

고요한 수면위에  평화롭고 한가하게 떠 있는 오리도 사실은 물 밑에서 쉬임없이 갈퀴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