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의 ‘내 남편은 바보인가’를 읽고 주위에서 말했다.

"으와! 이계숙이란 사람 참 대단하네! 글 읽는 사람이 속이 다 터질 상황인데도 잔소리 안 하고 싸움 안 하고 ‘눈에 안 들어온다는 걸 어쩌노’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걸 보면. 정말로 대단해!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암, 보통사람 아니고 말고.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해심 많고 하해같이 넓은 아량을 갖춘 사람이다. 그런데 가까운 몇몇 사람들한테는 아니다. 반대로 ‘찍혀 있다’.  

 D씨는 나를 아주 별나고 유난떠는 사람으로 치부한다. 언제 한번 내가 마구 까탈부리는 걸 본 후부터란다.

상황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대여섯명이 밥을 먹으러갔다. 워낙 바쁘고 번잡한 식당이라  일행 중 한 사람이 미리 자리를 예약해놨단다. 가 보니 예약한 자리라는 게  메인 복도 바로 옆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우리 테이블을 다 기웃거릴 수 있는. 오가는 사람들의 신발에서 생기는 분진이 풀풀 날릴 것 같은. 거기까지는 괜찮다. 테이블 뒤에 큰 실내폭포가 있어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 할 정도로. 뿐만 아니라 분무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작은 물방울이 우리있는 데까지 튀고 있다. 밥값이 보통 비싼 식당이라야 대충 넘어가지. 인상을 팍 쓰면서 나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불만을 터트렸다.

“이런 데서 어떻게 밥을 먹으라고? 당장 자리 옮겨달라고 해요!”

 지난번 한국갔을 때  막내동생이 말했다.

“누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보살이네, 보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지 않고 까탈을 부리는 내가 부담스럽고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자기같으면 절대 내 옆에 못 있겠단다. 나 까탈부리는 꼴 보기 싫어서 벌써 떠나버렸을 거란다.

어떻게 그냥 넘어가나. 동네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보소. 식당에서  립스틱 자국이 그대로인 물컵을 바꿔달라했는데, 끈적거리는 테이블을 다시 닦아달라 했는데, 신발 벗고 들어가는 한 식당의 방구석에 더러운 걸레가 처박혀있는 걸 보고 밥 먹지말고 도로 나가자고 했는데 동생은 이게 까탈이란다.  

아랫동네의 한 지인도 나를 ‘까칠이’로 부른다. 대충 넘어가도 될 일을 일일이 걸고 넘어진다나. 아무것도 아닌 일에 카탈부려 주위사람 불편하게 한다나.

 사실 내가 까탈을 부리긴 부린다. 아무데서는 아니고 식당에서만.

나는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다. 뒤에서 누가 내 흉보고 모함했다는 얘길 들어도, 내 외모로 안주거리를 삼아도 그냥 웃는다. 쌍심지 켜고 따지려들지 않는다.

그런데 식당안이 청결하지 않거나 분위기가 산만하고 어수선하거나 종업원의 태도가 무례하고 태만하면(음식맛이야 각자 입맛이 다르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못 참는다. 굶을 망정, 아니면 나가서 싸구려 햄버거를 사먹을 망정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주인 불러 바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그냥 나온다.

 요즘 음식값이 보통 비싼 게 아니다. 음료수랑 팁을 합치면 일인당 2,30불이 훌쩍 넘는다. 돈 쓰면서(누가 돈을 내든간에)밥 먹으러 갔으면 최대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아야하지 않는가. 그런데 ‘청결’이라는 첫째 기본도 못 지키는 식당이 얼마나 많은지. 미소는 고사하고 누구랑 대판 싸운 사람처럼 입을 한발이나 내밀고 있는 종업원들이(특히 한국식당)얼마나 많은지. 바쁜 건 저희들 사정이고 주문하는 것 조차 하염없이 기다리게하는 식당은 또 얼마나 많은지. 돼지죽처럼 뒤죽박죽 쏟아부은 잔반이 그대로 노출된 더러운 플라스틱통을 한창 식사중인 손님 앞으로 태연히 끌고다니는 식당이 얼마나 많은지.

  내 ‘카탈’이 당장은 식당주들에게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선과 발전에는 이런 까탈스런 손님도 좀 필요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