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어머니를 싫어하십니다. 혼자 되셔서 키운 외아들을 제대로 된

집안과 결혼시키고 싶어하셨지만 어머니때문에 아버지가 고아인 어머니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그 아들마저 잃을까 두려웠던 할머니는 두분의 결혼식을 말없이 지켜보셔야만 했습니다.

흔한말로 어머니의 시집살이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나를 낳고도 제대로

쉬어 보지 못하셨다는 어머니. 그래도 말 한 마디 없이 그 힘든 시집살이

다 견뎌내시던 어머니,

헌데 그 대쪽같고 끄떡없으실 것 같던 할머니가 쓰러지셨습니다. 띄엄띄엄 말씀은 하시지만 거동도 불편하신 할머니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실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모진 시집살이에 할머니가 미울만도 할텐데 어머니는 여전히 할머니의 시중을 말없이 다 들어드립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 궁금했습니다.

“너..는 내가 밉..지 안…니?”

한마디 한마디 말씀하시기 힘드신 할머니가 어렵게 말문을 여시며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할머니를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조용히 대답하셨습니다.

“저도 사람인데 왜 어머님이 밉지 않겠어요.”

“근.. 데 왜… “

할머니의 물음에 어머니는 따뜻한 표정을 지으시며…

“왜 잘해주는지 궁금하신거죠.. 어머님 저 진짜 많이 힘들게 하셨는데....

알아요….

근데요 제가 어머님 아들을 너무 사랑하나봐요.. 부모없는 저한테 어머니도 생기게 해주고 가족도 만들어 주고..... 아무것도 없던 제게는 어머님과

그 사람 그리고 저희 아이들은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걸요..  

어머님한테 말씀 안드렸죠.. 시집살이가 맵다고 해도 그래도 어머님과

말 섞고 사는 이시간이 전 넘 좋아요.. 그리고 보니 어머니한테 미운정이

들은 모양이예요--- 제가 어머님께 잘 해드리는 것이 보기 싫으시면

어서 건강해 지세요. 그런 모습 어머니한테는 어울리지 않아요.

어머니는 호통칠때가 오히려 보기 좋으세요.”

할머니는 어머니의 말씀에 어느새 흘러나오는 눈물을 애써 감추려고

고개를 돌리시고 말씀하십니다.

“못…된 것---.”

하지만 그 말속에는 그 동안 어머니한테 모질게 하신 할머니의 사과가

담겨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저희 친정엄마는 20대초에 식구가 8남매나 있는 집에 시집을 오셨습니다.

둘째 며느리긴 했지만 큰집이 70년대 미국 이민을 오면서 맏며느리의 역활을 다 떠맡아 하셔야 했고 밑으로 동생 여섯을 다 결혼 시키고 자리잡게

도와주었지만 저희 할머니는 항상 못마땅해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갈고 닦고 애써도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을 끝낼때 돌아온 말은

죽일년…

시집은 다 그런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헌데 남편을 만나고 그의 가족을 만나고 모든 시집이 다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 글은 5년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실때 쓴 글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산 세월이 그만큼이면 이해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서 적어보았던 바램에서 나온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