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기 - 그냥 여행과의 차별화된 점과 한달살기 팁

혼자 낯선 여행지에서 한달을 사는 일이란, 주말동안 어디 다녀올까 하고 일어서는 가벼운 마음하고는 결이 다르다. 제아무리 로망의 제주지만 바다를 건너야 하는 공간적 단절감과 가족과 떨어지는 물리적 고립감이 선뜻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 혼자서 낯선 곳에서 다치면? 길을 잃으면? 나쁜 사람을 만나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가방을 싸려던 손은 다소곳 해진다. 나 역시 부친상이라는 촉매제가 없었다면 감행할 수 있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하니 별 것 아니었다. 제주도 한달 살기는 내 생에서 꼭 다시 해라해도 하고싶은 일중 하나로 남았다. 누구에게나 해보시오, 권하고 싶은 삶의 이벤트다. 머물 곳을 알아보고 날짜를 고르고 한달동안 꼭 필요한 물건을 세심히 골라 짐을 싸고… 별 것 아닌 일도 참 특별하게 인생에 담긴다.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고픈 분들께 참고가 되실까 해서 여행 블로그처럼...

 

나는 3월 24일자 비행기왕복 티켓을 2만원 남짓에 구입했다. 3주 지나 평일동안 방문한 딸아이는 6만원, 주말을 낀 남편의 항공료는 10만원이 넘었다. 이런 소소한 액수 차가 모이면 큰 차액이 되므로 비용은 얼마가 든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계절별로 차이도 있다. 내 경우는 3,000불 정도 들었다. 숙소는 스튜디오를 빌려서 백만원 남짓, 입장권을 내는 곳은 두 번 방문해서 총 2만원 정도 사용했다. 이외는 온통 식비와 교통비다.

 

준비하는 동안 최우선으로 고려한 사항은 안전이었다. 탈피하고 싶었던 고층건물에 입주한 이유는 익숙한 주거형태가 주는 안정감이 안전감과 연결되어서 그리 됐다. 나는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힐링이 목적이었으므로 한 곳에 머물렀고, 덕분에 숙박비가 할인되었지만 곳곳을 여행하고 싶은 경우라면 일주일씩 혹은 이주일씩 서귀포시와 제주시에 머물러도 좋을 것이다. 나는 7평의 공간안에 부엌과 세탁기가 구비되어 있어서 한달살이에 불편함이 없는 곳, 뚜벅이로 지낼 계획이어서 대중교통과 장보기에 인접성이 좋은 곳을 계산에 넣었다.

 

숙소에는 수건과 비누, 샴푸, 세제와 휴지와 물 등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집에서 가져올 것과 현지에서 살 것을 구분하면 좋다(곳에 따라 구비된 경우도 많다). 한달이므로 모든 것을 간소화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 휴지, 냅킨, 크리넥스, 키친타올 등을 대체할 수 있는 크리넥스를 전방위로 사용하고 양념은 야채와 과일을 씻을 때 사용할 식초만 샀다. 소금은 조금 있으면 좋다. 구운 달걀과 감자 등을 찍어 먹을 때 유용하다. 삼겹살을 구워 기름을 모아두면 라드가 되므로 계란 프라이 등 필요할 때 사용했다.

 

제주하면 은갈치와 흑돼지! 식당에서 꼭 동행이 필요한 대표적인 메뉴다. 1인분만 팔지 않는다. 흑돼지는 조금씩 마트에서 사서 구워 먹다가 한번은 반찬과 된장찌개와 상추, 무채 등과 함께 먹고 싶어서 식당에서 2인분을 시키고 남은 것을 싸가지고 왔다. 갈치는 식당이 현저하게 비싸므로 시장에서 엄청나게 크고 도톰한 은갈치 한 마리를 샀다. 오일장이 파장할 무렵에 갔더니 10만원 짜리를 5만원에 살 수 있었다. 한번 먹을 양으로 소분해서 보관해 두고 야금야금 꺼내 먹었다. 대부분은 삼겹살 구운 팬에 구워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전자레인지로 가열했는데 살이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았다. 일부는 친구가 올 때 다대기를 만들어와서 감자를 깔고 파를 듬뿍 넣어 조림을 해먹었다. 무가 시원하지만 쓰고 남은 무보다는 감자가(쪄먹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으므로 감자를 샀다.

 

오일장에 가면 됫박으로 곡물을 파는 코너가 있는데 쌀과 너댓가지 잡곡을 섞고 콩도 사면 잡곡밥을 해먹을 수 있다. 김치와 볶음멸치, 달걀과 두부, 오이와 고추장, 야채와 드레싱, 우유와 두유, 빵과 귤잼… 등등을 구비해서 끼니마다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했다. 가끔씩 몸국이나 보말 칼국수, 고기국수, 흑돼지 두루치기 등 제주음식을 파는 식당을 이용하면서 제주의 향취와 맛을 음미했다. 한창 천혜향이 제철이더니 카라향이 뒤를 이었다. 노지귤, 하우스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낑깡, 카라카라… 종류도 다양한 새콤달콤 감귤류는 제주의 맛이요 멋이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구경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오는 스케줄이 보편화된 하루하루를 살았다. 피곤한 날엔 집 근처 오름과 올레길, 바다만 돌아도 하루가 여행이 됐다. 메릴랜드 살 적에 30분 달려 워싱턴 DC에 가면 온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과 마주쳤다. 그때의 느낌과 집주변을 산책하면서 배낭을 메고 지도를 참조하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관광객을 마주하는 감회는 같았다. 여유로움… 가끔 길을 묻는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해줄 때, 나는 매일이 여행이지만 발바닥에 불나는 일이 없구나… 생각했다. 해보면 알게 된다. 며칠 혹은 1,2주 여행과 한달 살기의 확연한 차이점을… 비가 와도 비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고, 오히려 비에 젖은 제주를 음미할 수 있는 마음… 무언가 가진 자의 넉넉함을 체험하며 느끼는 신비가 여유로움의 산물이었다.

 

제주에 흐드러진 멋진 카페중 한 곳



석양무렵의 협재해변(왜 사진 사이즈가 작은지??)

본태 미술관(아름다운 미술관)곳곳에 펼쳐지는 해녀들의 맛집, 막 따서 바로 대접을... 어찌 저런 곳에서 먹거리 향연이 펼쳐지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광경길가다 향기에 화들짝 놀라 한참을 옆에서 서성였던... 이토록 아름다운 꽃향이 감히 어디에 또?도로변에도 이토록 어여쁜 꽃이 마구 피다!서귀포 치유의 숲 - 정말 걸으면서 치유가 되더라올레길 표식, 주황색은 귤을 파랑색은 바다를 의미한대요수국밭에서 발견한 꽃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