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여 좀 바뀔래요? – 내가 그의 이름을…

경기도 한 마을에서 동네 남정네들이 모였다. 50대도 있고 60대도 있고 7,80대도 있으려나? 오랜 동안 그 마을에서 살았던 유지도 있고 정년 퇴임을 하고 2,3년 전에 이사 온 퇴직자도 있고 자연이 흐드러진 마을에서 가을만 즐기러 온 부자도 있다. 그 모임에 40여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 돌아온 한 남자가 끼게 되었다.

남자는 사람들을 여러차례 만났지만 그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했다. 대신 그들이 예전에 지점장을 지냈고 총장님이었고 현재 건축가이고 농부이고 화가…인 사실은 다 알았다. 남자는 슬펐다. 부모님이 지어 주신이후 일생동안 ‘나’를 대표했던 이름은 평범한 사람에게만 남고 사회적 직책이 높은 사람은 직책으로 불리우는 현실이 슬펐다.

그런 사회… 직장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며 직책으로 부르는 관습, 조선시대 반상제도에 길들여진 계층간 구분이 2018년 현재에는 이런 행태로 잔존하는 것일지도… 제일 꼴불견인 사례는 아내(남편)나 어머니가 사회적으로 이룬 남편(아내), 자식의 성공이 자랑스러운 나머지 이름 대신 직책을 부르는 경우다. 남들 들으라는 소리인 것이다. 남 눈에 살고 남 눈에 죽는 인생, 참 위태롭다. 그 직책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는 죽고 그보다 낮은 직책 앞에서만 살아나는 호칭, 거기엔 절대적인 가치가 없다.

이름은 다르다. 이름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에게나 똑 같은 의미로 존재한다.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은 오롯이 그 사람으로 존재한다. 얼마나 훌륭한가는 이름으로 판가름 난다. 이순신, 김유신, 유관순, 김구… 실제로 훌륭한 사람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직책을 남기지 않는다. 같은 직책을 가졌어도 훌륭한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즉 직책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훌륭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여. 직책을 부르지 말고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덧붙여 누구의 엄마나 아빠가 아닌 내 이름으로 존재하자.) 

이름을 부르면 모두 진정한 자신이 되고 평등해 진다. 진실되고 평등한 사회만큼 좋은 사회는 없다. 좋은 직책을 가진 사람에겐 좀 손해란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그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면 그런 생각을 가질 리 없다. 사람은 인권으로 존중되고 인격으로 존경을 받아야지 사회적인 파워와 돈과 위치로 관계설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남자는 자신의 낯선 슬픔을 이야기 했고 덕분에 좋은 사람들은 프레임에 갇혀 진리를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다. 이후 총장님이 사라지고 **형이 나타났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어 서로에게 꽃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성숙한 사회를 만든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