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을 향해 청주상주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자꾸 소설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세상이 온통 희뿌연데다 달리는 길이 산줄기에 에워싸여 있었고 또 내가 소설 속 윤희중처럼 버스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융숭한 안개는 상상으로 만들어내야 했는데 사방에 안개 대신 미세먼지가 그득한 탓이었다. 일체유심조라, 해골속 썩은 물도 시원한 자리끼로 여길 수 있는 것이 마음의 농간이니, 나는 눈을 감고 아, 이 상큼한 가을...... 이라고 거듭 암시를 걸었다. 한국은 지독한 미세먼지에 휩싸일 때가 있는데 정말 미세먼지는 못말릴 대기오염으로 기침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관광버스에 오른 이유는 그 옛날 사이다와 김밥을 들고 떠난 소풍의 재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다. 소풍이라…... 이게 얼마만인가 말이다 (나는 인근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때문에 찜찜해 하는 나와는 달리 어림잡아 6,70명 정도 되는 중노년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화소와 희희낙락이 들어 있었다. 끼리끼리 앉아서 피워올리는 수다가 마치 수학여행길같기도 했다. 속리산에는 10 월 중순에 걸맞는 풋풋한 가을이 도처에서 단풍이라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누차 탄복하지만 알베르 까뮈의 말은 맞았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