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8일
지난주 금요일 이곳은 비가 내렸다.
학교 행사로 등교를 하지 않은 랄라와 오랜만에 단둘이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아주 행복했던 날이기도 하다. 평일인데 이렇게 랄라와 함께 있으니 그 기쁨이 두 배! 거기에 유리창을 후드득후드득 두드리는 가을비까지! 스톰이 출근을 하고 나서부터 랄라와 같이 그림도 그리고, 랄라가 보고 싶어 했던 포케 몬스터 영화도 보고, 해리포터 레고도 완성하고, 이날은 점심도 파격적으로 거실에서 DVD를 보면서 먹었다. 그리고 오후에 우리 모녀의 비 오는 날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우리 세 식구는 모두 물을 좋아한다. 우리는 바다를 좋아하고, 수영을 즐겨하고, 비를 음미하고, 거품목욕도 사랑하고, 심지어는 먹는 물도 남들보다 두 배는 마시는 것 같다. 여하튼 그러다 보니 비만 오면 무슨 축제라도 열린 것처럼 소소한 이벤트를 갖기도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장화를 신고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마구 뛰면서 놀기,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산책하기 등이 있다. 어려서부터 랄라를 맘껏 빗물과 함께 놀게 해 줬더니, 으레 비가 오면 랄라는 우비와 장화를 준비해서 앞장서기 바쁘다. 이날은 우리 모녀 단둘의 데이트. 랄라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 행복과 애잔함이 순간적으로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듯한 느낌. 비 오는 날 랄라를 꼭 안아줄 때 느껴지는 촉촉함 속의 온기. 이런 경험은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지 않나 싶다.
이번 주부터 랄라의 사진과 동영상을 새 노트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릴 적 랄라의 사진을 보면 난 왜 자꾸 눈물이 날까. 토실토실 아기 돼지 같던 랄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공부는 뒷전이고 집안일도 뒷전이고 자꾸만 자꾸만 그 시절의 랄라와 머물고 싶어 진다. 랄라의 사진 한 장, 랄라의 옹알이 소리, 작은 움직임조차 나에게는 귀중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꼭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이렇게 한 생명채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넘쳐나는 랄라를 향한 애정을 감당할 수가 없다.
요즘 들어 우주에 관심이 많은 랄라에게 스톰이 자신은 원래 안드로메다에 살던 왕자였다고 말해주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다.
랄라: 아빠, 랄라는 어디서 왔어요?
스톰: 랄라는 아빠랑 같이 안드로메다에서 왔지.
랄라: 그럼 엄마는요?
스톰: 엄마는 다른 별에 살고 계셨어.
랄라: 그럼 랄라가 아빠랑 안드로메다에서 살다가 비행기 타고 엄마 뱃속으로 들어간 거예요?
2007년 10월 18일
지난주 금요일 이곳은 비가 내렸다.
학교 행사로 등교를 하지 않은 랄라와 오랜만에 단둘이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서 아주 행복했던 날이기도 하다. 평일인데 이렇게 랄라와 함께 있으니 그 기쁨이 두 배! 거기에 창밖을 후드득 두드리는 가을비까지... 스톰이 출근을 하고 나서부터 랄라와 같이 그림도 그리고, 랄라가 보고 싶어 했던 포케 몬스터 영화도 한편 보고, 해리포터 레고도 완성하고, 이날은 점심도 파격적으로 거실에서 DVD를 보면서 먹었다. 그리고 오후에 우리 모녀의 비 오는 날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우리 세 식구는 모두 물을 좋아한다. 우리는 바다를 좋아하고, 수영을 즐겨하고, 비를 음미하고, 거품목욕도 사랑하고, 심지어는 먹는 물도 남들보다 두 배는 마시는 것 같다. 여하튼 그러다 보니 비만 오면 무슨 축제라도 열린 것처럼 이런저런 이벤트를 갖기도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장화를 신고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마구 뛰면서 놀기,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산책하기 등이 있다. 어려서부터 랄라를 맘껏 빗물과 함께 놀게 해 줬더니, 으레 비가 오면 랄라는 우비와 장화를 준비해서 앞장서기 바쁘다. 이날은 우리 모녀 단둘의 데이트. 랄라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아이와 두 손을 꼭 잡고 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 행복과 애잔함이 순간적으로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듯한 느낌. 비 오는 날 아이를 꼭 안아줄 때 느껴지는 촉촉함 속의 온기. 이런 경험은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지 않나 싶다.
이번 주부터 랄라의 사진과 동영상을 새 노트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릴 적 랄라의 사진을 보면 난 왜 자꾸 눈물이 날까. 토실토실 아기 돼지 같던 랄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공부는 뒷전이고 집안일도 뒷전이고 자꾸만 자꾸만 그 시절의 랄라와 머물고 싶어 진다. 랄라의 사진 한 장, 랄라의 옹알이 소리, 작은 움직임조차 나에게는 귀중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꼭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이렇게 한 생명채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넘쳐나는 랄라를 향한 애정을 감당할 수가 없다.
요즘 들어 우주에 관심이 많은 랄라에게 스톰이 자신은 원래 안드로메다에 살던 왕자였다고 말해주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다.
랄라: 아빠, 랄라는 어디서 왔어요?
스톰: 랄라는 아빠랑 같이 안드로메다에서 왔지.
랄라: 그럼 엄마는요?
스톰: 엄마는 다른 별에 살고 계셨어.
랄라: 그럼 랄라가 아빠랑 안드로메다에서 살다가 비행기 타고 엄마 뱃속으로 들어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