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6일

봄학기 가장 재미있게 듣고 있는 강의는 다름아닌 "Theories of Human Developlmet." 지나온 나날들은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나날들을 계획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내가 좋아하는 수업이다. 몇년 동안 잊고 지냈던 랄라의 유아기를 이 과목을 듣게되면서 좀더 깊이있게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되돌아보니 랄라한데는 미안하지만 만약 2년전에 내게 좀더 많은 아동심리학 지식이 있었더라면 더욱 이해심 깊은 엄마가 되어 주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중의 대표적인 예로 랄라가 23개월일때 적은 나의 일기 내용을 살펴 보기로 하자.

2004년 9월8일

6:30 랄라 일어나다!

-쥬스 마시다가 소파에다 붓기
-한번 혼나고 나서 이번에는 카펫에다가 쥬스 붓기

당시 나는 랄라가 쥬스를 소파에 부은뒤 또 카펫에 붓자 내가 주의를 주어도 내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랄라는 내말을 잘 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다시 소파에 쥬스를 붓지 않고 이번에는 대신 카펫에다 부은 것이다. 왜냐? 엄마가 소파에 붓지 말라고 했지 카펫에도 붓지 말라는 말은 아직 안해줬으니까 - 미안 랄라야. 엄마가 오해했었어.

-베이글 먹다가 마루바닥에 문지르기

두 살 전후로 아이들은 뭐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라고 한다. 랄라가 베이글이 먹는 음식인지 알면서도 바닥에 문지러 본것은 아이에게는 하나의 실험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색연필로 소파에 낙서하기
-한번 혼나고 나서 이번에는 마루바닥에다 낙서하기

쥬스사건과 비슷한 경우다. 랄라는 내가 색연필로 소파에 낙서하지 말라고 하자, 이번에는 새롭게 마루바닥에다 낙서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 랄라의 호기심과 엄마의 이기적인 편견을 보여주는 예.

-화장실 변기뚜껑 닫고 올라서서 엄마 화장품 가지고 놀기
-그중 몇개는 타일 바닥에 떨어뜨리기

랄라가 본 세상을 상상해 보자. 맨날 엄마 아빠 다리, 식탁 다리만 보고 다니다가, 변기뚜껑을 닫고 올라서서 보니 얼마나 세상이 다르게 보였을까... 화장품도 아이에 관점에서 보면 냄새도 다양하겠다, 알록달록 색상도 다양하겠다, 크고 작고 모양도 다양하겠다, 얼마나 아이 눈에는 흥미로워 보였을까. 한번 두번 바닥에 떨어뜨려 보면서 랄라는 새로운 공간감각을 체험했을 것이고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청각적 자극도 받았을 것이다. - 다행이 깨지는 유리 제품은 없었음에 안심.

-엄마 몰래 욕실 문뒤에 숨어서 치약 짜서 먹고 입맛 다시기

신 레몬을 자꾸만 먹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신맛이 주는 미각적 자극때문이라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랄라가 맛보고 싶었던 민트향의 치약 또한 랄라의 미각을 자극하기에는 안성 맞춤이였을 것이다.

-우유컵에 손넣고 조물락 거리기

-한번 혼나고 나서 이번에는 위글즈 CD 위에 우유 붓기

앞서 말한 쥬스, 색연필과 같은 경우다. 엄마가 우유컵에 손을 넣지 말라고 하자, 랄라는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우유를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랄라가 제일 좋아하던 위글즈 CD 를 우유로 버려놨을때, 내가 빨리 닦아주고 음악이 다시 나오는지 틀어주었는데, 그때 랄라가 나를 바라보며 아주 행복하게 웃던 모습이다. 휴--- 이점은 내가 아주 잘한듯.

이 모든 일이 1시간 30분 동안 벌어진 일이라면 사람들이 믿을까?

두살 또래 아이들을 키워보신 분들은 모두 믿어주실 듯.

8:00 엄마는 소파 커버 몽땅 벗겨서 빨래 시작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본 랄라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을 듯 싶다. 랄라가 버려놓은 소파커버를 엄마가 벗겨서 빨고, 엄마가 빨래를 시작하면 랄라랑 당분간 못 놀아주게 되고, 그러니까 다음에는 소파 커버에는 낙서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아직도 미스테리!

9:30 두시간 전에 타놓은 커피를 이제야 부엌에서 발견한 엄마

이런일은 너무도 비일비재 해서 더이상 쇼킹하지도 않다. 그것보면 당시만 해도 내가 초보 엄마였음이 확실하다.

분석후 나의 소감 - 나의 오만함을 반성합니다. 나름데로 눈높이 교육을 실천해 왔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우물안의 개구리" 와 같은 사고였음을 깊이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