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3일

학교 다닐 때는 아침은 당연히 먹지 않았고, 오전 강의가 끝나면 아점으로 교내 카페에서 파는 바나나넛 머핀이나 베이글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고작 이였던 나는 결혼 후에 스톰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지 못했다. 스톰도 나와 흡사한 식생활을 해 왔던 터라 결혼해서도 아침에 커피 한 잔이면 좋다고, 아침 식사는 위에 부담이 가서 싫다고 말했다. 꾸준히 해 주지는 못했지만, 우리 엄마의 성화로 미숫가루를 타주거나 과일을 내주고는 했었는데 한 번도 따뜻한 국과 밥을 차린 아침상은 내주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랄라가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로 나도 덩달아 하루의 시작이 그만큼 앞당겨졌으므로, 어차피 스톰의 점심 도시락 준비를 하는 동안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하면 참신한 아침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시범 삼아 시원한 뭇국에 따끈한 밥과 반찬을 차려놓으니 스톰도 "아니 우리 집에서 이런 게 가능해?" 하면서 놀래면서도 아주 좋아하는 눈치였고, 랄라도 다 같이 밥을 먹으니까 엄마, 아빠 해가면서 혼자 밥을 먹을 때 보다 더욱더 적극적이고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었다.

랄라 덕분에 여러 가지 좋은 습관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가족끼리 하는 아침 식사도 그중에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밥과 국을 준비하기가 부담스럽거나 좀 더 다양한 식단을 원한다면, 몇 가지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간단히 준비하면 된다. 신선한 생과일주스는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고, 맛도 좋아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아침이고 특히 믹서기 소리를 들으면 그나마 남아 있던 잠도 다 날아간다.

딸기나 블루베리 등을 섞은 시리얼도 새롭고, 바나나 우유를 만들어서 방금 구운 토스트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스크램블에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서 내놓아도 한결 맛깔스럽다. 커피보다 우리는 현미차, 민트티 또는 대추차를 끓여서 마시기도 하는데 특히 대추차를 끓이면 집 안에서 달콤한 향기가 돌아서 아주 좋다.

생활의 간소화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요즘, 우리 부모님 시대처럼 북엇국에 압력솥으로 지은 찰진, 다채로운 반찬과 몇 종류의 김치를 아침으로 준비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과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니만큼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모아서 퓨전 아침 식단을 준비해 보는 것도 더위에 없어진 입맛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우리 집에서는 가족 모두 아침 식사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