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볼게 많아 ‘봄’이다.

여기저기 생명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스프링‘spring’이다.

겨울에 응축됐던 에너지(수水)는 앞을 다투어 새싹(목木)으로 움이 튼다.

비라도 내리면 천지가 초록빛이다. (수 생 목 水 生 木 )

그런데 왜 이리 피곤할까?

 

오행 상으로 간은 봄의 기운, 나무의 기운을 상징한다.

봄은 천지간이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찬다.

가지만 꺽어 꽃아 놓아도 식물이 살고

비라도 오고 나면 앞 다투어 새싹이 돋아난다.

그렇게, 푸르게 푸르게 자라느라

대기 중의 목木 원소를 끊임없이 빨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간 기운이 약한 사람은

목木기운을 오히려 뺏기게 된다.

삼투압 현상처럼 되는 거다.

가뜩이나 겨울 나느라 손상된 원기가

여기저기 뺐기니 간이 힘들어 죽을 지경이 된다.

그래서 자꾸 재운다.

틈만 나면 하품을 시킨다.

산소를 모으고, 에너지를 모아서

부지런히 이 인간을 살려놔야 자기도 사니까....

(‘주인아 나 힘들어 죽겠다.’)

 

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물질로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한때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간의 본질은 튀어 오르는 양기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솟아오르는 힘을 수렴하고 진정시켜

에너지의 균형을 이루려 하는 음적 성질이 있어

이 두 기운, 

음기와 양기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함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킨다.

(영어의 간장(Liver)과 생명(Live)은 공통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크기로는 내장들 중에서 가장 크다.

 

한의학에선 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소설'(疏泄: 순조롭게 널리 퍼지게 한다)’작용을 든다.

나무가 수액을 가지 끝까지 돌리듯이

간이 에너지(기, 혈)를 전신에 골고루 잘 퍼지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간은, 혈액의 저장소이며 (심장은 혈액을 돌리는 곳), 

혈의 양과 혈당을 결정하고 수많은 혈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에너지의 기본이 되는 각종 물질을 저축해 둔다.

그리고 나무가 쭉 쭉 뻗어나가듯이

기가 울체됨 없이 몸 속 구석 구석 에너지를 전달케 한다.

그런데 이런 작용을 하는 간의 기능에 이상이 오면

기가 막혀 울화병이 되는거다.

여자의 경우 생리 불순이 되기도 한다.

(전쟁이나 지진, 자연 재해같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여성들의 생리가 끊기는 것도 이런 원리다.)

심한 음주를 하지 않았는데도 간암이나 간경화로 고통 받고 있는 경우도

기의 흐름에 막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호된 시집살이하의 여성들이 걸리는 화병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날 전화를 받으며 왔다 갔다 방안을 도는 미시가 있다면

같은 말도 웬지 쎄게 해야 시원한 것 같다면

달달달 다리를 떨며 몸을 가만히 못 두는 아이가 있다면

다 이 간의 울혈을 한번 쯤 의심해봐야 한다.

(해결법은 다음 회에...)

 

간은,

때로는 그 저장된 기운을 몸 안 팍으로 침투하는 독소를 방어하고 해독하는데 쓰기도 한다고 해서

‘장군지관 ’(將軍之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肝을 한자로 파자한 육달월月변에 방패간干자를 봐도 간의 역할(인체내로 침투하는 독소 방어)을 알 수 있다.)

간의 해독작용이 중요한 이유는 암모니아 제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우리가 섭취한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긴다.

암모니아가 간에서 해독이 안 되면 혈액 속 암모니아 농도가 증가하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간성혼수 같은 병이 생기게 된다.

우리 몸에 이러한 부작용이 없는 것은 간이 암모니아를 요소로 변형시켜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간의‘쿠퍼세포’는 체외에서 들어온 세균과 독소, 이물질을 아메바처럼 잡아먹은 뒤

체외로 배설시킨다.

쿠퍼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우리 몸은 세균과 독소에 사로잡혀 병을 앓게 된다.

간의 해독기능이 저하되면 간에서 임파선으로 비정상적인 임파 액이 유입될 수 있고,

이는 면역 시스템을 혼란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간이 힘들면

갑상선 문제가 생기고

벌컥, 벌컥 짜증을 내게 된다.

여자들의 ‘마법전 신경질’도 간이 힘들어서다.

화를 내다보면 간 기능이 항진되고 간이 항진되면 더욱 화가 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피곤한 간은

힘을 내고 싶은데

주인이 제 때 제 때 영양분을 안 주면

나름대로 소심하게 반항을 한다.

술을 먹고 싶게 하거나 (술기운은 간으로 간다)

호르몬을 교란 시켜 성욕을 증가 시킨다.(어떨 땐 감퇴)

남편이

감당도 못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배꼽 맞추기 운동’을 하자고 덤빈다던가

어제 교통사고가 났었는데

오늘 화장실서 야동을 보다 걸렸다면

변태가 아니라 간이 이상한 걸 수도 있다.

봄만 되면 싱숭생숭

짝을 찾는 설레임도 저 아래서는 목木의 작용(살려고 하는)이 있는 거다.

(그러고 보니

어느 것이든 적당히 끝내지 않으면 사단이 난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네)

 

간이 항진되면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말은 오행 중 화 火의 기운이라 목생화木生火로

넘치는 간기를 빼내려는 작용이다.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한 독소들에 오염된 간은

벌컥 벌컥 성질을 내며

난폭해 지는 ‘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병든 간은 지나치게 깨끗한 것을 좋아 하는 결벽증을 만들기도 한다.

(사주에 목이  많은 경우도 결벽증, 강박 관념의 성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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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대한 얘기는  너무 길어질 듯 하니

오늘은 이만...,

다음에 또 계속 하기로 하자.

"  밥 먹고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