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라는게 뭐예요?

이웃이 물으면

나는 ‘일기 예보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일기 예보에서 “내일은 비...”라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우산을 준비하고, 어떤 사람은 안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못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비가 안 올 수도 있고

폭우라고 했는데 가랑빌 수도 있고

누구는 일 껏 준비한 우산이 바람에 날려 갈 수도 있고....

구멍 난 우산도 있을 거고

나는 준비 못 했는데

때 마침 찾아 온 친구가 씌워 줄 수도 있고....

마침, 내 앞 가게에서 살 수도 있고

마지막 우산이 바로 앞의 손님한테 팔릴 수도 있고....

내가 하도 즐겨 이 비유를 쓰니

내 친구는

“결정적인 건 우산 살 돈이 없어” 하고 웃기도 한다.

한편으로 나는 사주를 풀어 줄 때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영시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곤 한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피천득 옮김

 

 

요즘은 일기 예보가 곧잘 맞는다.

온갖 최첨단 장비와 누적된 통계가 확률을 높여 주는 것일거다.

아주 독실하진 않지만, 나름 기독교 신자인데다

첨단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겐

사주도 그렇게 느껴진다.

기계의 첨단화를 역학가의 공부로 대신해야 한다는 의무감 까지 느끼며...

 

한번은 한국 뉴스를 보니

조기 교육의 열풍을 타고

수백 조항의 문제에 답을 하느라  소요 시간이 2시간도 넘고

그 내용도 아무나 못 풀어서

해당 교육을 받은 전문가만 풀 수 있다는

껀 당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까지 하는 ‘조기 적성 검사’가

인기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비쌈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사실은 부모의....)

성공할 수 있는, 미래 사교육까지 시간표를 짜준다 하니

꽤나 성업 중이라는 뉴스였다.

그 설문지를 만든 측은 외국의 모 유명한 연구 기관으로 수년간의 연구와 테스트를 거친 신뢰성 높은 결과라고,

좀은 식상한 설명이 따라 붙긴 했지만

엄마들 사이에선 꽤나 인지도가 높은 듯 했다.

 

나는

제대로 사주를 배우고

소양이 갖쳐진 사람에게라면

사주도

일기 예보나 적성 검사만큼은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주는 이미 2500년이나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 숨 쉬며

더 할 건 더 하고 뺄 건(안 맞는 건) 빼며

내려오지 않았는가.

독사가 먹고 독이 됐다고

물이 나쁘다고 보는 이는 없다.

혹세무민하기 바쁜 역학자들 때문에 사주 자체가 오도되거나

결혼을 꿈꾸는 연인들을 갈라놓는 이유가 되거나 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