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도 먹을 겸 산책도 할 겸 나가자고 조른다.
오늘은 아침겸 점심을 늦게 먹은 탓에 저녁은 스킵하려고 했는데...
아직 시간은 이른 저녁이지만 저녁을 먹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었다.
도움을 청하는 짝지의 손에 이끌려 나선 저녁 드라이브 산책 길!
*
20분 남짓 운전해서 도착한 [도스라고스 호숫가]
태양을 등지고 줄줄이 걸어가던 팜츄리들이
하나둘씩 호숫가에 쓰러질 듯 곤두박이질 치고 있었다.
주중이라 레스토랑의 주변은 한가했지만
호숫가엔 강쥐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마침 준비해 간 식빵 조각을 들고 호숫가에 들어서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잉어 떼와 오리들, 그리고 백조 한 쌍이 모여든다.
이 아이들은 먹기 위해 살까? 아니면 살기 위해 먹을까?
살아야한다는 생명의 존귀함을 알기에
조 위에 아기 오리들도 엄마 오리를 따라 다니겠지.
공중의 나는 새와 들판의 들꽃들의 움직임이
오늘따라 존귀하게 느껴진다.
*
우리도
존귀한 생명의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레스토랑에 마주 앉았다.
음료수부터 주문했다.
짝지는 아이스 가득 넣은 물,
나는 노 아이스에 with 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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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란히 앉는 것을 좋아하고 짝지는 마주 앉는 것을 좋아하고
난 따뜻한 음료수를 좋아하고 짝지는 찬 음료수를 좋아하고
난 집안에 장식물 붙이는 걸 좋아하고 짝지는 안 붙이는 것을 좋아하고
난 차에 타면 음악부터 틀고 짝지는 음악부터 끄고
난 앉는 것을 좋아하고 짝지는 눕는 것을 좋아하고
난 야채를 좋아하고 짝지는 고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늘 티격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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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데체 알 수가 없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어떻게 40년 넘게 같이 살아왔을까!
그래도 딸은 3명이나 낳았으니
기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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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려 찻길을 건너려는데
짝지가 손을 잡아준다. 천천히 조심히 건너라며.
워낙 돌뿌리에 잘 걸려 넘어지는 나인지라
오늘도 염려가 되는 모양새다.
*
그 친절함에 잠시 마음이 심쿵.
어쩌려고. 오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