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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두 다리가 아파서

걷기가 힘이 들지만

이 길에서는

그 상처마저도

기분좋게 받아들인다.

고통없는 영광은 없을것이기에

카스트로헤리즈 마을을 떠나며

순례길 20일차

새 아침

출발하기 전 1층 카페에서

커피와 바케뜨 빵을 칼로 썰어 나눈 5조각의 빵을

구워 달라고 주문하여 배를 든든히 하고 길을 나선다.

빵을 토스트 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면

마른 빵 그대로 주기 때문에

꼭 주문할 때 토스트....라고 말을 해야만 한다.

그 전에는 토스트 된 빵보다는 속에 버터나

잼이 들어있는 빵 한조각과

카페 콘 레체를 마시곤 하였는데

아무래도 아무것도 발라지지 않은

심플한 바켓트빵이 입맛에도 낫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이 후부터는 늘 이런 식으로 아침을 먹곤하였다.

이제 숙소를 떠나 순례자길로 합류하기 위해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 . .

성당 아래에 무슨 웅덩이 같기도 하고

샘터 같기도 한 터가 보이기에

잠시 들여다본다.

그냥 물이 고여있고

그 습기로 푸른 이끼가 벽에 끼여있다.

어린시절 나의 집 옆에

이렇게 비슷한 돌샘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물이 돌틈 사이로 흘러내려와서 고이면

동네 사람들이 식수로 길어가곤 하였던

그 돌샘. . .

이 길을 걷기 전에는

전혀 기억도 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동기가 없었으므로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는데

이 길에서

내 어린시절이 함께 나타난다.

참으로 신기하고 묘하다.

돌담길의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 . .

어느 집앞을 지나가는 데

현관문이 열리며 집 주인이 얼굴을 보인다.

부에노스 디아스~~

며칠 화병을 밖에 두었는데 시들었다며

이제 꽃을 바꿀려고 말씀 하시는 듯

스페니쉬로 이야기 한다.

고전 음악가 바하 할아버지를 연상케하는

멋진 머리를 소유한 동네 할머니.

오늘은 어떤 꽃으로 화병에 담아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환한 영혼을 만들어 주실까?

빛바랜 파란 대문에

파란색 바케쓰를가 걸려져있고

그 대문앞에는

낡은 초록색 의자 2개가 앉아있다.

뭔가 이채로운 모습에

혼자 싱긋 웃어본다~

순례길을 걸으며

지나가는 마을마다 특색이 있기에

솔직히 지루함은 아직까지 없다.

사람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나의 눈엔 마을마다 각각 특색이 있었다.

이 마을 까스트로헤리즈 역시

주민들의 친절함은 물론이고

마로니에 나무가 울창한 큰 도로앞에서

마을 아래를 바라 볼 수 있는 전망이 있는 지대도 그렇고 . . .

순례자를 위한 동네 안내표지

이런 안내표지를 보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순례자들이 머물고

그래서 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있다면

가끔 집을 나와서

그 곳에 머물면 좋을텐데?

엉뚱한 생각 하나.

거의 동네 골목을 나올무렵

어느 집 굴뚝위에 세워져 있는

닭을 보다가

그 시선끝에 머물고 있는

아침 달을 보았다.

엊그제 부르고스를 떠날때도

아침달을 보았었는데

벌써 달이 저렇게 커지다니?

허물어져가는 집 주변의

무성한 잡초와 꽃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잠깐 앞에서 머물어본다.

쓰러지고 허물어지다가 결국 사라질 풍경들

그 이름 없는 것들의 조화속에

나도 포함되는 것이기에 . . .

투명하도록 맑은 아침햇살

신선한 이 아침 시간

피부에 와 닿는 이 상쾌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동네 밖을 나오며 . . .

항상 그랬다.

마을 앞으로 들어올 때와 나갈때의 모습이

너무도 다름을 . . .

다른 동네 길에서도 순례자가 나오고

나의 앞을 지나가는 순례자는 스틱을 양손에 들고

하나의 스틱은 배낭에 매달려서 걸어가네?

나의 스틱 하나는 이미

팜플로나에서부터 고장이 나서

얼마쯤 걸으면 접혀지고 . . . 접혀지고 . . .

그럴때마다 고정해서 사용하면서

걷고 있는데

저 사람은 어떻게 하나를 더 여분으로 매달고 가는거지?

이제 본격적으로

또 하루의 여정 시작

길이 보인다.

오늘 내가 걸어갈 길이 . . .

이젠 마을을 떠나면서

돌에게도 인사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인사도 늘어진다.

이런 내가 참 재밌고 신통해~

@.@

찬란한 아침햇살의 받으며

수백년

혹은 수천년동안 이 곳에 서 있을 조개비님이시여~

잘 계시오~

나는 가오~

아디오스~

가을 날 들녂의 코스모스처럼

하늘하늘 거리는 양귀비꽃들의

부엔 까미노~

인사도 받고~

앞서가던 노신사께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본다~

무엇을 본 것일까?

같이 걷던 부인도 같이 보고?

여기서부터 만나

산티아고까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었던

독일에서 온 Moritz 모리츠씨 부부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하였지만

하루 이틀 . . .

그러다가 여러 날들을 스치게 되면서

서로를 기억하게 되고

그러다가

마치 옛날에 만난 사람들처럼 스스럼 없어지게 되었던

두 사람이

지금은 서로를 모르기에

가던 길 계속 걸어간다.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오스트리아 남자 Finn 핀.

온따나스 마을을 내려오다 다리가 넘어져

다리가 상처가 났는데 통증이 낫질 않아

걷기에 불편하다고. . .

어제 약국에서 만났을 때

연고를 사러 왔다는 핀씨의 이야기

그런데 차도가 좀 있는지

걷는 걸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오르막길을 어떻게 올라갈 지

걱정이 된다.

나에게도 무엇에 걸려 넘어진 게 아니라

무거운 배낭으로 인해 다리아픈 통증을 겪었던 바라

그 아픔이 얼마나 지독한지 너무도 잘 알기에 . . .

한 사나이가 씩씩하게 올라가다가

나를 보고

부엔 까미노~

인사하기에

그대를 어디서 보았을꼬?

내가 기억해 내려는 제스츄어를 하자

오리오요스 마을에서 보았다고?

동양인 여자 혼자 걷는 모습이

이 길위에서는 흔지 않기에

나는 상대를 잘 몰라도 그 누군지 모르는 상대는

나를 기억하곤 한다.

두 엄지 손가락 올리며

Cheer Up~~

홧팅~~

한참을 걷다보니 나무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아래엔 억새풀들이 자라고 있고 . . .

보기만 하여도

내 몸과 마음이

맑고 깨끗하게 정화되어 지는 느낌.

어린 아이는 뒤에 태우고

자전거로 순례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보며 . . .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 길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산허리를 휘돌아서 걸어가는 길이기에

생각보다 경사는 심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쉬운 길도 아니다.

오죽하면 이 언덕의 별명이

나귀가 절뚝거리며 오르는 길

이라고 불려졌을까?

한 걸음

오르다보면

조금씩 발빝으로 보이는

아래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로 받고~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

( ) ( )을 하는

Human 발견.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

( ) ( )을 하는

Human 발견.

@.@

이제 그는 홀가분한 몸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간다.

산위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수고 있고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육체의 불편함에서 해방되었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

이제 저런 풍경

너무도 많이 보았던터라

얼굴 빨개지지 않고~

더구나 50대 아줌마인걸~

아,,,,,저 멀리에

몰려오는 사람들~!!

마을끝에서부터 산 아래까지

개미처럼 줄줄이~

독일인 모리츠씨 부부가 올라가는 길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 무언가 바르고 있는

오스트리아 사람 핀이 보인다.

헤이~

뭐하는 겨?

눈 밑에 썬크림을 바르다가

나를 바라보고 ㅋㅋㅋ~

다리가 아파서 쉬는 중이라며 . . .

온따나스 마을의 내리막길에서 그대로 깍인 듯

상처가 한창 독이올라와 있다.

많이 아플텐데,,,,,

먼저 올라간다며

인사하면서

나처럼 긴 바지 입으라고....

그러면 넘어져도 덜 아플거라고~

내 곁을 스쳐가는

노르웨이 사람 칸트씨가

자신의 친구와 천천히 올라간다.

부엔 까미노~

카스트로헤리즈 마을을 출발하면서

바라 보았을 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모스텔라리스 언덕이

중간쯤 오르다보니 태양은 중천에 떠오르고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거북이처럼 올라간다.

카스트로헤리즈에서 모스텔라리스 언덕까지

순례길 20일차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