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이애미

 

1) 마이애미에서 선택과 집중

 

이왕에 플로리다를 여행한다면 올랜도만 4박 5일 정도로 다녀가는 것이 아니라 마이애미를들리면 좋다는 말에 따라 필자는 올랜도에서 4박 마이애미에서 3박을 하였다. 마이애미는 미국인들이 꿈꾸는 휴양지였다.

 

마이애미는 올랜도의 전투 이후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마이애미에서도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마이애미는 아이들도 함께 휴식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마이애미에서 선택은 마이애미 비치와 Everglades 국립공원 그리고 Key West 세군데였다.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오가면서 잠시 들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산호성(Coral Castle)은 지나가면서 들렸으나 요금이 비싸서 밖에 구경하는 것으로 그치고, 앵무새 정글, 원숭이정글, 베니션풀(Venetion Pool)은 생략했다. 마이애미 수족관이나 과학박물관은 들리고 싶었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지나가면서 건물만 보았다.

 

첫날은 에버글래즈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에버글래즈 국립공원은 플로리다 반도 남쪽을 차지하는 거대한 공원이다. 미국의 다른 국립공원들과는 달리 거대한 습지와 평원이 공원의 대부분이다. 공원을 들어가는 진입로는 샤크밸리 비지터센터와 어니스트코 비지터 센터이다. 우리는 어니스트코 비지터 센터를 택했다.

 

로얄팜 비지터센터 진입로에서 에버글래즈 공원안쪽으로는 약 50마일 가량의 왕복 도로가 놓여져 있는데, 다른 도로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출입구는 어니스트코 비지터 센터가 유일하다.

 

이 길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8군데 가량의 공원 내부로 진입해서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이 나온다. 이 8군데를 모두 들어가서 관찰하고 싶었다. 카누나 보트를 타고 늪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시간을 내서 에버글래즈만을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시 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로얄팜과 이 길의 마지막 지점인 플라밍고 비지터센터 두군데만 들렸다. 로얄팜에서 널판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서 습지 안쪽으로 쭉 들어가다 악어떼와 각종 새들을 볼 수 있었다.

 

플라밍고비지터센터에서 보트를 타고 늪지를 달릴 수 있는데 아쉽게도 걸어서 근처만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샤크벨리쪽으로도 들어가서 군데군데 모두 살피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간절하다.

 

플라밍고쪽으로 운전하면서 소나무 숲을 만나서 뜻밖이었다. 금강송, 미인송으로 알려진 쭉 뻗은 소나무이다. 금강송은 주로 금강산이나 강원도, 경북 일부 지역에서 자란다. 내가 아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무... 고구려 금파리 벽화에 나오는 하늘거리는 소나무, 낙산사 의상대에 우뚝 서 있는 관음송이 모두 같은 소나무이다.

 

아열대지역인 플로리다 남부에서 미인송을 군락지를 만난 게 뜻밖이었는데 비지터센터 직원들은 뭐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러냐는 투다. 한국의 금강송에 비해서 키가 크지 않았다. 루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키작은 금강송은 웬지 어색했다. 군데군데 화재 때문인지 말라비틀어진 소나무들도 많이 보였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금강송을 플로리다에서 만나니 그것만으로도 반가움이 더했다.

 

에버글레이즈를 나와서 비스케인 국립공원으로 갔으나 이미 문을 닫고 난 이후였다. 근처 해변가는 개방되어 있어서 거닐 수 있었다. 비스케인 국립공원은 알려진 것보다는 단촐하고 볼거리도 없었다. 성수기때 가면 보트를 타고 산호초 투어를 하거나 소노클링 같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저녁에 코럴캐슬을 겉에서만 보고 숙소로 들어왔다.

 

둘째날은 키 웨스트로 향했다.

키웨스트는 마이애미에서 남서쪽으로 16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다. 30여개의 섬을 연결하는 1번 도로가 1930년대에 이미 놓여져서 바다위를 자동차로 달릴 수 있었다. 키웨스트 가는 도중에 만나는 섬들마다 전부 내려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역시 시간 때문에 한두군데 잠시 구경하고 곧장 키웨스트를 향했다.

 

키웨스트 관광포인튼 아무래도 걷기와 자전거일 거 같다. 오래된 멋진 작은 마을을 자동차로 돌아다녀서는 충분한 운치를 느낄 수가 없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많은 사람들이 남하해서 키웨스트로 이주하였다. 이들은 난파선에서 보물을 인양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또 동성연애자들이 대공황기때 이곳으로 대거 이주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분위기가 상당히 리버럴해 보였다.

 

키웨스트에서는 서남쪽에 있는 미국 국토최남단지점(southernmost point) 주변과 서북쪽에 있는 맬로니 광장(Mallory Square) 두군데를 집중적으로 다녔다.

 

남단지점 주변에는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 있고, 트루만의 멋진 별장이 있다. 헤밍웨이 집을 가보면 왜 미국 사람들이 헤밍웨이를 좋아하는지 한방에 알 수 있다. 돈많고 넉넉하고 하고 싶은대로 살면서 성취를 이룬 사람이 바로 헤밍웨이이니까..

 

멜로니 광장주변에서는 저녁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석양도 보고 공연도 하면서 한껏 자유와 해방을 누린다. 여기서 보는 석양은 미국 동부지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나 날이 흐려서 아쉽게도 우리는 보지 못했다. 광장 주변에는 있는 작은 박물관들이 있는데 이 섬의 역사와 특징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식사는 키웨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인 Pepe's Cafe & Stakehouse에서 긴 여행 중 처음으로 패스트푸드가 아닌 외식을 하였다. 음식이 맛있어서 주인이랑 기념촬영을 하고 나오는데 그 레스토랑 건너편에 있는 해산물 식당 앞에서도 군침이 돌았다. 맬로니 광장에 있는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Sloppy Joe's Bar앞을 지날 때는 거기도 들리고 싶었다.

쇼핑센터에서는 순면 T셔츠를 3불에 판매하여 왕창 사고 싶었으나 그것을 고를 시간조차 없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저녁에 다시 마이애미를 향해 운전을 하였는데 밤길에 바다위를 달리는 기분이 묘했다. 특히 물위로 길게 뻗은 7마일 도로를 달릴 때는 머리칼이 시종 쭈삣해졌다.

 

마이애미 비치

셋째날은 오전에 마이애미 다운타운 동남쪽 건너편에 있는 섬인 Key Biscayne으로 향했다. 거기로 들어가는 길인 Rickenbacker Cswy에서 바라보는 마이애미 다운타운 전경이 멋졌다. Key Biscayne은 마이애미 시티의 멋진 전경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Seaquarium이나 각종 공원들은 운전하면서 둘러보기만 했다.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마이애미 비치에서 보낼 시간을 오래 가지지 위해서다.

 

마이애미비치는 비스케인 배이를 사이에 두고 마이애미 시티 건너편에 있는 섬이름이다. 그리고 마이애미비치에 있는 해변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운타운에서 마이애미 비치로 들어가는 Macathur Cswy에서 바라보는 집들이 너무 화려해서 알아봤더니 미국의 갑부들의 집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하는 길이 10마일 가량되는 해변은 햇볕을 쬐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곳이었다. 아이는 물론 열심히 물놀이를 했지만...

 

해변가에 도로에 Street parking이 가능한데, 해변과 나란히 달리는 Ocean Dr에 주차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이다. Ocean Dr에서 서쪽으로 나란히 있는 Collins Ave나 Washington Ave에서 street parking은 비교적 수월했다. 근처의 퍼블릭 파킹도 비용은 그렇게 차이나지 않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큰 타월 한 장 가지고와서 해변에 깔고 모두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촌놈답게 30불에 일광욕을 위한 의자를 빌리고 파라솔도 빌렸다. 비용지출이 발생했지만 해변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최소비용으로 생각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잠시 짬을 내서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아르데코를 승용차로 둘러보았다. 대부분 최근에 리모델링을 하여 묵은 때가 없어서 정감이 덜했다. 5에서 10년 정도 세월이 흐른다면 아르데코 지역은 한국의 인사동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게 될 것이다.

 

2) 다시 마이애미를 간다면

 

우선 에버글래즈 국립공원에서 배를 타고 늪지를 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미코수키 인디언마을에도 들리고 싶다.

 

비스케인 공원이나 케 웨스트로 들어가는 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은 취향에 따라서 매혹적이기는 하지만, 시간을 많이 뺏길 거 같아서 생략. 키웨스트에서 1박을 하며 구석구석을 걷고 싶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오후에 키웨스트로 가서 다음날 오후에 출발하면 가능할 것이다.

 

마이애미 비치를 간 김에 이른바 나체해수욕장인 Haulover Beach에도 가보고 싶다. 미국 에는 사적 영역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공중목욕탕도 없는데 이런 나체해수욕장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거기서 일광욕을 하면 거추장스러운 인생의 짐과 번뇌를 홀라당 다 벗어던지는 해방감을 느낄 거 같다.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을 들린 후에 Key Biscyne을 차분히 구경하고 싶기도 하다. 리틀 아바나에도 들려서 미국으로 정착한 쿠바사람들이 만든 풍경도 지나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