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꿈의 관람,, 브로드웨이 뮤지컬>

뉴욕에 와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은 범죄자?라고 할 정도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뉴욕의 대표적 문화상품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유행을 따르 듯, 몇 년 전만 해도 '캣츠','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이 한창이더니, 요즘 가장 뜨는건 '라이언킹','맘마미아'란다.

인기절정의 이런 뮤지컬은 몇 달 전에 매진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뉴욕행을 결정한 나로써는 보고싶었던 '맘마미아'는 애시당초 그림의 떡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뮤지컬 예악은 미리미리 해야된다는 선배 여행자들의 조언에 힘입어
'broadwaybox.com'을 뒤지고 뒤져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얻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뮤지컬 티켓을 예매할 때도 정말 극적이었다.
날짜가 너무 촉박한 탓에 첨엔 다 매진이라고 나왔다.
수욜 2시 공연표가 가장 저렴했고, 주말(금,토) 저녁표가 가장 비쌌다.
수욜은 남편 일 때문에 안되고, 평일 저녁은 뉴저지에 사는 후배네에
너무 늦게 들어가는 실례를 범할까봐 것두 안됐다.
가장 만만한게 토욜 2시였는데 남편과 나 두사람 좌석으로 베스트씻 위주로 검색해봤더니
첨엔 매진이라고 나왔다.

할 수 없이 한사람씩 좌석을 선택해서 검색했다... 그랬더니,,
오케스트라 한 좌석, 메자닌 한 좌석 남아있는게 아닌가...ㅎㅎ
재빨리 예약하고 기분좋게 프린트했다. 물론 남편은 오케스트라 좌석을 기분좋게 양보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44번가에 있는 'majestic극장'에서 공연했다.
공연시작 2분전에 막 도착해서 헐레벌떡 자리를 추스리고 나니,,
곧바로 커튼이 걷히고 막이 올랐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페라의 유령은
공연 중 조명등이 떨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단원들 사이에선 극장에 유령이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
유령의 정체는 훌륭한 음악적 재능을 지녔지만 흉한 얼굴때문에 가면을 쓰고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한 남자!
그는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크리스틴을 짝사랑하여
그녀를 그의 아지트로 납치하게 되고...
오랜세월동안 크리스틴만을 사랑해 온 또 한명의 남자, 라울은 목숨을 걸고
그녀를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이미 책으로 읽은터라, 스토리보다는 귀에 익숙한 음악이나 무대장치,
특수효과 등이 더 흥미로왔다. 특히 첫 장면에 등장했던 유리구슬로 치장한
화려한 샹들리에가 관객석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은 예술이었고,
크리스틴과 유령이 지하호수를 배를 타고 가는 장면은
뿌연 안개와 어우러져 환상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마디로 놀라움의 극치였다.

앤드류로이드웨버의 아름다운 음악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했다.
웅장한 "The Phantom of the Opera", 서정적인 "Think of me", "Angel of Music",
감미로운 "All I ask of you" 등 뮤지컬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2,3년전 한국에 온 브로드웨이 뮤지컬 캣츠팀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뮤지컬 역시 앤드류로이드웨버 작품이다.
캣츠는 고양이분장이나 동작,대사가 이색적이고 아기자기했다면,
오페라의 유령은 의상과 무대장치, 특수효과 등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했다.
또한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메모리'정도만 기억되는 '캣츠'와는 달리
'오페라의 유령'은 보다 감미로운 음악이 많았다.

하지만, 갠적으론 캣츠가 더 재밌었던거 같다.
아무래도 가장 첨으로 본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유령이 첫사랑 크리스틴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뮤지컬에 있어서 만큼은 캣츠가 첫사랑인거 같다...

<트윈타워... 그리고 프리덤타워>

2001년 9월 11일, 밤 11시 즈음...
친구랑 한참 전화기를 붙들고 통화에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어~ 저게 왜 저래'라는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친구 왈 '비행기가 빌딩을 박았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황급히 TV를 켠 나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장면이 실제상황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아연질색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전대미문의 이 테러사건으로 가족을, 친구를, 동료를 잃은 사람들은
지금껏 그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맨하튼의 랜드마크로서 그동안 그림엽서를 장식해 온 세계무역센터는
911이후, 그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해가 막 질 무렵 도착한 그라운드제로(Cortland st.부근)엔 뉴저지로 통하는 PATH역과
911사건 경위를 시간대별로 나타낸 사진만 덩그러니 전시돼 있을 뿐,
넓디넓은 그 자리엔 스산한 겨울바람만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그곳엔 새로 들어설 '프리덤타워'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프리덤 타워'는 미국독립의 해(1776년)를 상징하는 1천776피트에 이르는 높이로
현존하는 세계 어느 건물보다 더 높게 지어질 예정이다. 또한 70층까진 사람이 거주할 수 있게 하고,
그 위는 그물 모양의 개방공간과 첨탑을 배치하게 된다.
특히 첨탑은 '자유의 여신상' 횃불을 연상시켜,,
바다를 사이에 두고 '프리덤 타워'와 '자유의 여신상'이 서로 마주보게 된단다.
오는 2009년에 완공한다는 목표라는데, 그때가 되면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또 한번 달라질 것이다.

애도와 희망의 마음을 가득 안고, 맞은편에 있는 '센트리21'로 향했다.
'우드베리아울렛몰'과 함께 알뜰파 뉴욕커들이 즐겨찾는 매장이라는데,,
미국광고가 의례히 그렇듯, 사탕발림으로 붙여놓은 가격표는 그저 장식품일 뿐,,
눈에 드는 상품은 여전히 고가였다.

한 예로, 여성머플러 19.99불이라고 커다랗게 붙여둔 코너엔 '펜디'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으아~펜디가 19.99불?? 역시 뉴욕은 쇼핑천국이야~ 예쁜 것을 이것저것 골랐더니,,
그럼 그렇지~ 펜디가격은 조그맣게 79.99불이라고 붙어있지 않은가

또 하나, 마침 화장품도 다 떨어져 가서 하나 사려고 물어보니, 화장품은 제값 다 받는단다.
여기 할인매장 아니냐고 했더니, 옷종류만 세일하고 나머진 일반 백화점 가격이랑 똑같단다.

하지만 남자코트는 캐시미어 제품이 생각보다 저렴한거 같아
울 남편도 이참에 멋진 뉴욕커 만들어 보려구 이리저리 골라보고 대봤지만 남편이 싫단다.
그런 옷은 일하기 거추장스럽다나 뭐래나.. 출근할땐 운전하면서 히터키고, 사무실에선
얇은 난방만 입어도 될 정도로 히터가 빵빵한데, 입고 다닐 일이 없단다...

어휴~ 김 빠져... 내 코트라도 하나 건질까해서 둘러봤지만 맘에 드는 DKNY코트는 사이즈가 없었다. 해서,,
가죽장갑 하나 건졌다.
이태리가죽이라는데 가격은 '마샬'이나 '티제이맥스'보다 좀 비쌌지만, 가죽의 질은 좋아보였다.

뉴욕을 흔히 쇼핑의 천국이라지만, 지난 며칠 둘러본 결과,
진정한 쇼핑의 천국은 내가 사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뉴욕엔 워낙 돈 많은 사람도 많고 물건 살 사람도 많아서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선지
점원들이 대체적으로 불친절했다.

내가 사는 곳은 어땠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립스틱하나 썬블럭하나 고르는데도 친절한 미소의 점원이 이것저것 발라주고 권해주고,,
손님이 부담스럽지 않게 하면서도 편안~하게 대해줘서 참 좋았다.

내가 추위때문에 패션과는 무관하게 옷을 입어서 그런지 아님
뉴욕에 있는 대다수의 매장점원들이 원래 그런지... 이 순간만큼은 우리 동네가 무척 그리웠다...

<뉴욕에서의 최후의 만찬!>

지난 나흘을 돌이켜보면 뉴욕에 도착한 첫날과 뉴욕을 떠나는 마지막날, 가장 강행군을 했었다.
특히 이 날은 오전부터 매디슨스퀘어 구경, 박물관 견학, 센트럴팤 산책에 브로드웨이뮤지컬관람,
그리고 그라운드제로까지... 맨하튼을 동서남북으로 누비고 다녔다.

그래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아침에 먹고 나온 빵이 전부일 뿐, 2시에 있었던 뮤지컬 공연시간을 맞추느라,,
사이공그릴도 카네기델리도 날라가 버렸다.

남편의 친구, 선후배들이 모두 이곳에서 자리잡은 관계로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식도락가로 정평이 나 있는 후배 남편이 추천한
차이나타운(Canal st.와 교차하는 Mott St., Bayard St.,& Pell St.)의 한 레스토랑
'콘지빌리지'(100 Allen st.)에서 만났다.

레스토랑 입구는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로 돼있었는데,
마치 우리나라 옛날주점인 '홍도야울지마라' '굳세어라금순아'를 연상시켰다.
내부로 들어가니 중국풍과 현대의 부조화라고 해야 하나,
전체적으로 언벌란스하게 꾸며놓은게 재밌었다.

이미 30분전에 도착해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일행과
그로부터 30분 가량 더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용무늬가 새겨진,, 임금이 앉을 법한 의자에 앉게 되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이 또한 '차이나타운'에서만 볼 수 있는거라 신기했다.

손님이 많다는 곳은 언제나 맛있는 법!
먼저 스프처럼 생긴 '콘지'가 나왔다.
야채와 해물 콘지 두가지를 주문했는데, 담백한 야채콘지보담 구수한 해물콘지가 입맛에 맞았다.

담으로 페이킹덕 맛 나는 닭요리가 나왔고, 튀긴 돼지고기를
생강향이 강한 매콤한 소스로 버무린 요리(이거 엄청 맛있었다),
그 담으로 키조개를 간장소스 비스무리한 소스에 조려낸 요리,(이것도 죽음~ 너무 맛있다!)
중국부추와 함께 나온 새우요리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만큼 굿~이었다.
대략 일곱 여덟가지 요리를 맛봤다.

시장이 반찬이어선지 아님 정말로 맛있는 집이어서 그랬는지
암튼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살 것 같았다.
푸짐한 저녁을 먹고 배도 꺼줄겸 좀 걸을까 했더니
차를 타고 차이나타운이랑 리틀이태리, 이스트빌리지 등을 드라이브하자고 했다.

미드타운 야경과는 또 다른 모습의 다운타운!
황금같은 토요일밤, 뉴욕의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축제를 벌이듯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스트빌리지는 그 옛날, 이념과 사상, 자유에 몸부림치던 젊은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살아있는 예술의 거리인 만큼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미국에 몇년 살다보면 미국사람 입맛 닮아간다 했던가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veniero' 라는 케잌점에 들렀다.
이 역시 식도락가인 후배 남편이 추천한 곳이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에 단골손님에 발디딜틈없이 붐볐다.
우리나라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변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맛있는 케잌을 맛볼 수 있었다.
그 유명한 뉴욕치즈케잌이랑 다른 예쁜 케잌들을 사가지고
맨하튼 고급 아파트에서 화려한 싱글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네로 향했다.

방 하나, 거실 하나,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 그 외 란드리, 클라짓 공간이 전부인 아파트는
우리집 가격의 두배이상이란다. 와~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맨하튼의 땅값 집값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거품인지 제대로 된 평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맨하튼에 사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따끈따끈한 스타벅스커피와 너무 앙증맞아 먹기조차 아까운 케잌들과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포슬포슬 진한 맛의 치즈케잌을 마주하고,,
함께 한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모두들 치열한 뉴욕에서 자신만의 꿈을 이루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온지 1년이 조금 지난 나...
적응이라는 명목하에 너무 안일하게만 살아온게 아닌가 싶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스스로에 대한 질책보다 다른 이만 원망하고 살았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라고 했다
맘만 먹으면,, 열심히만 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아니 이룰 수 없더라도
그 근처는 갈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지난 나흘동안 뉴욕을 둘러보면서
때로는 멋지고 때로는 실망스런 뉴욕을 경험했다.
지저분한 지하철과 거리, 하루종일 꽉 막힌 도로, 천정부지 치솟는 물가,
불친절한 점원,, 등이 단점인 반면, 한없는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 장점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때만,,,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내가 사는 도시로 돌아갈 것이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전보단 한층 성숙하고 괜찮은 내가 되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뉴욕을 찾을 때는
한결 달라진 나였으면 좋겠다.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