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7살짜리 아들의 봄방학을 맞아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공룡화석들을 보여주는 것을 계기로, 처음으로 뉴욕을 가보기로 했어요. 조금만 걸어도 아빠에게 팔을 벌리는 4살 박이 딸내미는 남편이 맡기로하고요. 뉴욕여행 후기를 올려주신 정영수님, 윤경란님, 전소현님,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다음에 뉴욕을 여행하려는 미씨님들께 참고가 될 수 있게 몇 자 적어 볼께요.

가장 큰 숙제인 숙박은 여행가기 이틀 전에 Priceline.com에서 비딩을 했어요. Jersey City 나 Secaucus를 원했는데, Secaucus의 Courtyard가 61불에 별 3개에서 별 2.5개로 낮춘 후에 됐어요. 어떤 분은 59불에도 되었던데, 일주일 전에 비딩하시면 더 낮은 가격에도 가능하겠지요. 미씨방에서 얻은 정보대로, 호텔이 결정된 후에 호텔로 전화해서 더블침대가 있는 방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요구했지요. 이인애님과 최인영님의 비딩정보 감사 드려요.

첫째 날 : 맨하탄에 도장찍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오후 1시경에 호텔에 도착했어요. 차는 호텔 주차장에 무료 주차했어요. 원래 오후 3시부터 check-in이지만, 호텔에 가서 이야기하니까, 곧바로 해주더군요. 그리고 요구한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방으로 보내주겠다고 해서, 방에서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가지고 간 점심을 간단히 먹었어요.

호텔 옆의 정류장에서 NJ Transit 버스(#320)를 타고 (어른 $2.60, 5-11세 $1.15, 5세 미만 무료, 돈은 운전기사가 직접 받음, 버스 스케줄 표는 www.njtransit.com이나 호텔 로비에 비치됨) 42번가에 있는 Port Authority Bus Terminal (버스터미널) 까지 갔어요. (일요일이라 15-20분 정도 소요, 주위의 호텔들과 Park&Ride에 서너 번 정차했음.)

버스터미널에서 34번가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sbnyc.com)까지는 열 블록정도라 시내구경도 할 겸 걸었어요. 보안검색대를 거치고 나서 5분 정도 기다려 표를 사고 (Adult: $13, Child: $8), 다시 줄을 서서 한 50분 정도 기다려서 승강기까지 도달해서 80층까지 올라갔고, 창밖을 보며, 다시 줄을 따라가다 기념사진을 의무적으로 찍고 (비싼 것같아 찾지 않았어요. 장당 15불?), 다시 승강기로 6층을 더 올라가서 86층의 전망대에 도달했어요. 아찔한 생각은 들었지만, 사방이 탁 트인 것이 장관이더군요. 다행히도 날씨가 맑아 육안으로 내일 방문할 남서쪽의 자유의 여신상과 북서쪽의 자연사 박물관 쪽들을 눈여겨 보았어요. 로비로 내려와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모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저녁식사는 두 블록 남쪽에 있는 큰집 (Kun Jip, 9 West 32nd Street)에서 설렁탕과 돌솥밥을 시켰는데 먹을 만했고, 주인과 종업원 모두 친절하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후식인 수정과들을 미리 담아놓은 컵 안에 뚱뚱한 파리가 기어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식사를 마치고 보니, 식당 밖까지 10 여명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식당 선택을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녁식사 후에는 타임스퀘어의 TOYSRUS 장난감 가게에도 가고 싶었는데, 버스터미널에서 대여섯 블록은 더 걸어야 한다고 하고, 내일도 긴 일정이 있어서 포기했어요.


둘째 날 : 맨하탄 종단하기 (자유의 여신상과 자연사 박물관)

아침 8시에 버스에 올랐는데, 정장과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찬 버스 속에 애들이라고는 우리 애들뿐이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버스전용차선 덕분에, 아침의 혼잡한 출근 전쟁 속에서도, 30분 만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터미널 안에서 출근하는 인파에 떠밀려 갈 때는 잠깐 동안 서울에 온 느낌도 들었어요. 터미널에 연결된 지하철역에서 Metrocard ($7, 1일 패스)를 사서 (기계에서 Metrocard 구입시, 크레디트 카드 결제가 잘 되지 않아서 남편이 무척 헤매더군요. 10불짜리가 있으면 좋겠죠.),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1번이나 9번) 타고 South Ferry 역으로 향했는데, 중간에 안내방송에서 Rector Street 역에서 하차하라고 해서, 걸어서 Battery Park까지 가서, 공원 안의 Circle Line Ferry 매표소 (www.circlelineferry.com)에서 표를(Adult: $10, Child: $8) 사서 Liberty 섬과 Ellis 섬을 모두 보기로 했어요. 배를 타기 전에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벨트를 풀어서 검색하니 남편이 투덜댔어요.

Liberty 섬에서는, 아이들 사진에 여신상 횃불까지 넣어서 찍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여신상을 한 바퀴 돌고 나서, 표를 살 때 같이 받은 여신상 내부입장권 (Promenade Tour)을 가지고 줄을 섰더니, 배낭이나 가방은 반입이 안 된다고해서 Locker에 집어넣고 왔는데 ($1),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자동인식하는 Locker 였어요. 신기했어요. 안에 들어가니, 또 보안검색대가 기다리고 있는데, 또 벨트를 풀라고 하니까, 남편 얼굴이 볼 만하더군요. 저는 벨트를 안 했거든요.^^ 하지만, 한 곳을 방문하는데 두 번의 보안검색과 어린애들 벨트까지 풀어야 한다는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Park Ranger의 설명을 듣고, 여신상 발끝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가고 나니까, 표를 산 것이 아깝지 않았어요.

다시 배를 타고, Ellis 섬으로 갔어요. 대충 본관건물을 본 뒤,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음식에 비해 가격이 조금 세더군요. 오후에는 자연사박물관 (Adult: $13, Child: $7.50)을 꼭 봐야 하는 관계로 서둘러 배를 타고 나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중간에 B번으로 한번 갈아탔고, 자연사 박물관과 지하철역이 연결되었더군요.) 이동했어요.

하루 온종일 봐도 부족할 박물관을 3시간 동안 둘러본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에, 선별해서 공룡, 우주, 그리고 해양전시실을 중점적으로 보았어요. 마침내 발견한 T-Rex 공룡뼈 앞에서 좋아하는 아들 모습에 여행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 폐장시간이 되어서, 관람을 더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쉽더군요.. ㅠㅠ

저녁은 지하철을 타서, 32번가 역에서 내리니까, 바로 한국음식점들이 있는 곳이더군요. 감미옥 (Gahm Mi Oak, 43West 32nd Street)이 어제와 같은 메뉴인 설렁탕집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여행할 땐 고깃국물을 먹어야 한다는 남편의 지론에 휘둘려 들어갔지요. 앞뒤에 손님들도 없었는데, 카운터 아줌마는 우리가 들어가도 소가 닭보듯이 하데요. 어제의 큰집과는 아주 다른 대접이었어요. 설렁탕과 아바이 순대를 시켰는데, 맛은 그저 그랬어요. 독특한 것은 김치와 무를 조그마한 독에 담아 내오는 것과 다른 반찬은 없이 김치만 주는데, 무는 정말 맛있었어요. 하지만, 카운터 아줌마로 인해 첫인상이 안 좋았고, 김치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손님 상위의 김치독을 너무 빨리 가져갔고, 식사 중간에 계산서를 놓고 나가라고 독촉하는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저녁식사 후, 어제와는 달리 지하철을 이용해서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려, 버스터미널까지 두 블록정도 걸었어요.


셋째 날 : 맨하탄 횡단하기 (UN 본부와 Intrepid Sea, Air & Space Museum)

아침을 먹고, 일찍 check-out을 했어요. Check-out 할 때 물어보니, 차를 주차장에 두고 오후에 찾아가도 된다고 하데요. (안된다고 하면, 근처의 Park&Ride에 주차하고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죠.)
어제와 똑같은 방법으로 버스터미널에 가서, Metrocard도 사고, 지하철을 타고 (C나 E) 한 정거장 북쪽으로 가서 50번가 역에서 내렸어요. 여기서 M50 번 버스를 타면, (50번가를 타고 동쪽으로 감.) 종점이 유엔빌딩의 남쪽이에요. 걸어서 두세 블록 정도 올라가면, 일반인들이 입장하는 곳이 나오는데요. 먼저, 보안검색대를 통과 해야 하고, 벨트도 풀어야 하고, 배낭은 번호표를 주면서 맡기라고 하지요. 귀중품과 사진기와 캠코더는 건물 안으로 가지고 갔어요. 건물 안쪽에 (출입구에서 30-40m 들어가서 왼쪽에 ) 카운터가 있고, 여기서 표를 (Adult: $11.50, Child: $6.5) 샀어요. 5세 미만은 tour를 할 수 없지요. 막내는 한국 나이로 돈을 내서 tour에 낄 수 있었죠.^^ 차례를 기다리면, 순서에 따라 가이드를 따라 tour를 하면 되지요. 유엔 총회의장과 상임이사국 회의실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더군요. 총회의장안으로 들어 갔을때, 방청석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한국대표단의 자리가 보이던데, 변방이라 (맨 뒷자리라) 보기 좀 그렇더군요.ㅠㅠ 집으로 돌아온 후에, 뉴스나 Interpreter 영화 예고편에 나오는 유엔 장면들을 애들이 알아보데요.

다시 유엔 빌딩 앞에서 같은 버스를(M50) 타고, (49번가를 타고 서쪽으로감) Intrepid Sea, Air & Space Museum으로 향하던 중에, 점심을 먹어야 하기에, 중간에 내려서Sapporo (152 West 49st Street)에 가서 만두, 미소라멘, 오야꼬동과 돈까스를 먹었어요. 라면전문점이라 미소라멘이 괜찮았어요. (이곳 정보는 손효숙님의 질문에 답글 주신 미씨님들께 구했어요. 감사해요.) 근데, 여기는 현찰만 받더군요.

식후, 같은 버스를(M50) 타고 Intrepid Sea, Air & Space Museum (Adult: $16.50, Child(2-5): $4.5, Child(6-17): $11.50)에 가서 항공모함, 비행기와 헬리콥터, 잠수함, 그리고 콩코드 비행기를 보았어요. 남자들과 애들은 좋아하겠더라고요. 항공모함은 너무 커서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팠고, 잠수함은 막내가 나이제한에 (6세이상) 걸려, 남편과 아들내미만 들어갔어요. 근데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15명씩 나눠서 대기한대요. 잠수함 내부 관람하는데, 한 팀당 최소 15 분정도는 소요된데요. 잠수함관람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같아요. 콩코드 비행기 안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 객석은 다 유리로 덮였어요. 통로 양쪽으로 두 명씩 앉게 되어있던데, 생각보다 많이 좁은 것 같더군요.

이번 여행은 기간도 짧았고, 아이들도 어려서, 수박 겉핧기식으로 뉴욕을 둘러 본 것 같아요. 다음번에는 뉴욕의 다른 명소들을 좀 더 시간을 갖고 둘러 볼까해요. 초행이라 조금은 망설여졌고, 두려웠던 뉴욕에 대해 자신감과 친근감이 생기네요. 다음에는 뮤지컬과 미술관들과KATZ'S DELICATESSEN에 가 보고 싶어요. 이번 뉴욕여행에 정보를 제공해 주신 여러 미씨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