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LA, 그리고 애틀란타... 저희가 가본 지역 중에서 소위 코리아 타운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식당, 제과점, 미용실, 수퍼마켓 등이 한 블럭 내지는 같은 몰에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라서 저희처럼 시골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번 가면 밥먹고, 장보고, 머리하고, 사우나하고...한마디로 때빼고 광내는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곳이지요.

이번 시카고 여행에서도 그걸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서 자동차로 편도 12시간 걸리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자동차(미니 밴)와 대형 아이스박스를 가져 갔습니다.

그런데, 시카고는 그걸 기대하기에는 좀 무리였습니다. 한마디로 "꽝"입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 한 지역에 비교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시카고 사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서운해 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희처럼 단기간 여행을 하고 온 경우에 있어서는 필요한 시설들이 잘 모여있지 않고 여기저기 산재 해 있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많은 미씨 회원들이 물으셨던 "로렌스 애비뉴" 코리아타운에 가 봤습니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코리아타운이라고 해서 가 봤는데, 옛날에는 좋았는지 몰라도, 코리아타운이라고 부르기 조차 어려운 지역이더군요. 그냥 한국 식당이 몇개 있는 지역일 뿐입니다.

그 거리를 끝에서 끝까지 달려봤습니다. LA나 뉴저지, 애틀란타 등에 있는 한인타운같지는 않더라고 적어도 식당과 미용실 등 간판이 20-30개는 쭉 붙어 보이는 정도 두세블럭을 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런데 온통 히스패닉애들이 점령을 했는지, 한국 간판은 잘 안보이더군요. 그래서 숫자를 세 봤습니다.

한국식당 : 10개 미만 (그중 하나는 망해서 아예 폐점상태)
미용실 : 2개(?)
비디오 : 1개
수퍼마켓 : 작은 것 1개
병원: 2-3개
여행사 : 7-8개
한의원 : 7~8개
기타 건강관련(봄 보신 하는거 파는 곳) : 두세곳...

한의원과 보신(개고기가 아니구요, 무슨 흑염소던가?)관련 가게가 많았던데 놀랐습니다. 시카고는 노인들이 많으신지...온통 그런 것 밖에 안보이더라구요. 유난히 많아요.

이게 전부입니다. 식당도 보잘 것 없구요, 주차도 어렵고...

마지 못해 그냥 허름해 보이는 한군데, "한밭 설렁탕"에 들어갔습니다. 시카고에 사는 남편 후배한테 전화로 물어보니,그 집을 추천하더군요.

건물은 허름하지만, 맛은 끝내주더군요.특히 김치 맛이 어찌나 좋던지... 단 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만 받아서 좀 황당했습니다.

남편 후배 이야기로는 시카고는 한인타운이 밀집되어 있지 않고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사실 좀 불편하다고는 합니다.

제일 크다는 중부시장(수퍼마켓 이름인데, 이름 그대로 재래식 시장 분위기입니다)에 가서 장을 좀 보려했는데, 가서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하면 형편없이 규모가 작아서 좀 실망했어요. 한아름 매장의 1/3도 안되는데, 거기가 그래도 중부 지역에선 제일 커서 도매업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많이 된다네요.

남편 후배가 다음 날 "조선옥"이라는 좋은 고기집에 데려가서 맛있게 차돌백이를 먹기는 했는데, 그차 뒷꽁무니만 따라갔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도 기억 못하구요. 거기 역시 주변에 다른 한국 업소 간판은 보지 못했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시카고에서 한국 음식 제대로 먹기는 힘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첫날 먹었던 "토다이"의 스시는 끝내줬습니다. 토다이는 Schaumburg의 Woodfield Shopping Mall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