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7일 일정으로 유타주 국립공원과 라스베가스까지 주욱 둘러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라스베가스의 인공적인 번쩍거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더군요. 미라지에서 잤는데 다음부터는 스트립쪽 말고 약간 떨어진 곳의 아담한 호텔에서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다시 내 돈내고 라스베가스를 갈 것 같지는 않지만요).
순전히 도박을 위한 호텔이지 가족용 숙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복도의 길이가 무지하게 긴데다가 방까지 올라가는데도 반드시 카지노를 지나가야 하고 짐 싣고 내리는 것도 너무 불편하고. 매번 아이들을 데리고 그 넓은 카지노의 담배연기속을 지나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경악스럽더군요. 호텔방이 호화롭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편히 쉴만한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가지 마음에 들었던 건, 엘리베이터옆 식당가 중에서 The Noodle Kitchen인가 하는 식당이었습니다. 다른 식당들은 들어가기도 무섭게 비싸게 생겼더니만 여기는 가볍게 한끼를 때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국수 한그릇에 10불이었는데 국물이 너무 시원하고 진국이었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남편이랑 둘이서 한 종류씩 골라서 두 그릇을 시켰었는데 둘 다 너무 맛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숙소는 유타주의 Arches 국립공원에서 잤던 Archway Inn이 최고였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모텔6가 깨끗해보여서 하룻밤을 잤었는데 지은 지 3년밖에 안되어서 깨끗하긴 했지만 침대매트리스도 다 꺼져가고 히터의 모터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밤잠을 설쳤지요. 혹시나 하고 그다음날은 Moab의 초입에 제일 처음 나오는 Archway Inn에 들어가봤는데... 정말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콘도같은 곳이었어요. 방도 널찍하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개수대까지 모두 갖춰져있어서 가족용으로는 정말 딱이더군요. (제가 잤던 호텔중에서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있는 곳은 거기뿐이었어요)
모압에서는 식사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아예 밥해먹을 준비를 잔뜩 해갔었는데 너무 요긴하게 잘 해먹고 왔습니다. 깔끔한 데다가 편리하기까지 - 무엇보다 하룻밤에 45불. 한 방에 어른 네 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45불 받더군요. 감동~
(AAA 회원이면 10% 할인을 받으니까 40불쯤 되겠네요.)
참, 아침엔 Continental Breakfast도 잘~ 나오더군요.
Archway Inn에서 하룻밤 자고 나니 라스베가스의 The Mirage에서 이틀밤을 잤던게 정말 돈아깝더라구요.
아치스 국립공원도 생각보다 좋더군요. 볼 거라고는 아치모양 돌덩어리 하나밖에 없다는 악평을 들은지라 별로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Trail을 따라 걷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 둘러보았더니 반나절이 가더군요. 한여름엔 더워서 기절할 지경이라 구경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더니 겨울이 왜 비수기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희는 구경을 실컷 잘 하고 왔습니다.
브라이스 케년에서는 아줌마방에서 추천하신 대로 공원입구의 Best Western Ruby's Inn인가 하는 곳에서 잤는데, 일몰이나 일출을 보려면 여기서 안 자고는 안되겠더군요.
다른 숙소들은 다들 너무 떨어져 있어서 공원까지 차로만 한 20분 넘게 달려와야겠더라구요.
덕분에 일출은 보았지만 새벽이라 너무너무 추웠습니다. 여행하는 일주일내내 봄날씨처럼 계속 따뜻했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파카 하나 달랑 걸치고 일출을 보러 갔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녁은 정말 춥더군요.
일출도 멋졌지만 제 생각으로 일몰이 더 멋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몰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는데, 브라이스 캐년은 봄이나 가을쯤 한번 더 가볼 생각입니다. 너무 좋더군요. 같이 갔던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랜드캐년보다 훨씬 낫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아예 브라이스캐년에서만 이틀 정도 머물면서 주욱 제대로 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자연경관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Ruby's Inn은 그냥 평범했습니다만 위치상 다음번에도 거기서 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염이 있는 저로서는 고물히터 덕분에 고생을 좀 해야했습니다만.
음식은 라스베가스에서는 계속 사먹었고 유타주에서는 계속 해먹었습니다. 낮에는 블루스타를 가져가서 물끓여서 컵라면을 먹었고 저녁에는 전기밥솥에 밥을 지어서 가져간 반찬이랑 먹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전기주전자를 이용하는게 훨씬 편하더군요. 물론 국립공원안에서 물을 끓여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일반 고속도로 Exit에서는 웬디스나 KFC같은 곳에 다들 전기콘센트가 있어서 거기다 주전자만 꽂으면 5분안에 물이 끓더라구요. 처음엔 몹시 미안해하며 아기분유때문에 전기를 좀 쓰겠다고 양해를 구했었는데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쓰라고 하더군요. 하긴 못쓰게 할 거면 콘센트를 아예 설치해놓지도 않았겠지요. 덕분에 아기 분유 물 끓여서 보온병에 가득 담아놓고 남은 물로 컵라면도 잘 먹었습니다. (좀 궁상스럽나요..^^) 물론 치킨은 한조각씩 사먹어줬지요.
(이번 여행으로 전기주전자의 위력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햇반에 미원인지 방부제인지를 너무 많이 넣는다는 말이 있어서 저는 전기밥솥까지 따로 들고가서 밥을 해먹었지만, 햇반을 가져가는 경우엔 전기주전자에 물만 끓이면 되겠더군요. 전기주전자는 1.5리터 데우는데 5분도 안 걸리더만 자이언 국립공원의 Picnic Area에서는 블루스타로 한 주전자 가득 물 끓이는데 20분이 넘게 걸렸어요. 이번 여행때문에 타겟에서 30불인가 주고 필립스 전기주전자를 샀는데 이제는 그 주전자를 매일 얼마나 요긴하게 잘 쓰는지 모릅니다.)
솔직히 여행다니면서 잠은 편하게 자야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숙소 정하는 게 제일 신경이 쓰였습니다. 혹시 저같은 분들이 계실까봐 후기를 올립니다.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