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보스톤에서의 첫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해서 점심 도시락을 싸고 짐을 대충 정리한 뒤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다운타운까지 차를 갖고 가려고 준비 했던 우리는 호텔에 바로 트롤리 버스가 온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차를 주차장에 파킹한 뒤에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가게 되었다. 원래는 덕 투어를 할 예정이었는데 80분간 차를 타고 시내를 한바퀴 도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안 우리는 걸어 다니며 이 도시를 느껴 보자는 의미에서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항상 어딜 가면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는 아이들의 요구가 걱정이 되었지만 다운타운에서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스타 벅스 같은 곳이 군데군데에 많이 있다는 게 참 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컵에다가 볼일을 보려는 딸 때문에 길바닥에서 희안한 장면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연출하곤 했다.
오전엔 트롤리를 타고 한바퀴 돌다보니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아서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보스톤 common이라는 시내의 한 공원에서 시작하는 Freedom Trail을 하기 시작했다. 프리덤 트레일은 다운타운의 명소를 도로의 바닥에 붉은 벽돌 타일로 한 줄로 깔아 놓은 것인데 이것만 따라 가다보면 대충은 다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리도 걸어서 건너고 예쁜 건물도 구경하고, 퀸시 마켓에 들러서 여러 먹을거리도 구경하고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치킨 데리야끼 덮밥을 사서 5명이 정신 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그 와중에도 재미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냥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편안해 지는 것이 그 도시의 분위기에 젖어 들 수 있었다.
해가 지려고 하자 어느 순간부터 피로감이 확 몰려오는 것이 아이들이 먼저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 얘기를 해서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일찍 쉬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 왔다. 저녁을 일찍 해먹은 우리는 수영장에서 피로도 풀 겸 쉬다가 여행 4일째의 밤을 보냈다.



<다섯째날>
어젯밤에 푹 쉬고 일찍 잠을 잔 덕분인지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생기가 돌고 힘이 넘치는 것이 오늘 하루가 아주 즐거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시간 절약을 위해 다시 밥을 해서 점심 도시락을 챙기고 준비를 끝낸 아침을 먹고 다운 타운에 도착을 해서 트롤리 쿠폰에 있던 프리 티켓으로 배를 타고 보스톤을 멀리서 보며 오래되고 전통 있는 이 도시를 다시 한번 느끼며 젊음의 활기가 느껴질 캠브리지로 향했다. 먼저 MIT에 도착한 우리는 main campus를 찾기 위해 학생 사무실에서 안내 책자와 지도를 받아서 돌아 다녀 보았다. Music Library에서 헤드폰을 끼고 피아노 연주에 빠져 있는 한 젊은이를 보며 같이 그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MIT에 음악과가 있고 레슨실과 연주용 강의실이 있다는게 생소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문이 열린 강의실에서는 아이들이 강의용 의자에 앉아 폼도 잡아 보고 앞면 벽에 걸려 있은 슬라이딩 칠판을 보며 왜 칠판이 여러 개 인가를 설명해 주자 무척 신기해 하면서도 공부할 것이 얼마나 많았으면 다 쓰지도 못하느냐면서 무척 놀라워 했다.
main campus에서 사진을 한 컷 찍고 난 우리는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고 The Coop에 가서 기념이 될만한 것을 찾다가 모자를 한개 사서 먼저 큰 아이에게 선물을 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서 이번에는 Havard University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려다가 걸어 가자고 마음을 먹고 더운 날씨였지만 거리 풍경도 보면서 걷다 보니 Havard라는 글씨를 보고 너무 반가워서 빠른 걸음으로 어떤 건물로 들어가니 Information Center가 있고 그 곳에서 Campus Tour가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도 그 Tour에 같이 참가하기로 했다. 학교 건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는데 캠퍼스 안을 들어가 보니 Harvard를 보러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이들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진 우리는 투어 중간에 빠져나와서 John Harvard의 동상 앞으로 가서 그의 발을 잡고 사진을 찍으면 후에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애기가 전해져 오는 그 동상의 발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정말 우리뿐만 아니라 여기에 오는 모든 이들이 그의 발을 잡고 찍고 있었고 또 많이 찍어서 인지 손이 닿는 그 부분만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고 빛이 나고 있었다. 하버드의 캠퍼스는 진짜 예쁘다는 느낌이 왔다. 거기에 있다보니 한참을 머무르고 싶다는 느낌에 캠퍼스를 돌다가 클래식 뮤직 콘서트를 준비하는 곳에서 좀 쉬어 가기로 했다. 잔디에 앉아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있다보니 마냥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세곡을 들었을 때 지휘자가 어린이중에 무대로 올라올 친구들은 뛰어 오라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아들 두 녀석이 재빨리 뛰어 나가는 것이었다. 잔디에 누워 있던 남편은 사진을 찍기 위해 벌떡 일어나서는 쫒아가고 그 지휘자는 우리 애들과 다른 아이 한명에게 이번에 연주되는 곡에 맞춰 같이 춤을 추자는 것이었다. 음악은 시작되고 아이 세 명과 지휘자는 재미나게 음악에 맞춰 탭댄스 비슷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지휘자를 따라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재미가 나던지 한참을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예쁜 하바드의 캠퍼스를 나온 우리는 Havard The Coop에 들러 기념 사진을 찍어 모아 놓은 책을 구경하면서 모자를 하나 사서 이번에는 작은 아들에게 선물을 했다.
힘이 다 빠져서 더 이상은 걸을수 없다는 아이들과 Havard Square를 한바퀴 돌아보고 하바드 역에서 레드라인을 타고 북적거리는 캠브릿지를 뒤로 하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날 밤 우리는 지도와 모아 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넷으로 뉴욕의 숙소를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