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째 계속........

금문교를 멀찌기서 감상한 후 저희는 Pier 39쪽으로 가서 Golden Gate Cruise를 타려고 Citypass를 보여주고 티켓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맞는 바다바람은 굉장히 차고 서늘하더군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절로 따뜻한 클렘차우더 생각이 나더군요.

남편은 알카트라즈 섬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크루즈를 은근히 원했는데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더니 정말 당일은 표가 다 팔렸더라구요. 저희가 탄 골든게이트 크루즈는 뭐 사실 아주 단순한 코스였습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까지 가까이 가서 중간에 알카트라즈를 지나쳐 다시 pier39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시간이 한 30~40분 정도 걸렸던거 같아요.

화창한 날이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바닷바람도 너무 세차고 안개까지 짙게 끼여서 골든게이트 브리지의 진면모를 만끽하지 못한 감이 있어서 좀 아쉬웠어요. 아침시간이라 그랬는지 배에 탄 사람들도 얼마 안됬구 예전에 탔던 기억을 되살려보니 배도 이젠 많이 낡았고 일인용 안내 헤드폰도 안 나눠주고 또 선실 밖으로 나가서 태평양과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보기엔 너무 춥고 바람이 거세서 몇분 못 있다 선실로 들어오게 되더라구요.

남편은 솔직히 기대이하였다라고 얘기하더군요. 근데 알카트라즈로 가는 크루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그냥 우리도 미리 예약할걸 그랬나 하는 일말의 후회감이.....

배에서 내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몇 컷 찍고 sea lion도 보고(근데 몇마리 없더라구요, 꽥꽥 하는 소리도 안내고 대부분 자고 있거나...) 가는 길에 노점에서 클램차우더를 하나 사서 먹었습니다. 목구멍을 타로 흘러내리는 진하고 따뜻한 국물과 씹히는 감자와 쫄깃한 조갯살….수프를 안 좋아하는 저희 남편도 맛있다고 먹었네요.

Fisherman’s Wharf에 쭉 늘어서있는 쇼핑숍들을 구경도 하고 또 기념으로 마그넷도 사고 아들아이가 눈독들인 모형케이블카도 사주고 하면서 점심을 먹으려고 계획한 장소인 Inn & Out을 찾아갔습니다.

아…저는 정말 왜 Inn & Out이 한정된 서부 몇몇 도시에만 있어야만 하는지 참 아쉽습니다….이렇게 맛있는 햄버거집이 중부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 안되는 단순한 메뉴도 맘에 들고, 핑크레모네이드와 바싹하지 않은데도 질감이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틀린 프렌치프라이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햄버거빵속의 신선한 야채와 갓 구워져나온 소고기 패티죠.

1시의 Inn&Out은 정말 돛대기 시장마냥 수도없이 넘쳐나는 사람들로 붐비더군요. 자리도 간신히 잡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겨우 점심식사를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저희는 서둘러서 오후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오후일정은 미리 예약해 둔 Muir Woods & Sausalito tour였습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끝나는 투어였는데 마침 대행사인 Super Sightseeing Tour가 Fisherman’s Wharf쪽에 있더군요. 저희는 미리 hotwire.com을 통해 예약했는데 직접 당일날 가서 예약했어도 됬겠더라구요.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타고 금문교를 지나 Muir Woods로 갔습니다. 음…이 곳은 하늘높이 쭉쭉 뻗어있는 고목들과 수풀로 울창한 곳인데 저희가 돌아볼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불과 50분여 정도였고 이미 지친 아이는 유모차도 안 가지고 간 상태에서 여기저기 돌아보며 다니는 거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에 초입에서만 대충 보고 나오고 말았습니다.

신기한건 고목들을 자른 단면의 색깔이 붉은색이더군요. 그래서 red wood라고 불리더군요. 낮잠도 못잤다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아이때문에 저나 남편이나 영 기분이 상했지만 그래도 멋진 곳이었음에는 틀림없었습니다.

대충 발도장만 찍고 나온 후 간 곳은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산다는 소살리토였습니다. 장만옥이 나온 영화 “소살리토”를 보진 못했지만 정말 듣던대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이더군요.

환한 오후햇살 아래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들을 보니 바로 한장의 엽서에 옮겨놔도 손색없을 듯한 풍광이 떠오르더라구요. 그곳의 Farmer’s market에 가서 싱싱하고 때깔좋은 과일도 보고, 직접 구워온 다양한 종류의 빵들도 보고 몇 개 사서 맛도 보고, 가이드아저씨가 추천해준 파머스 마켓의 Rotisserie chicken도 반마리 사서 분수대 옆의 벤치에 앉아서 이른 저녁을 먹었답니다.

미씨방에서 여러분들이 추천해주신 Spinnaker라는 레스토랑도 봤는데 정말 그 곳에서 식사를 하면 왠지 특별한 기분이 들겠던데요. 눈앞에 시원스레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멀리 금문교가 보이고 가까이는 새하얀 요트들이 늘어서 있을 테니까요. 음식의 맛 또한 훌륭하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보면 한번 가볼걸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도 생기네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살리토를 오가는 페리가 있어서 구지 차를 렌트하거나 데일리투어를 안 했어도 될거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요. 차라리 페리를 타고 왔더라면 시간에 쫗기지 않고 그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에 좀 더 한가로이 머물면서 여유롭게 구경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렇게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이른저녁으로 때운 통닭구이 덕에 나중에 출출하면 야참으로 컵라면이나 먹지 하면서 아무 목적없이 유니온 스퀘어 주변의 쇼핑샵들을 들락날락하면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날 식비는 클램차우더 $4.25, 인앤아웃 햄버거 $10.50, 파머스마켓의 통닭구이와 빵 $10.50, 이렇게 해서 대략 $25정도가 들었네요.

데일리투어는 제공되는 차편도 고속관광버스이고 운전사겸 가이드 아저씨의 자세한 설명도 좋았고 투어에 참가하는 인원의 수도 열몇명 내외정도인데 그럭저럭 할 만 했습니다. 단지 가이드 아저씨가 상당히 이것저것 많은 재미난 얘기들을 해 주는 것 같은데 제가 알아들은 것은 아저씨가 말한 내용의 반도 안되더군요. 아무리 집중해보려 해도 빠르게 웅얼거리는 영어에, 또 크고 편한 차에 타니 피곤이 몰려오면서 졸음도 오고, 하여간 가이드의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한 제 부족한 영어실력을 또한번 탓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참, 돌아올때는 일일이 사람들을 호텔 앞까지 다 내려주니 이것 또한 편했어요.

내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같은 대행사의 투어상품을 예야가해서 Monterey & Carmel을 가 예정이라 간단히 배낭을 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