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째

오전 10시 55분 캔자스시타 발 United Airline을 타고 덴버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니 현지시간으로 3시 반쯤 되더군요.

호텔까지의 이동수단은 미리 집에서 hotwire.com을 통해 예약해둔 SuperShuttle Trasnportation Systems의 밴이었습니다. 일인당 13불씩 주고 예약했구요.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바로 Airport shuttle이나 Van을 위한 blue-stop sign이 가까운 위치에 있었어요.

밖으로 나오니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상쾌함과 청량함 그 자체였습니다. 기온은 화씨 70도가 채 안됬구요 밝은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인해 아, 우리가 정말 샌프란시스코에 오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현지에 도착한 첫날이 햇빛이 나온 맑은 유일한 날이었고 저희가 떠나는 날까지 기온은 계속 70도가 안된 반면 햇볕은 안 나고 흐려서 시원하다 못해 오히려 서늘하고 추운 느낌까지 들었답니다.

저는 결국 못 버티고 중간에 올드네이비에서 아쉬운대로 도톰한 후드티까지 사 입고 다녔답니다. 남편은 6일내내 혹시 몰라 비상으로 가져간 바람막이 재킷에 긴바지만 입고 다녔구요 저희 아이는 내복에 긴팔 티셔츠에 가을용 점퍼까지 단단히 입고 시내를 누볐습니다. 출발하기전 미리 weather.com에서 날씨까지 체크하고 갔는데도 설마 한여름인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서늘할려구….하며 대충 여름옷 중심에 아주 얇은 긴팔 몇벌 넣어갔는데 완전 판단착오였습니다. 아이는 맨발에 샌달신겨 종일 돌아다니니 발도 아파하고 춥다고 하더라구요. 저역시 cropped pants에 여름 슬리퍼만 끌고 하루종일 시내를 누비기엔 좀 으슬으슬하고 아침, 저녁때 불어오는 세찬 바닷바람에 저절로 몸이 움추려들더라구요.

앞으로 가시는 분들은 저처럼 미련하게 고생하지 마시고 꼭 두꺼운 스웨터나 점퍼, 양말과 운동화, 긴바지를 꼭 준비해가세요.

도착해서 호텔 체크인 하고 짐도 대충 풀고 하니 슬슬 배가 출출해오더군요. 남편과 만장일치로 먼저 저녁부터 먹고 시내좀 돌아보자 하고 윤회님의 여행정보를 참고로 동백이라는 한식집을 찾아갔습니다.

너무나 반갑게도 저희 호텔과는 불과 두블록 떨어진 거리였습니다. 돼지고기 볶음과 설렁탕을 주문했는데 두가지 다 아주 훌륭했습니다. 양도 당연히 많았구요. 같이 나온 밑반찬들도 다양했고 맛도 다 무난했습니다. 중부시골에서 항상 한국음식집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 했던터라 저희 세식구는 아주 만족스럽게 포식을 하고 돼지고기 볶음은 양이 많아서 따로 싸가지고 오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배불리 먹고 저희가 지불한 돈은 팁 포함 25불정도였습니다.

배를 따뜻이 하고 유니온 스퀘어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케이블카도 보고 수많은 인파도 보고 밀집해 있는 쇼핑샵들과 백화점들도 보고 넘쳐나는 homeless들도 보고..남편과 저는 우리가 정말 사람사는데 같은곳에 왔구나….흥분해하면서 도착 첫날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유니온스퀘어에서는 재즈공연도 있었고 재즈에 맞추어 우아하게 춤을 추는 노부부의 모습과 노천까페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즐기는 젊은 이들을 보면서 저역시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확 트이더군요.

쇼핑에 관해서라면, 정말 모든게 다 있더군요. Urban Outfitters, Benetton, Anthropoligy, Burkenstock, French Connection, Crate & Barrel 등등과 온갖 백화점들(Macy’s, Saks Fifth Avenue, Neiman Markus…..) 그리고 각종 명품매장들(Gucci, Ferragamo, Louis Vutton….). 저희 동네에서는 볼래야 볼수도 없었던 온갖 쇼핑샵들이 다 있는걸 보고 잠시 흥분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결국 뭐하나 산건 없지만 서도… 케이블카도 타보고 싶었는데 저희가 씨티패스를 그 다음날 박물관이나 visitor center에서 직접 픽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하루만 참기로 하고 이날은 호텔에 들어와서 푹 쉬었습니다.

2일째

아침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저희 가족에겐 거의 새벽이나 다름없는 이른 시각에 저절로 기상을 했습니다. 아마도 여행이 주는 흥분과 긴장, 설레임 때문에 이런 불가능이 일이 일아났나봅니다.

한여름에 외부온도도 서늘한데다가 호텔방의 냉방도 너무 빵빵했던 탓에 우습게도 저희는 밤에 난방까지 하고 자는 일까지 저질렀습니다. 아침에 준비해온 햇반과 여러가지 밑반찬들, 국삼아 컵라면 하나 끓이고, 어제 동백에서 남은거 싸가지고온 돼지고기 볶음을 차려서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아침치고는 상당히 거하게 먹었죠. 분명히 컵라면 냄새며 여러가지 마른반찬 냄새며 돼지고기 양념냄새에 룸메이드가 분명 놀랄거 같아 이틀이나 삼일에 한번꼴로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솔직히 호텔에서 잠만 자서인지 메이크업 서비스를 맨날 받기도 그렇더라구요) Privacy 팻말을 문앞에 걸어두고 하루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유니온 스퀘어 근처에 있는 visitor center에 가서 최대한 빨리 Citypass를 픽업하는 것이었죠. 이게 있어야 저희는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또 골든게이트 크루즈며 기타 여러 박물관들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 특히 내일부터는 미국여행사의 daily tour를 시작할 예정이었기 떄문에 오늘 부지런히 저희 가족끼리 시내관광을 해야 Citypass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급한 마음에 오전 8시 조금 넘어선 시간에 visitor center에 갔더니 아, 오전 9시에가 문을 여는 것입니다.

저와 남편이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가 Citypass에 있는 박물관들이며 또 이런 visitor center며 관광객들이 주 고객일텐데 박물관은 무려 아침 10시 되야 개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시간이 돈인데 저희는 모처럼 부지런히 준비하고 나갔다가 갑자기 오전 9시까지 뭘 하지..하며 난감해 했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케이블카 타겠다고 길바닥에서 생떼를 쓰고 그 시간이 끼니때울 시간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쇼핑숍들도 당연히 문연 곳이 하나도 없기에 저희는 하릴없이 유니온 스퀘어를 위, 아래로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때웠습니다.

이런 상황은 마지막날 박물관 순례를 할때도 이어졌죠. 오전 10시까지의 시간이 텅 비는거죠. 하지만, 그래도 유니온 스퀘어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저희는 솔직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여전히 흥분되고 신났죠. 정신없이 오고가는 사람들과 아침부터 어슬렁거리며 길을 배회하는 homeless들, 케이블카에 매달려 좋아라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잠시 난감했던 기분을 잊었죠.

9시에 문이 열리자마자 Visitor center에서 Citypass를 받고 저희도 벼르고 벼르던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Visitor center있는 쪽에 바로 케이블카 종점이 있더군요. 종점은 시간에 관계없이 항상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더군요. 저희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날때까지 줄을 기다리면서 한번만에 케이블카를 타 본적이 없었습니다. 최소한 두, 세번은 케이블카를 보내고 그 다음에 간신히 탈 수 있었어요.

막상 케이블카에 오르니 속도도 느리고 신호등도 자주 걸리고 시끄럽기도 하고 했는데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교통수단이기에 다른 사람들이나 저희나 그저 신기하고 즐거워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관광요지들(차이나타운, Fisherman’s wharf, Lombard Street)을 바로 관통한다는 점도 관광객들에게는 이용하기 편한 수단이었구요.

종점인 Fisherman’s Wharf에서 내려서 안개가 어스름하게 깔린 태평양과 금문교를 보았습니다. 참, 뭐랄까…대학때 막 입시를 치르고 촌스럽고 어리버리한 애송이가 미국에 첨 와서 금문교 위를 걸어다녔을 때 제가 느낀 기분은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죠. 그 위에서 한가로이 산책하거나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맑은 날 햇살이 따뜻한 초여름날 금문교 위에서 제가 맛본 자유는 두고두고 언젠가 한번 더 여기를 꼭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나서 거의 10년 후 이렇게 남편과 아들과 다시 왔다는 사실만으로 저는 속으로 가슴이 매우 벅차더군요. 금문교는 여전히 그때 그 모습으로 우뚝 바다 한가운데 서 있고 여전히 수많은 차들이 그 곳을 건너고 있었고 관광객인지 여기 사람들인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건너고 다리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