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목) Panguitch 290mile(US89N-AltUS89N-US67-AltUS89N-US89N)
(Grand Canyon North Rim)

작년에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한 곳중 하나가 Grand Canyon North Rim과 Bryce Canyon이었는데, 2박3일의 짧은 기간동안 이 두 곳과 Zion Canyon, Las Vegas까지 둘러보는 무리한 일정탓에 소위 “찰칵, 부르릉”이라는 관광버스식 수박겉핥기의 여행이 되었다는 아쉬움이 컸었다. 자이언 캐년은 지난 봄에 한번 자세히 둘러 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랜드캐년 노스림과 브라이스캐년을 다시 한번 돌아 보기로 한 것이다.

오늘은 Page의 숙소를 출발해 그곳에서 100마일 이내에 있는 그랜드캐년 노스림으로 향했다. 작년 11월에 처음 왔을 때 이곳은 그야말로 황량하고 을씨년 스러운 곳이었다. 관광객들은 구경도 할 수 없었고, 날씨 또한 너무 추워 정말 사진 딱 한컷만 찍고 돌아온, 그런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가는 길에 잠시 글렌캐년 댐 위의 Navajo Bridge에 들러 몇 달전 유타주변 국립공원을 돌던 때를 회상할 기회를 가졌다.

10시 40분쯤 도착한 그랜드캐년 노스림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Bright Angel Point,, Point Imperial 등을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정말 미국이 거대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장엄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랜드캐년만 오면 그 웅장함에 압도되는 나 자신을 새삼 느끼게 된다.

1시 30분 오던 길에 있던 rest area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해 먹었다. 아리조나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었던 rest area가 유타로 넘어오니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주마다 관광정책이 다르기는 다르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6시(실제로는 5시였으나 MT가 다시 적용됨)쯤 우리 목적지인 Panguitch에 들러 바비큐용 고기와 몇가지 용품을 산 후, KOA에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곳 코아는 지난번 보다 시설은 더 열악하면서 값은 더 비싸 솔직히 코아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지는 그런 날이었다.

기름값 $51.41
숙박비 $53.5
고기 등 $38.97
총 $144.33

7월16일(금) Salt Lake City, 300mile (US89S-SR12EW-US89N-SR20W, I15N)
(Bryce Canyon NP)

오늘은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었던 브라이스 캐년을 구경하고 솔트레이크시티로 이동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솔트레이크시티에서도 Temple Square 등 몇군데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부터 서둘렀다.(6시 기상 7시20분 출발)

8시가 안되어 도착한 브라이스캐년은 그 진가가 이미 알려졌는지 벌써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Sunrise, Sunset, Inspiration, Bryce Point 등 브라이스캐년내 소위 Amphitheater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포인트마다 들러 말로 표현하기 힘든 브라이스 캐년의 절경을 감상했다. 아내도 지난번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는 듯 했다. 자연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한계는 오늘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듯 했다.

공원내 약 20마일의 코스중, 지난번에는 초입부분만 구경하고 돌아갔던 관계로 오늘은 끝쪽에 있는 Rainbow Point등 전체를 돌아 보기로 했다. 들르는 곳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는 곳, 브라이스 캐년의 참맛을 느낀 하루였다. 말을 타고 하는 trail이나, underground trail을 했더라면 더욱 금상첨화였겠지만 애들이 너무 어린 관계로 그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계획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늘은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하루였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rest area(유타주나 뉴멕시코주에서는 심심찮게 시설이 잘 갖추어진 rest area를 볼 수 있음)에서 애들은 짜장밥, 아내와 나는 라면(컵라면 아님)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Salt Lake City로 향했다.(1시) 정상적으로 왔더라면 5시가 안 되어 도착할 수 있었으나, 약 1시간여를 남겨놓고 만난 자동차사고로 인한 정체, 그리고 세찬 비바람 덕택에 30분이상을 지체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솔트레이크시티 남쪽 20마일 정도에 있는 coppermine이라는 유명한 구리광산에 들렀으나, 비는 그곳에서도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아쉬운 발길을 뒤로 하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6시30분이었다. 이틀동안이나 수영장을 못가 불만이 쌓인 애들을 달래기 위해 아내는 도착즉시 수영장으로 직행을 했다. 오늘 오랜만에 한국식당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식당 위치 파악, 숙소 예약 등의 준비는 내 몫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오후의 계획은 대체로 실패작. 고려정(Korea House)이란 곳으로 갔는데 거의 40불이나 되는 가격에 비해 음식은 약간 미흡한 점이 있었다. 특히 아내는 영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차라리 다음에는 중국식 뷔페나 가잔다...

기름값 $21.43
숙박비 $65.22 (Bestwestern Garden Inn)
외식비 $42.21(Tip 포함)
아이스바 $1.56
총 $130.42

7월17일(토) Estes Park, 490mile(I80E-US287S-SR34W)
(Salt Lake City내 Temple Square)

어제 예정했던 솔트레이크시티 관광을 하나도 못한 탓에 오늘은 가장 유명하다는 Temple Square만 보고 콜로라도 쪽으로 가기로 했다. 기상시간은 여느때와 비슷하게 6시 30분. 호텔에서 주는 콘티넨탈 식사가 나름대로 내실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8시가 좀 넘어 숙소를 나왔다. 몰몬교 사원이 있는 템플 스퀘어는 숙소에서 약 10분 거리밖에 안되는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가보니 Visitor Center 오픈 시각은 9시였고, 무엇을 봐야할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 보니 우리끼리는 그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고작이었다. 9시가 되어 비지터센터로 가니 우리를 안내해줄 한국인을 소개해 주었다. 거제도가 집이라는 아가씨였는데 자원해서 이곳으로 선교 자원봉사를 왔다고 한다. 나름대로 뚜렷한 신앙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하여 보기가 좋았다. 몰몬교 사원을 짓는데 20년이 걸렸고, 왜 유타주를 대표하는 새가 갈매기인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약간의 목적의식(선교)을 가지고 해 주었다. 한시간정도의 투어와 설명을 들은 후 우리끼리 이곳저곳을 돌아다 보았다. 마침 토요일에는 뚜렷한 행사 같은 것이 없어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다. 알고 보니 어제 저녁에도 음악회 같은 것이 열렸다고 하는데, 그럴줄 알았으면 어제 도착하는대로 이곳으로 먼저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국립공원의 경치들이야 언제든지 가면 볼 수 있지만, 대도시내의 관광지는 행사시간을 사전에 알고 가는 것이 특히 중요한 것 같았다.

12시에 있다는 오르간 연주를 듣고 싶었으나 오늘은 약 500마일을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인 관계로 하는 수 없이 11시쯤 솔트레이크 시티를 떴다. 내일의 목적지가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 곳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Estes Park라는 KOA에 예약을 한 바 있다. 아무래도 여관이 좀 편한게 사실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코아의 가격이 싼 점을 고려했다. 거의 500마일 가까운 길을 혼자서 운전하려니 솔직히 버거운 느낌이었다. 그동안도 하루에 450마일을 운전하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운전하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로함이 덜했지만, 오늘은 마냥 달려야 하는 관계로 상당히 힘이 들었다. 아무튼, 중간에 식사와 쇼핑 등에 어느 정도 시간을 소요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8시간을 운전한, 조금은 피곤한 날이었다. 8시가 넘어 도착해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끓여 깜깜한 가운데 배를 채우고 나니 그래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름값 $39.13
숙박비 $50.47(Estes KOA)
식료품구입 $38.80
애들 간식 $7.85
총 $136.25

7월18일(일) Aurora 180mile
(Rocky Mountains NP)

바로 코앞에 목적지가 있다는 생각에 오늘은 조금은 여유를 부렸다. 7시에 기상후 코아를 출발한 시각은 약 8시 50분.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못한 채 공원으로 가니 왠 차들이 그리 많은지.. 여행가이드에서 본 대로 먼저 Bear Lake로 가려고 차를 몰다 중간에 경치좋은 곳에 들러 사진을 찍으로 하는데.. 아뿔싸. 어제 배터리 충전하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면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가까운 비지터센터로 가서 충전을 부탁했다. 최소한 30분 이상은 해야 할 것 같아 그동안 그곳에서 상영하는 록키마운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하고 나니 벌써 10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지만, 그래도 볼 것은 봐야 겠다는 생각에 Bear Lake로 차를 몰았다. 2년전에 난 불 때문에 요즘 공사중이라, 베어레이크까지는 차를 못 몰고 가고, 그 5마일 정도 전에 주차를 하고 셔틀을 이용해서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그 넓은 주차장을 다 돌아봐도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오던 길로 돌아가 길가에 겨우 차를 세우고 약 400미터를 돌아서 걸어왔다. 이렇게 어렵게 간 베어레이크는 솔직히 실망. 우리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가 아니라 일종의 등산코스로 이용되는 곳이었다. 호수까지 가는데만 200미터 정도이고, 주변의 폭포나 다른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1마일, 많이는 4~5마일은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애들에게는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

벌써 12시가 넘어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Trail Ridge Road(일종의 관광도로)로 가는 도중 피크닉 장소에 들러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이번 여행은 나름대로 식단의 다양화를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두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갑자기 바쁜 생각이 들어 서둘러 차를 몰았다. 록키마운틴은 그동안 보았던 많은 국립공원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보이는 호수와 계곡, 높이 올라갈수록 달라지는 나무들의 높이, 그리고 정상에 있는 만년설까지. 참으로 마음이 평온해 지는 그런 국립공원이었다. 특히 이곳은 정상은 툰트라 지형으로서 큰 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이고, 곳곳에 눈들이 쌓인채 녹지 않는 곳이었다. 한 여름에 직접 눈위에서 아이들과 눈싸움하는 기분이란...

해발 3700m에 달하는 곳까지 차를 몰고 가다보니 곳곳에서 멋진 경관과 trail 코스들이 나타났다. 다 보고 가야겠다는 욕심에 Point 마다 들러 걷고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5시. 애들은 지쳐서 제발 그만 걷자고 한다.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목적지로 차를 돌렸다. 오늘은 한국마켓에 들러 식료품을 구입해야 하고, 오랜만에 중식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자칫하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차를 몰고 싶었으나, 이미 국립공원내에서 스피드 티켓을 끊은 경험도 있어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게다가 내려가는 길은 왜 그리도 구불구불 험한지.. 설상가상으로 일요일 행락을 마친 인파들이 한꺼번에 도로로 몰려들어 I70번 도로는 1시간 가까이 차로 꽉 차 있었다. 어찌어찌 해서 한국마켓에 도착하니 8시 10분. 8시에 문을 닫는다는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몇가지 물품을 구입하고, 미리 알아 놓았던 중국집으로 차를 돌렸는데.. 이게 왠일인가!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것이 아닌가. 자장면 먹을 꿈에 부풀어 있던 아이들의 실망한 그 표정이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는 기분이 왠지 처량한 그런 날이었다.

저녁 9시30분이 넘어 숙소에 도착해 아내는 그 동안 쌓인 빨래를 하느라, 나는 밀린 일기(여행기) 쓰기와 컴퓨터 정리 등으로 새벽들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에 너무 여유 부리다 더욱 피곤해진 그런 하루였다.

기름값 $10.00
숙박비 $51.70(Aurora Crossland)
빨래방 $6
식료품구입(미도파마켓) $53.31
총 $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