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째날
금요일 아침 먹다말고 갑자기 결정을 한 여행이라서 미리 숙소를 예약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공원 내에 lodge가 여러군데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건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을것 같아서 그냥 공원 근처로 알아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동네도 없고, 비싸고 해서 좀 멀리 떨어진 Delano라는 동네에서 금요일 밤을 지냈습니다. 금요일이고 바쁘지 않은 때라서 적당히 눈치 보다가 한시간 정도 일찍 퇴근을 했는데도, 부랴부랴 짐 싸고 먹을거 챙기고 하다보니 벌써 출발 예정시간을 넘겨버렸지 뭡니까. 그래도 겨우겨우 아이들 잠 잘 시간에 맞춰서 호텔에 도착. 짐 풀고 씻고 그냥 다들 꿈나라로~
2. 둘째날
하이얏 플레이스에 묵었는데, 여기서 제공하는 공짜 아침이 좋더라구요. 베이컨도 맛있고, 과일도 제대로고, 커피도 맛나고. 아침 든든히 챙겨 먹고 커피도 한 잔 더 챙겨서 세코야 공원으로 출발. 가는길에 이름모를 과일나무들 실컷 구경하고 갔어요. 대충 보니 오렌지, 레몬, 아몬드 등등의 나무더라구요.
남쪽 입구로 들어갔는데, 세상에.....길이 이렇게 꼬불꼬불한 길인줄 몰랐어요. 거의 유턴 수준으로 구불어지는 구간이 여러번 나옵니다. 밤중에 이 길을 다니는건 정말 위험할 것 같더군요. 그리고 운전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이 길 운전 안하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중간에 공사를 하느라 신호등을 설치를 해 놓았어요. 일반 도로 좁은 곳에서 공사하는 구간에 가면 사람들이 "slow" "stop" 사인 뒤집어 가면서 교통 통제를 하잖아요? 한쪽씩 차량을 보내느라고. 이걸 신호등이 대신 하고 있는건데, 만약에 그 신호를 어기고 들어갔다가 반대쪽에서 오는 차들이랑 마주친다면? 둘 중 하나는 차를 비켜줄 수 있는 곳 까지 후진을 해야된다는 얘긴데, 그 구불구불한 길에서 후진을???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더라구요.
처음 가려고 마음 먹었던 곳이 moro rock 이었는데, 글쎄 거기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놓았지 뭡니까. 성수기라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가라고 길을 막았나봐요. 그것도 모르고 그냥 차로 왔다갔다 할 계획으로 시간표를 짜 왔는데, 시간표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순간 이었습니다. 주차를 하려고 보니 벌써 주차장도 꽉 차버리고 ㅠㅠ 할 수 없이 한 20분을 더 운전을 해서 셔먼장군 나무가 있는곳 까지 올라가서 주차를 하고, 거기서 초록색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밑으로 내려와서, 회색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moro rock에 도착을 했습니다.
모로바위 꼭대기 까지는 0.2 마일인가? 거리는 아주 짧습니다만 경사가 상당히 급해서 평소에 운동 안하신 분들은 중간에 몇 번 쉬었다 가야 되겠더라구요. 별로 큰 힘 안들이고 커다란 수확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장소입니다. 꼭대기에서 맞이하는 시에라 산맥, 그리고 산 아랫쪽으로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들, 계곡들. 정말 멋있어요. 요세미티에 있는 하프돔 수준으로 웅장하지는 않아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장소였어요. 하긴 하프돔 올라가려면 9시간인가? 걸어야 한다고 그러던데..거기에 비하면 0.2마일 쯤이야 뭐.
모로바위 내려와서, 다시 회색 셔틀 타고 박물관에 가서 초록색으로 갈아타고, 셔면장군 나무 주차장에서 내립니다. 셔먼장군 나무는 주차장이 두군데가 있어요. 장애인 전용 주차장, 그리고 일반 주차장. 두 주차장 사이에...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가까운 쪽에 셔면장군 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주차장은 포장이 잘 된 트레일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장애인 주차장쪽이 낮은 지역이라, 거기서 출발을 하면 일반 주차장까지 계속 오르막 입니다. 0.5마일 정도 되는 구간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트레일도 굉장히 이쁩니다. 셔먼장군 나무는 사진으로 봤던것 보다 실물이 훨씬 더 웅장하고 멋있어요. 사진 찍으려면 줄을 서서 좀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 사진 찍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옆에 congress trail이라고...2마일 정도 되는 loop이 있는데, 여길 꼭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바람에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패스~ 원래는 여기 한바퀴 돌고 킹스캐년 까지 가서 점심을 먹는게 계획이었는데, 셔틀버스, 주차난 때문에 시간이 엄청 지연이 되었어요.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준비해간 땅콩버티 & 잼 샌드위치랑 과일로 점심 해결하고, 킹스캐년으로 출발합니다. Grant grove까지 가는 길에 몇 몇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당일치기 여행 인데다가 세코야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해 버려서 과감히 다 패스하고 그랜트 그로브 가서 세코야 나무들 좀 더 구경하고, 파노라믹 포인트를 올라갔는데, 여긴 안올라 와도 될뻔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라가는 길에 표시도 잘 안되어 있어서 레인져 한테 두번이나 물어가면서 올라갔어요. 길도 굉장히 좁아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위험하구요, 정상에 올라가도 뷰가 그닥 멋있다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모로바위를 보고 와서 그런가....
그리고 레인져가 추천해 주었던 junction view를 보기 위해서 180번 시닉 드라이브를 타고 왕의계곡 속으로 들어갔어요. 비지터센터에서 한 30분 정도 가면 정션뷰가 나옵니다. 숨막히는 풍경....이라고 표현을 하는게 가장 적당할 것 같네요. 요세미티의 글레이셔 포인트, 그랜드 캐년의 모하비 포인트, 엘로스톤의 아티스틱 포인드 등등의 유명한 포인트 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멋있더라구요. 그야말로 여행의 피로가 확 날아가는 상쾌한 느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을 향해 출발~. 아이들이 난데없이 비빔밥이 먹고싶다고 해서 부랴부랴 차를 세우고 근처에 한국 식당을 검색해 보니, 베이커스필드에 한국식당이 여러개 뜨더군요. 그중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비빔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커피, 닥터페퍼, 아이스티를 번갈아 마셔가면서 졸믕과 싸우면서 겨우겨우 집에 도착~
이상 당일 결정해서 1박 2일로 다녀온 세코야/킹스캐년 국립공원 후기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