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셋째날
오늘도 역시 일찍 일어나서 호텔방에서 아침 든든히 챙겨 먹고 첵아웃 하고 캐년으로 향함. 8자 아랫쪽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잠시 고민을 했는데, 호수가 다시 보고싶어서 오른쪽으로 감. 거리나 시간상으로 약간,,,아주 약간 더 멀긴 하지만, 경치가 개인적으로 더 멋있어서 ㅋㅋ.
아침 햇살을 받은 옐로스톤 호수를 지나 시원하게 흐르는 옐로스톤 리버를 따라 올라가는 이 도로...참 멋있어요. 올라가다 보면 옐로스톤 리버를 아주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무슨무슨 rapids라는 곳이 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 잠깐 들러서 2-3분 걸으면 폭포는 아니지만 낙차 때문에 생기는 하얀 물거품이 장관을 이루는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나방처럼 생긴 벌레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Hayden Valley가 나옵니다. 옐로스톤 공원 내에 바이슨이 약 5,000마리 정도가 서식을 하고 있다던데, 이곳 하이든 벨리가 바이슨이 떼로 출몰하는 지역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아침에 이곳을 지나갈때 양쪽 풀밭에 몇백마리는 되어보이는 바이슨떼가 저 멀리에서 풀을 뜯고 있는 장면을 보았어요. 사람들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망원경으로 구경을 하더라구요. 아침에 더 복잡해지기 전에 캐년을 구경하는게 계획이었기 때문에 바이슨은 나중에 구경하기로 하고 캐년으로 계속 향합니다.
드디에 캐년 지역에 도착. 가장 먼저 들른곳이 artist point 주차장 입니다. 9시 쯤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이 벌써 90%는 찼더군요. 사람들 정말 부지런해요. 일단 아티스트 포인트까지 5분 정도 걸어가서 감상을 하고, 거기서 부터 비지터 센터에서 레인저가 추천을 해 준 point sublime 으로 향하는 트레일을 따라 걸어갑니다. 왕복 2마일 정도 되는 트레일인데,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군데군데 절벽처럼 생긴곳이 나와서 이런곳을 처음 걸어보는 사람들은 약간 무서울수도 있는데요, 그랜드 캐년의 림 트레일중 파웰이랑 모하비 포인트 연결하는 구간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절벽으로 나오고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고....높낮이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고, 아이들도 걸을만 합니다. 폭포를 지나서 밑으로 흐르는 초록색의 강물을 계속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두번째로 간 곳은 brink of lower fall 원래는 엉클 톰 트레일을 가고 싶었는데, 사우스림 전체가 공사때문에 닫혀있었어요 ㅠㅠ brink of lower fall 트레일은 거리는 짧지만, 그 짧은 거리에 고도차가 600 ft 였나? 내려가는 길은 별로 어렵지 않은데, 평소에 운동 안한 사람들이면 올라올때 숨이 좀 많이 찹니다. 그래도 쉬엄쉬엄 올라오면 많이 힘들지 않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물이 더 길게 떨어진다고 하던데, 폭이 좁아서 그런지 나이아가라 처럼 입이 떡 벌어지게 웅장하지는 않아도, 강물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계획은 어제 봐두었던 호수 옆의 피크닉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건데, 다시 내려가기가 귀찮아서, 캐년 근처의 피크닉 장소에서 점심을 해결했어요. 숲속에 있는 아담한 피크닉 장소인데, 사람들도 별로 없고, 그늘도 시원하게 드리워져 있고 해서 좋았습니다. 단지 모기가...ㄷ ㄷ ㄷ ㄷ 모기 스프레이 충분히 뿌리면 물리진 않아요. 오늘 점심은 핫도그를 먹었는데, 역시 이렇게 야외에 나와서 숯불에 구워먹는 핫도그 맛은....최고입니다.
점심 먹고 좀 쉬다가 Mt. Washburn 으로 향합니다. 드디어 8자의 윗쪽으로 가네요. 여기에 정상까지 올라가는 트레일이 있다는데, 거리를 보더니 아이들이 기겁을 합니다. 왕복 약 7마일 정도 된다고 하던데,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기가 막힐게 분명하지만, 아직 7마일 짜리 트레일을 갔다 올 체력이 안되서 포기 ㅠㅠ. 그래도 약 10분 정도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비포장 도로가 있어요. 여기까지만 올라가도 주변 경치 너무 멋있습니다. 아직 덜 녹은 눈도 보이고, 보라색, 노란색, 흰색 야생화가 군데군데 피어있고요. 여기서 부터 윗쪽 공원 동쪽입구로 빠져나가는 tower junction 까지는 길이 좀 험합니다. 산꼭대기에서 valley 쪽으로 내려가는 길인데요, 이쪽으로는 밤에 안 다니도록 스케쥴을 조정하는게 좋을것 같더라구요. 꼬불꼬불하고, 가드레일이 없는곳도 있고 해서 살짝 겁이나더군요. 그리고 주변 경치도 너무 좋아서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그것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
8자 윗부분에서 왼쪽(서쪽)으로 쭉 가다보면 mammoth hot springs가 나옵니다. 여기는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아주 자그마한 마을도 있고 해서 공원 다른 지역들과는 다르게 아주 약간... 문명(?)의 냄새가 납니다. 맘모스 핫 스프링스는 예전에 물이 좀 더 풍부하게 솟아났을때 봤더라면 더 멋있었을것 같은데, 물이 많이 말라있어서, 다른 지역들에 비해 감흥이 좀 덜했어요. 하지만 신비합니다. 마치 사람들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한 그런 형상이라서 한참을 들여다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과연 저런 모양이 어떻게 자연적으로 만들어 졌을까....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예전에 이곳에 살던 원주민 (인디언)들은 저런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맴모스 호텔에 하룻밤을 묵는다면, 아침일찍 아니면 저녁 해질무렵에 산책을 나오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갔을때는 오후 햇살이 한창 따가울 때라,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루어진 보드워크가 마냥 쉬운 산책 수준은 아니더라구요. 야생 동물이 자주 출몰한다는 명성에 걸맞게, 몇 몇 야생동물들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비지터 센터 들러서 몇가지 질문을 하고, 간단한 기념품도 사고 그리고 북쪽 입구에 있는 루즈벨트 아치를 보러 떠납니다. 너무 아쉬웠던게, boiling river(뜨거운 물) 하고 Gardnier river (차가운 물) 가 만나는 지점에서 뜨뜻한 물에 지친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싶었는데, 7월 중순 까지는 가디너 강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 온도 밸런스가 안맞는 관계로 접근을 못하게 길을 막는다고 레인저가 설명을 해 주었어요.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루즈벨트 아치 보고 오면서 가디너 강에 들러서 잠깐 찬물에 발을 담그고 왔어요. 참...저녁은 8자 윗부분을 지나다 보면 작은 valley가 하나 나옵니다. 작은 냇물이 구불구불 흐르고, 햇빝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색 잔디 언덕을 언덕 위를 지나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지점인데요, 여기다 차를 세우고 만들어간 칠리로 저녁을 해결 했습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언덕 밑에서 늑대인지 사슴인지 두마리가 장난을 치며 놀고있는 모습을 구경을 했는데요, 어떤 장면에서는 목이 좀 길죽한게 사슴 같았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봐서는 늑대 같기도 하고, 망원경이 없어서 정확한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장면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8자 윗쪽의 오른쪽 끝자락에 위치한 tower junction 쪽으로 가서 lamar valley 로 향합니다. 사실 옐로스톤 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를 했던 장소 입니다. 야생동물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지역인데요...레인저에게 물어보니 새벅 5시 30분쯤...아니면 저녁 7시 이후가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해서 일부러 저녁을 먹으면서 좀 시간을 지체했어요. 라마 밸리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7시 30분쯤 이었는데, 6월 하순에 옐로스톤의 해 지는 시간이 9시 입니다. 그래서 아직 주변이 밝아요.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많은차들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게 보입니다. 길가에 차가 세워져 있으면 그 근처에는 야생동물이 있다는 얘기지요. 첫번째 본거는 이름을 까먹은 사슴인데....엉덩이가 하얗고 엉덩이 가운데 까만 줄이 세로로 나 있는 동물이예요. 7마리가 옹기종이 모여 앉아서 한가롭게 풀을 먹고 있었어요. 꽤나 가까운 위치였는데 사람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유유히 풀 뜯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군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보면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야생에서(자기 집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은 너무나 당당하고, 아릅답습니다.
중간에 길에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창문 열고 손 내밀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바이슨 한 10마리 정도 보고나서...이제 되돌아 갈까 하다가 조금만 더 가보자 하고 몇마일을 더 운전해 들어갔는데....세상에...몇백마리는 되어보이는 바이슨떼를 마주쳤지 뭡니까. 얘들이 보통은 길에서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모여앉아 있는데, 이렇게 떼지어서 길을 건너는 경우도 있데요. 아주 조그마한...바이슨 송아지들이 엄마랑 같이 길을 건너가는 장면은 옐로스톤에서 봤던 그 무었과도 바꿀수 없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그런 인상적인 장면 이었어요. 너무 운 좋게도 우리 차 바로 앞에서 바이슨들이 떼를 지어서 길을 건넜답니다. 얘들이 길을 다 건너는 15분 정도 되는 시간동안 뒤에 차들이 한없이 밀리긴 했지만 그 누구도 감히 빵빵 거리지 못하고....다들 차에서 내려서 앞쪽으로 다가와 사진을 찍고 그랬어요. 지금 다시 이 글을 적는 동안에도 그 감동이 밀려오는군요. 아이들도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라마 밸리에서 야생동물 실컷 구경하고 다시 마운드 워시번을 넘어서 캐년 라지로 돌아옵니다. 캐년 라지는 첫째 둘째 밤을 지냈던 old faithful inn과는 다르게 아주 현대식 건물입니다. 방에 냉장고도 있고, 건물이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스키 리조트에 놀러온 기분? 방 키도 쇠로 만든 열쇠 아니고 카드입니다.
주변에 제너럴 스토어가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몬타나 주 로컬 아이스크림 회사인 wilcoxson's icecream에서 만든 허클베리 아이스크림을 맛보았어
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광팬인데, 그것보다 더 맛있었다고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