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넷째날
오늘은 weather.com 하고 yahoo weather 두군데 다 옐로스톤에 비가 올 확률이 60%라고 했던 날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해가 쨍쨍....원래 비가 하루종일 내리면 그냥 비지터 센터, 기프트샾, 돌아다니고 가이저 못본거 몇개 더 챙겨보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고 8자 중간을 가로질러서 Norris basin 방향으로 나섭니다. 그런데 한 10분쯤 가디보니 아니나 다를까...시커먼 먹구름이 갑자기 온 사방을 뒤덮더군요. 뒷쪽으로는 새파란 하늘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는데...앞에서 꾸역꾸역 밀려드는 먹구름 정말 야속하더군요.
비가 오니 기온이 42도 까지 떨어집니다. 첫번째로 들른곳이 첫날 가려다가 실패했던 fountain paint pot 입니다. 속에 반팔, 그 위에 긴팔, 그 위에 노스페이스 플리스 자켓, 그리고 윈드브레이커 겸 비옷을 걸쳐 입었는데도 으스스하게 추워요. 장갑을 안가져 갔더니만 손도 시렵고, 새파랗고 뜨끈뜨끈한 가이저에 풍덩 뛰어들면 너무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이 보드워크 걷는 내내 들더라구요. 그 춥고 비오는 날씨에 반팔에 반바지 입고 자전거 타고 비 다 맞고 와서는 우리랑 같이 구경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 ㄷ ㄷ ㄷ. 아무래도 주중이라서 그런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중국 관광객들은 버스타고 와서 어딜가나 와글와글 하구요. 빗속에서 구경하는 가이저도 색다르고 좋았습니다.
파운튼 페인트 팟 구경하고 밑으로 내려가면서 비스켓 베이슨, 블랙샌드 베이슨 차례로 들러서 구경했구요, 중간에 차타고 한바퀴 돌며 구경하는 fire lake hole drive 도 가볼만 합니다. 여기 구경하다 보니 하늘이 점점 개이기 시작하고 햇볕이 들어서 돌아다니기가 훨씬 수월해 졌습니다. 점심은 차안에서 대충 샌드위치를 만든 다음에 그거 갖고 old faithful geyser 근처에 자리잡고 앉아서 다음번 분출 시간 기다리면서 먹었구요. 가이저는 정확히 시간을 맞춰서 분출을 하더군요. 역시....
오후에는 다시 옐로스톤 호수로 내려가서 호수 구경하며 놀다가 엊그제 찜해 두었던 피크닉 장소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 그리로 갔습니다. Gull point라는 곳인데요 호수 바로 앞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어서 아주 멋집니다. 저 멀리 노란색의 레이크 호텔도 보이고, 조금 이른 저녁 시간이라 사람들도 없고...해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저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녁 메뉴는 숯불에 구운 핫도그, 하고 칠리.
다 먹고 호텔 올라가는 길에 mud volcano 에 들러서 보드워크를 올라가는데,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 숲속으로 진입하는 지점쯤에 사람들 대여섯이 안가고 기다리고 있길래 뭔가 싶어서 봤더니 집채만한 바이슨 두마리가 보드워크 바로 옆에서 풀을 뜯고 있지 뭡니까. 감히 아무도 그 옆을 지나갈 엄두를 못내고 그냥 멀찌감치서 사진만 찍고 있었어요. 한 5분 정도를 기다려도 얘들이 안비켜주고 계속 풀을 먹길래 그냥 모두들 되돌아서 내려 왔습니다. 가이저 몇 개 안보고 말지....무리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냐... 하는게 거기 있던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숙소 돌아가는 길에 하이든 밸리를 지나가다 보니, 바이슨떼가 또 길을 건너가고 있네요 ㅎㅎㅎ 어제 라바 밸리에서 봤던 바이슨떼 보다 숫자가 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쪽에서 본 게 아니고 우리 앞으로 차가 한 10대 쯤 있어서 조금 멀리서 봤어요. 우리쪽에는 차들이 한 30대 정도가 밀려 있었는데, 반대쪽은 지나가면서 보니까 끝없이 늘어서 있더군요. 뒤에 있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고....좀 안타깝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라마 밸리가, 하이든 밸리보다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훨씬 더 광활하고, 이뻐요. 하이든 밸리도 아기자기 하고, 옐로스톤 강이 넓어서 이쁘긴 굉장히 이뻐요.
숙소 바로 옆에 있는 brink of upper fall 에 들러서 5분짜리 하이킹 가볍게 하고, 폭포 구경 했습니다. 저녁 시간이라 관광객도 거의 없고, 때마침 무지개도 커다랗게 걸려있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리뷰에서는 lower fall이 더 멋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둘 다 너무 멋있어요.
이렇게 해서 옐로스톤의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아쉬운건 엉클톰을 포함한 사우스림 트레일 구경을 못한거랑, 보일링 리버에서 야외 온천욕을 즐기지 못한것 정도인데.....다음에 와서 할 걸 남겨두었다고 생각해야죠. 다음날은 그랜드 티톤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