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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콜로라도 볼더에 살고 있는데요, 아이들 겨울방학동안 계속 스키장만 가다가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Blackout이라 가지도 못하고.. 하다가 별 계획 없이 뉴멕시코로 떠났습니다. 호텔은 가면서 바로바로 잡는 걸로 했는데 50~60불대에 괜찮은 숙소가 많았어요. 이 쪽 여행기는 별로 안 올라오는 것 같아 공유합니다.

<Day 1>

오전 5시 출발해서 I-25타고 덴버에서 계속 내려가다보면 Walsenburg라는 조그만 도시가 나오는데 거기서 국도로 빠져서 서쪽으로 한 시간을 가다보면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로 들어가라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저희는 여기 3년 반 전에 갔었는데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해서 들러 보았어요. 여행이라는 것이 안 가본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좋지만 전에 가 본 곳을 다시 가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눈 덮인 겨울이고, 아이들도 그 동안 많이 컸고..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before & after를 비교하는 것, 재미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아침을 먹기로 하고 옐프에서 찾아둔 Lu’s Main Street Cafe라는 곳에 갔어요. 멕시칸 요리가 맛있고 식당도 아주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든든히 배를 채운 후에 Sand Dunes에 갔어요. 집에서 가져간 쟁반 가지고 눈덮인 언덕에서 썰매타고 내려오는데 애들이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저번 여름에는 모래썰매도 탔는데 둘 다 특별한 경험 같아요. 한참을 놀고 비지터센터가서도 한참을 살펴보다가 Junior Ranger프로그램을 마치고 뱃지를 받으니 뿌듯하네요.

바로 나와서 이번 여행의 본격적인 목적지인 New Mexico로 향합니다. 사실 Sand Dunes쪽은 엄청 추웠어요. 콜로라도가 춥지만 그 중에서도 Durango를 비롯한 산악지대가 특히 추운데, 이 근처여서 그런지 25번 고속도로에서 32도 정도였던 차 온도계가 정말 신기하게 -3도 (화씨!)로 뚝 떨어지더라구요. 주위에 눈도 아주 많아요. 겨울에 추위 많이 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15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한 시간 여 가면 반가운 뉴멕시코 표지판이 나옵니다. 아직 근처에 눈이 많고 Taos Valley쪽에는 스키장도 많다고 하는데 온도는 훨씬 올라갔어요. 가장 먼저 간 곳은 아이들 학교에서 많이 배웠던 Taos Pueblo. 토담집이 줄지어 늘어선 게 책에서 보던 것과 똑같다고 애들이 좋아하네요. 그런데 거기 살고 있는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을 보니 잘 살고 있다가 졸지에 스페인, 미국사람들에게 모든 걸 뺏긴 슬픈 역사가 보이는 것 같아 맘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길따라 주욱 나 있는 거리를 조금 벗어나서 마을로 조금 더 들어가 보게 되었는데 길도 전혀 포장도 안 되어 있어 진흙탕이고, 어느 개발도상국에 와 있는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여러 느낌이 교차한 Taos를 뒤로 하고 산타페로 들어갔어요. 예전에 기차도 없던 시절 미주리에서부터 900마일을 왜건을 타고 상인들이 이동했던 산타페 트레일의 종착지이기도 하고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에 의해 Land of Enchantment라는 별명이 유래된 곳, 그 곳이 어떤 곳일지 궁금했어요. 다운타운의 아시시 성당을 중심으로 거리를 걸어보니 확실히 다른 도시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아도비 양식으로 도심 건물이 통일되어 있는 곳은 미국에서는 이 곳이 유일한 것 같아요. 한 번은 꼭 와 볼만 한 곳 같아요. 하지만 뭐랄까..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충실한 거리같다고나 할까.. 그 곳에서 현지인의 ‘삶’은 잘 안 느껴졌어요. 같은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과 비슷비슷한 수백개의 갤러리.. 그리고 길거리에서 각종 공예품을 파는 네이티브 어메리칸들.. 딱 하나로 규정되기 어려운 모습이었어요.

아무튼 시내를 한바퀴 걷고 나니 어느 새 어두워졌어요. 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Tia Sophia라는 식당에 가 보았는데 오후 2시면 문을 닫더라고요. 다른 곳은 다 비싸 보이고 해서 차타고 조금 나가 Whole Foods에 가서 이것저것 사다가 호텔에 가서 먹었습니다. Cerrillos Road에는 각종 모텔들이 즐비한데 비수기라 그런지 다들 고만고만한 가격에 하루 밤 묶을 수 있어요. 저희는 세금포함 $46에 아침제공되는 데에서 잘 쉬었습니다.

<Day 2>

산타페 시내를 또 걸었습니다. Oldest Church, Oldest House, Loretto Chapel and Miraculous Stairs, Canyon Road, State Capitol..다 걸어서 다닐 수 있어요. 그러고는 일단 25번을 타고 계속 내려가자.. 고만 정하고 길을 떠났어요. 한 시간 가니 나오는 알버커키. 25번과 40번이 교차하는 곳은 상당히 도심지역이지만 Old Town은 산타페와 거의 흡사했어요. (산타페보다 조금 작아요) 한 가운데 있는 San Felipe de Neri교회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또 25번 따라 길을 떠났습니다. 한 시간 반 여를 가서 나오는 Socorro에는 National Radio Astronomy Observatory연구소가 있고 여기에서 서쪽으로 50마일을 들어가면 Very Large Array (VLA)가 있어요. 갈까말까 하다가 이 분야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으면 크게 배워가는 게 없고 아이들은 지루해 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 그냥 연구소 건물만 조금 둘러봤어요. 제 대학 때 나왔던 영화 Contact에 보면 조디포스터가 거대한 흰 접시 앞에서 교신하려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 배경이 되는 곳이래요. 관심 있는 분들은 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완전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계속 25번따라 남쪽으로 갔어요. 한참을 또 가니 Truth or Consequences라는 희한한 이름의 마을이 나와요. 너무 길어서 동네 사람들은 T or C라고도 써 놓았더라고요. 사람 구경하기 어려운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갔던 이유는 여기에 온천이 많아서예요. 제가 전에 일본 살던 적이 있어서 온천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그래서 뉴멕시코 온천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참 좋았어요. 유황의 느낌은 아니고 무색무취인데, 물이 좋은 게 느껴져요. 취향에 따라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는데, Riverband라는 곳이 제일 나은 것 같아요. 강을 보면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데 시설도 깔끔하고 가격도 인당 $10이어서 적당해요. 단, 여기는 애들은 입장이 안 되어 저희는 Indian Springs라는 곳을 갔는데 여기는 그냥 소박한 가족탕이고 인당 $5 내면 30분동안 탕에 들어가 있을 수 있어요. 30분이면 짧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물이 뜨거워서 그 이상은 있기도 어렵겠더라고요. 검색을 해 보시면 이 마을에 온천탕이 상당히 많은 것 같고 숙박을 하면 온천은 그냥 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요, 마을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낡았고 먹을 곳도 별로 없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숙박을 하기 보다는 그냥 지나가실 일 있으면 잠깐 온천만 하고 가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온천을 끝내고 나오니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아 숙소 예약에 들어갔어요. Priceline에서 지금 위치 근처 오늘밤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express deal로 25와 10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Las Cruces의 Best Western에 세금포함 67불에 잡았어요. 별 세개이고 아침도 주는 데 이정도 가격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요. T or C에서 또 한 시간 반 가서 저녁먹고 숙소 들어가 바로 잤습니다.

<Day 3>

Las Cruces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White Sands에 가는 것 같아요. 호텔 식당에서 아침먹을 때 들리는 얘기를 들으니 다 거기 얘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희는 일정상 못 갔어요. 아쉽긴 하지만 Sand Dunes간 걸로 만족해야죠. 다녀온 지인들 얘기를 들으니 Sand Dunes보다 훨씬 규모가 크대요. 숙소를 떠나 조금 더 내려가니 바로 텍사스 표지판이 나왔어요. 저희는 한 번도 텍사스에 가 본적이 없어서 땅을 밟아봤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었어요. 고속도로에 있는 관광안내소도 잘 되어 있어서 한참을 있다가 조금 더 달리니 바로 El Paso에 왔어요. I-10옆으로 생각보다 조그마한 리오그란데 강이 보이고 그 너머 멕시코 후아레즈가 완전 자세히 보이더라구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갈 수 있다는데 여러 절차도 복잡할 것 같고 안전 문제도 있고 해서 안 갔습니다. 알아보니, 멕시코로 갈 때에는 아무 제지 없이 가지만 미국으로 돌아올 떄에는 여러가지가 까다롭다고 하네요. 어차피 여권도 안 가지고 왔고…

El Paso에 대해 말하는 대부분의 여행정보는 위험하다, 열악하다, 조심해라.. 이런 것들이었는데, 낮에 가서 그랬는지 크게 위험한 것 못 느꼈어요. Scenic Drive따라서 산길 한 번 돌고 다운타운에 있는 Double Tree호텔 라운지에 가서 시내 한 번 보고, 그리고 리오그란데 강 바로 옆 길을 따라 국경 너머 보고.. 그게 다 였어요. 여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교회 건물들을 따라 미션 트레일도 좋다고 하는데 거기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안 갔어요.

180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갔어요. 텍사스 서부의 사막과 선인장을 보면서, 쭉쭉 뻗은 길을 두어 시간 달리다 보면 Salt Flat조금 지나 Guadalupe Mountains National Park에 도착합니다. 요세미티에 있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El Capitan바위가 보이고 조금 더 가면 바로 visitor center가 나와요. 길에서 나와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다른 국립공원과는 다르게 접근성이 편해서 좋더라고요. 따로 입장료도 없고요. 대신 크게 볼 건 없어요. 여름에 트레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캠핑을 하면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잠깐 들러보는 정도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여기서 하나 흥미로웠던 거는 텍사스는 같은 주 안에도 시차가 있더라고요. El Paso쪽은 Mountain Time인데 두어시간 동쪽으로 오니 Central Time으로 바뀌어 갑자기 한 시간이 늘어나 버렸어요. 그러다가 다시 뉴멕시코로 넘어가면 다시 한 시간 줄어들고요. Guadalupe에서 30분 정도만 가면 바로 뉴멕시코고, 바로 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예요.

저희 가족의 공통된 의견은 이번 여행에서 여기가 제일 좋았어요. Visitor center를 통해 나 있는 Natural Entrance로 가면 trail을 걸어서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1마일을 걸어야 동굴 중앙까지 갈 수 있어요. 저희는 애들도 있고 해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금방 동굴 중앙까지 가더라고요. 걸어서 가는 즐거움도 크겠지만 노약자를 동반한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강추합니다. 동굴 안도 paved tail로 되어 있어 휠체어 타신 분도 전혀 문제 없어요.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이었어요. 엘리베이터에 내리면 Big Room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한 방향으로 2마일정도 걸을 수 있고 중간에 short-cut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다니기 편해요. 여기 온도는 연중 56도쯤이래요. 저희도 그 얘기를 듣고 자켓 등 겨울 짐을 차에 다 놓고 왔는데 훨씬 편했어요. 불빛도 적재적소에 잘 비치해 놓아 물 한방울 한방울이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 낸 자연의 작품을 감상하기가 너무 편했어요. 여기가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한 번 가시면 한 나절 잡고 천천히 둘러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비지터 센터에 식당도 딸려 있어요.

사실 저희는 여기서 조금만 머물고 Roswell에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어 Roswell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밤이 되어 버렸어요. 이 도시는 1947년에 UFO가 왔다는 썰?로 유명한 곳인데 가 보려고 했던 UFO Museum은 이미 문을 닫아서 못 갔지만 근처에 관련된 잡다한 장난감을 파는 가게가 많아 그런데 몇 번 둘러보고 우주선 스타일의 놀이터가 있는 맥도널드에서도 좀 놀았어요.

이 다음부터 다시 I-25타기 위해 올라가는 국도에는 정말 들를 때는 아무것도 없고 그냥 이동하면서 넓은 땅을 보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에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저는 뉴멕시코 좋았어요. 여행하실 때 도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