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주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신행사진 보다가 더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후기를 남겨보면 좋겠다 싶어서 기억을 더듬어 써봅니다.
costco travel 에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가격 이벤트가 있어서 한사람당 항공료 포함 $3700인가..? 에 패키지를 구입했어요. 그땐 신행이라는 기분에 돈 생각안하고 질렀는데.. 지금 뒤돌아보니 가격이 후덜덜하네요. 한 사람당 하루에 750불을 쓴 셈이니.. 내 인생에 다시 누릴 수 없는 최고의 호화, 돈지랄이였지 싶습니다.
4박5일, Sofitel private island, 호텔 식사-아침부페/저녁 3코스 식사 포함, Excursion 하나 옵션 추가..
타주에서 차타고 LAX까지 가서 Ripcurl Outlet에서 래쉬가드를 $5-10에 장만하고 하루 자고 뜨끈한 감자탕으로 한국 밥심을 챙겨서 보라보라로 출발! LAX 에서 Tahiti 로는 Air Tahiti Nui 항공편을 이용해서 갔어요.
탑승할 때 이름도 가물가물한 꽃.. 아 뭐더라.. 향이 좋았는데.. 티아레! (결국 구글검색-뇌세포 깨우기 실패) 티아레를 하나씩 손에 쥐어줍니다. 승무원들도 너무 예쁘고 친절하고 상냥했고 무엇보다 역시 프렌치 폴리네시안답게 기내식이 느무 맛있었어요. 칭찬해-
저는 비행기타면 곯아떨어지기 바빠 일부러 화장도 안하고 렌즈도 안끼고 아빠 안경끼고 옷도 완전 후리하게 입고 갔어요.
타히티 도착해서 좀 후회됐던 부분.. 도착해서 풍경이 너무 예쁜데..ㅜㅜ 사진 속의 그녀는 10년 묵은 고시생같은 느낌..
드레스라도 좀 입고.. 렌즈라도 좀 끼고.. 아이라이너라도 좀 그리고.. 머리는 못해도 예쁜 모자라도 준비할껄..
아무튼, 시골 버스매표소 같은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Papeete 에서 Bora Bora로 떠나는 비행기로 갈아탔어요.
공항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내다 볼 수는 있었는데 Papeete는 메인 섬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북적북적하고 바빠보였어요. 다음에는 메인 섬과 Moorea 섬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네요. 드디어 Bora Bora 로 떠나는 비행기를 탔어요. 보라보라로 가는 비행기는 자리가 지정이 아니고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거였어요. 가기 전에 꼭 비행기의 왼쪽에 앉으라는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보고 간지라 다른 구경안하고 줄부터 착실히 서서 너무너무 좋은 자리를 꿰차고 앉았답니다. 으흐흐- 비행기의 왼쪽에 앉아야하는 이유는, View 때문이에요! 보라보라 섬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온답니다. 오른쪽은 그냥 바다만 보여요. (근데 왼쪽 맞나..? 몹쓸 기억력...) 오른쪽에 앉은 사람들은 목을 쭉 빼고 아쉬운듯 우리 창가쪽을 훑는데 좀 알아보고 오지~ 보라보라가 바다의 보석이라는 뜻이라는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구름이 많이 가린 거 빼고...
착륙했다고? 할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스무스한 랜딩스킬을 가지신 기장님 덕분에 무사히 보라보라에 도착! 빨리 뱅기에서 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뱅기에서 내린다고 도착은 아니랍니다. 배타고 다시 호텔로 이동해야해요.
저희가 묵은 소피텔은 메인 호텔과 프라이빗 아일랜드, 이렇게 두 곳으로 호텔이 이루어져있어요. 메인호텔에 머무는 사람은 프라이빗 아일랜드에 갈 수 없지만 프라이빗 아일랜드에 머무는 사람은 언제든지 보트를 타고 메인섬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그리고 프라이빗 아일랜드의 최대 장점은 호텔 뒷편이 다른 호텔 투숙객들도 excursion 으로 돈주고 오는 스노쿨링의 핫플레이스라는 것! 우리는 카약타고 언제든지 갈 수 있어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참, 호텔에서는 카약과 스노쿨링기어를 빌려줍니다. 카약 타고 메인섬으로 가볼까 생각했다가 응 아냐.. 신랑과 저는 그 체력을 밤에 쓰기로.... 부끄...
프라이빗 아일랜드에 도착하니 웰컴 드링크를 한잔씩 주었습니다. 아직 방이 준비가 안된건지 바로 방으로 안내하지 않고 식당에서 밥부터 먹으라네요. 간단히(?) 아침 부페로 식사를 하고, 식사는 과일, 포키같은데 포키는 아닌 생선무침, 바게뜨, 크롸상 같은 빵...이 빵.. 보고시빵.. 또 먹고시빵.. 내 빵.. 아직 파리는 못가봤으므로 파리의 바게트를 먹어보지 못했지만 간접 시식을 했습니다. 진짜 눈물나게 맛있는 빵이였어요.. 브라보 짝짝
아무튼 첫날 바람은 좀 불었지만 이마저도 세상은 아름다워- 방이 준비될 때까지 호텔의 뒷산도 올라가서 바다도 감상하고 꽃 주워서 머리에 꽂아도 보고 시간 때우다가 숙소에 들어갔습니다. 숙소는 오버워터 벙갈로였는데 바닥에 구멍이 있어서 바다바닥을 볼 수 있어요. 물고기가 헤엄쳐서 지나가는 것도 보고- (당연히 유리로 막혀있습니다) 어메니티는 랑방 비누, 샴푸, 샤워젤, 로션이 있었어요. 신혼여행이라고 와인 한병과 냉장고에 타히티 맥주와 음료가 채워져있었어요. 냉장고 음료는 매일 채워주었습니다. 맥주는 다 여행 가방에 꼼쳐놓고 미국에 가져왔어요.. 그지근성이 아닌 알뜰함. 경제력! 이라고 해두죠.. 그리고 네스프레소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기념으로 티셔츠랑 (또 잊어버렸어.. 폴리네시안들이 옷으로 입는 천인데.. ㅜㅜ 구글님이 타파래요.. ) 타파도 침대위에 놓여있었어요. 그리고 모기가 많아서 전기모기향을 준비해주었습니다. 모기약이 떨어지면 로비에 이야기하면 채워줘요.
긴 여행이였지만 이색적인 경치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어요. 가방부터 일단 풀면서 싸온 참치캔, 사발면, 김, 햇반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수영복입고 바로 바닷물로 점프! 이렇게 첫날은 너무 행복하게 끗.
그냥 희미해지는 기억 붙잡을 목적으로 간단하게 요약만 하려고 했는데 사진보면서 기억을 더듬다보니 수다스러워졌네요 ㅎ
너무 길어서 오늘은 요기서 끝내보겠습니다. Maruru- (마루루=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