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나중에라도 혹 누군가에게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냈어요. 국립공원은 어디라도 추워지면 별로일 것 같아 서둘렀는데(9월 1일에서 5일까지 4박 5일), 온천을 둘러본 낮에는 너무 더웠던 것 같아요. ㅎㅎ 근데도 밤에는 무지 추워 얇은 파카를 입고도 덜덜덜.....

금욜 애들 학교 마치고 바로 샌프란 공항에서 솔트레이크 행 비행기를 타다...델타였는데 넘 작아 조마조마.....공항에서 차 렌트하여 La Quinta Inn 도착! 작지만 깨끗하여 만족~ 아침이 무료로 제공된 게 가장 좋았음. 내가 직접 구워먹은 와플이 환상~~~머핀, 베이글 등은 물론, 바나나 사과 등등 점심값 아끼려고 실컷 맛있게 얌냠... 담부턴 이름값만 하는 호텔보다 아침이 후하게 나오는 곳에 자기로 결정....

부지런히 차를 몰아 옐로스톤 도착! 준비해간 식빵과 크림치즈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저멀리서 버팔로인지 바위인지가 보임. 설마.....잠깐 한눈 판 사이 사라져버려 버팔로로 판명. 애들은 자세히 못봤다고 아우성. 다시 차를 몰고 온천을 구경가는데 또 버팔로 같은게 지나간 것 같다고 애들은 난리. 또 못봐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나...... 그러나 얼마 안가 버팔로 한 마리가 눈앞에 등장. 준비해간 망원경으로 너무 재밌게 관찰함. 사실 망원경을 사야하나 마니 망설였는데 옐로스톤에선 하나만 사온 걸 넘 후회함. 버팔로를 가까이서 봤다고 흥분했지만, 며칠동안 도로에서 평원에서 지겹도록(?) 버팔로떼를 보게되어 나중에는 애들이 눈도 깜짝 안함.

Old Faithful Inn에 예약. 국립공원 안 숙소는 6개월 내지 1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면서 try조차 안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1주일 전 쯤 운좋게 예약됨. 간혹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도 흔하다니 꼭 시도해보시길.....요세미티나 옐로스톤은 특히 공원 안에서 자는 게 돈값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더 볼 수 있으니.... 목욕탕이 없는 방이라 구십몇불 준것 같은데, 오히려 식구 네명인 우리는 공동샤워장이 더 나은 걸로 판명됨. 우리 방 바로 옆옆방이 공동샤워장이었고, 방안에 세면대가 있어 큰 불편이 없었음. 공원 안 숙소 몇군데를 가 보았지만, 올드 페이스풀 인 적극 강추!!! 역사적인 통나무 건물에 높은 천장, 카드게임하거나 책읽거나 차마실수 있는 복도의 테이블 등등..... 가장 인상적이었던 숙소였어요.

서쪽 입구로 들어간 우린, 간헐천 컨트리부터 봄. 더운 대낮에 증기 뿜어대는 온천을 보라 하니 애들은 첨엔 좀 신기해하지만 이내 시들해짐.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뿌옇고 갑자기 뽀글뽀글 아니면 팍 솟아오르는 간헐천에 어른들이 더 신기해함. 지독한 유황냄새까지.....가장 크다는 미드웨이 간헐천과 올드페이스풀 간헐천이 가장 볼만함. 올드페이스풀인 로비에 가면 올드페이스풀 간헐천 분출 예정 시간이 나와 있음. 저녁 때쯤 카운트다운 하는데 얇은 파카를 입었어도 추워서 덜덜덜..... 밤낮의 일교차가 엄청 심함.

전날 낮에 넘 더웠던 탓에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가 한겨울 같은 날씨에 적잖이 당황... 아침이 밤보다 더 추운 것 같음...실질적으로 오늘 하루만에 온천만 빼고 다 둘러봐야 해서 조금 빡빡한 일정을 시작. 식사는 숙소 부페에서 성인 10불 미만으로 해결. 기대에 못미침.

야생동물을 보려면 아침일찍 아니면 저녁에 많이 볼 수 있음. 도로에서 버팔로 떼가 우리차 바로 앞을 유유히 지나가니 애들은 완전흥분!!! 반시계방향으로 노리스간헐천으로 직행! 우린 욕심을 내어 여기저기 다 들렀는데 나중엔 느낌이 다 비슷한 것 같으니 몇군데 빼먹어도 될 것 같아요. 간헐천이란 곳이 꼭 정해진 곳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김 나고 뽀글거리니 넘 신기하고 특이한 경험이었음.

매머드컨트리를 가도 거의 같은 분위기! 그러나 온천 뿐 아니라 테라스도 같이 볼 수 있어 이것도 상당히 볼만함. 특히 볼만한 것은 로어테라스!!! 어퍼테라스를 보고 나오는 길에 리버티캡도 봄.

루스벨트컨트리의 타워폭포에서 ㅠㅠ. 중간에 길이 유실되었다는 자그만 표지를 못보는 바람에 헛고생만..... 올라오는 길에 사람들에게 이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줘도 가는데까지 간다는 식으로 다들 내려가보긴 하더라고요. 분위기는 여기서부터 완존 달라짐. 샌드위치로 점심 때움. 전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왜 여기는 그 비슷한 무늬도 없는지..... 여행내내 맛도 없고 짜기만 한 샌드위치에 질려 담부턴 절대 안 먹기로 맹세....  

캐니언컨트리!!! 옐로스톤의 그랜드캐년이라나? 노스림과 사우스림으로 나뉘는데 일방통행도로로 구분되어 있으니 공원내에서 주는 자세한 지도를 꼭 참조하시길.....아티스트포인트는 꼭 들러보시길...... 한동안 입 벌리고 무아지경에.... 협곡과 폭포와 강이 어우러진 그 절경......역시 카메라렌즈는 사람의 눈만큼은 훨 못하다는걸 다시 한번 아쉬워함.

아참! 캐니언컨트리로 이동도중 갑자기 길이 무지 막힘. 길만 막히면 앗! 야생동물이닷! 무조건 차 세우고 물어봄. 길 안 막혀도 차에서 내린 사람들만 보면 무조건 따라 내림. 길이 넘 막혀 직감적으로 '애들이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곰이구나!!!' 차에서 내려 확인하니 나무위에 곰 세마리!!! 혹시라도 애들 다칠까봐 나만 노심초사. 애들은 쬐끔이라도 가까이서 볼려고 코앞까지 다가감. 레인저들도 나서서 조심시킴. 아~~~곰 봤다~~~

이제 레이크 컨트리만 남았구나. 근데 Fishing Bridge에서 길을 잘못 들어 동쪽 입구로 빠짐. 한참 가다 이게 아닌데 싶어 돌아오니 벌써 저녁놀이.....피싱브리지 동쪽이 원래 야생동물 천지라고 함. 이곳에서 mule deer, prong horn을 보다 얘들을 쫓는 늑대까지 보게 되어 애들 넘 좋아함. 저녁놀이 깔린 호수.....큰애는 너무 예쁘다며 연신 디카를 눌러댐. 밤늦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아 Lake Village로 들어가 Lake Lodge를 찾음. 카페테리아식이라 저렴하게 맛난 스테이크를 먹고 행복해함. 

일정이 틀어졌지만 담날 아침 더 서둘러 West Thumb만 보기로 함. 호수의 차가운 느낌과 모락모락 김나는 온천이 만나는 곳이라 또 너무 신기....

여기까지 온 김에 미국달력에 가장 많이 나온다는 그랜드 티톤을 빼먹을 순 없지 않나? 오늘밤에 솔트레이크로 가야 한다니, 서쪽 입구에서 가는 건 6시간 반, 남쪽으로 가서 그랜드티톤에서 가는 건 5시간 남짓.... 그렇다면 대번 답이 나오죠? 입구의 인포메이션에 가서 우리 일정을 얘기하니 딱 적합한 안내를 해주던군요. 아~ 지금까지 왜 상세히 상담하지 않았을까?

역시 그랜드티턴 산과 잭슨호수의 절경은 옐로스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어요. Jackson Lake Junction 부근의 oxbow band에서는 무스를 볼 수 있을거다 해서 갔더니 도로 바로 앞 나무뒤에서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는 무스를 관찰할 수 있었음. 애들은 거의 흥분상태... signal mountain road를 돌아보고(잔뜩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꼬불꼬불 쫍은 도로를 간신히 올라가 굉장한 view를 기대. 산과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지려나....그러나 호수물은 거의 볼수 없고 광활한 평원이 드넓게 전개. 상당히 특이하긴 함), 제니레이크에서 또다시 샌드위치로 점심 해결. 아담하니 잭슨호수랑은 또다른 느낌. 하지만 사진찍기 넘 예뻤음. 마지막으로 Moose Junction 부근의 antelope flats road랑 Mormon row에서 영양과 버팔로떼를 지겹도록(?) 봄.

이제 서둘러 솔트레이크로!!! 저녁늦게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버거킹!!! 샌드위치에 물린 터라 진수성찬처럼 얌냠.... Hotwire에서 딜한 래디슨으로 향함. 시내 한가운데라 담날 주차걱정 운전걱정없어 흐뭇. 솔트레이크에선 정말 잘한 선택으로 여겨짐.

담날 시간 관계상 템플스퀘어에서 선교사의 가이드를 받지 말까했는데 어영부영하다 약속을 하게 됨. 약간 사이비종교라고 생각해 거부감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 접해본 결과 선입견이 마니 바뀜. 가이드 없이 설명없이 다녔다면 이 도시를 제대로 못본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 넘 친절해서 좋았고 어쨌거나 몰몬교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일종의 수확이 아닐까? LDS 컨퍼런스 센터도 꼭 들러보시길... 전망대에 가기위해 LDS 교회본부빌딩도 들렀는데, 건물 옆의 공원이 너무 예뻤음.  아침으로 사과 한 알씩 먹고 12시 조금 안돼 Lamb's Grill Cafe로 갔더니 아침메뉴와 점심메뉴 다 주문가능. 싼 가격으로 스테이크도 먹고 파스타도.....강추! 주소 169 South Main Street. 여행책자에 유타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했는데, 가격도 착하고 맛도.....템플스퀘어에서 그리 멀지 않음. 걸어서 5분 정도?

우주에서 보이는 단 두가지, 만리장성과 빙엄 캐니언. 세계최대 노천채굴장이라는 구리광산에 가기로 함. 제주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산굼부리였던 나로서는 기대를 안할 수 없었음. 더운 날씨에 뱅기시간 쫓겨가며 다소 후회.....전혀 산굼부리 같은 장관은 아니었음.

후기가 넘 길어져 읽는 분께 다소 죄송....많은 야생동물과 간헐천, 호수, 폭포, 협곡 등 대조적인 자연경관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88년 화재로 앙상하게 남은 가지들도 오히려 독특한 이미지를 주고요. 이런 대화재를 겪고도 세계최초 국립공원다운 면모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으니.....

p.s. 전 요세미티도 넘 좋았는데요. 그러나 요세미티를 가실거면, 꼭 우리처럼 옐로스톤 보기 전에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