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우리가 머물던 방들 사이에 있던 작은 기도실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세상은... 홀로 있는 평화스러움을, 더 나아가서는 인간이 풍부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침묵의 기쁨을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토마스 머튼 신부

 

지난해에 써야 했던 글을 이렇게 저렇게 미루다 이제야 쓰게 되었습니다.

 

작년 이월에 나이 환갑을 맞았었습니다.  1956년 생입니다

 

모든 서류에는 생일이 일월이라고 적혀있지만,  음력이라 진짜 생일 같지가 않고 해서 그래서 항상 대강 지내왔습니다. 그냥 오늘이 생일이구나, 이제껏 잘 살아왔구나 하는 대견함(?) 으로 지내곤 했었는데, 이번 생일에는평생에 한번(?)있는 환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자신에게  큰선물을 주리라 약속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메사츄세츠에 있는 St. Joseph's Abby 에 3월 11일 금요일부터 13일 일요일까지 침묵 피정을 갔다 오기로 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들을 어려서 부터 항상 돌봐야 했던 상황에서 이건 아주 커다란 도전이였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24살이 되었고, 남편은 정리 해고로 집에 있게 되면서, 나도 조금은 아이와 떨어져 가끔은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갖으리라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남편에게 어떻게 말하고 떠날까를 몇번씩 되풀이 하고는, 나의 계획을  떠나기 며칠 전에 얘기합니다. 그리고 삼일  입을 옷을 가방을 싸서는,  같은 날로  신청했을  전혀 모르는 여성들 열한명들과  침묵수행을 하기 위해,  세시간 운전을 해서 수도원으로 떠났습니다.

 

침묵 피정을 생각하고는, 여러곳을 알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를 떠나  메사츄세츠에 있는 수도원으로 정한 이유는, 이왕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벗어난 여행이라 생각하고는,  조금은 멀리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두번째는  "토마스 키팅" 신부님의 책 "Open Mind and Open heart" 를 아주 오래전에 읽었었고  언젠가는 그곳에 가보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어 본 기억도 있었기에, 그분이 계셨던 곳에서, 그분의 체취를 느끼면서, 미사도 보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차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면서 전혀 모르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흥분과 함께 막연한 기대감을 지니고는 몇번의 하이웨이를 갈아타면서 수도원으로 향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혼자만의 대화로 조금은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이곳에 가야 할 이유가 타당한지? 그곳에 가서 있으면서 후의 내 삶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을 것인지? 아들을 잠시나마 버리고 간다는 작은 죄의식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처음가는 길이라 조심해서 운전해 가야 했기에  잠시 그런 기억들은 접어둘수 있었습니다. 세시간을 달리다보니 나비게이션은 내가 있을 곳이 가까와졌음을 알려 주고 있었고, 시골길 같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 나오면서 돌아가다 보니, 평신자들을 들어가지 못한다고 쓰여진 벽돌로 지어진 빌딩(신부님들 제대옷을 만드는 곳이라고 쓰여져 있는 표시가 있었음)이 나왔고, 그곳을 지나  다시 조그만 언덕을 돌아가니, 내가 삼일을 지내게  될, 둥그스러면서 길게 늘어진 수도원의 단층 돌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차 몇대가 서 있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아  적막해 보이는 성당의 문을 찾아 걸어 가면서  느꼈던 기분은. 운전하면서 갖고 있었던  여러 생각들을 말끔이 잊게 할 만큼 맑고 차분한 마음을 갖을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St. Joshph's Abby" 는 1950년도에 세워지었으며, 수도자들이 은든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믿음으로 생활을 하는 엄격한 수도원입니다. 보통 토마스 머튼 신부님에 의해 잘 알려진 "트레피스트(Trappists)" 신부님들이 계시는 수도원으로, 참묵과 격리 그리고 기도와 속죄로서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에게 미사드리고 지내는 수도원입니다.

이 수도회( Cistercian Order of the Strict Observance)의 근본은 1098년도에 프랑스에서 시작이 되었으며, 간소한 생활과 경건하게 정해진 규율을 따르는 것을 중요시 하는 수도회입니다.

 

삼일 있는 동안, 매일 여섯번씩 시편을 읽으면서 드리는 미사를 드릴 성당을 지나 왼쪽 빌딩의 작은 문을 통해서 들어가서는, 사무일을 맡고 계신 신부님을 만나서 인사드리니 내가 있을 방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나에게 정해진 방을 찾아 들어가니 작은 책상하나, 의자하나 그리고 침대, 침대 옆 에는 글을 쓸수 있는 작은 메모지와 성당 스케줄, 램프. 혼자 쓸수 있는 작은 화장실과 샤워실로 있었는데 간단했지만 삼일동안 풍족하게 있을수 있는 공간이였습니다.

 

우선 갖고 간 옷을 정리해서 넣고는 잠시 침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집에서 세시간 운전 거리 정도의 거리였지만 너무나도 달라진 환경에 금방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슴은 안정되지 않았고 마음은 들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질문을 이런 했습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여기에 와서 채우려는 것은 무엇인가? 집에서, 일상생활에서 얻지 못하고 멀리 이곳까지 와서 얻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이 나이에도 마음의 완전한 평화를 갖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얻을수 있을 것인가? 나이 육십 이 후의 삶을 더 의미있게 살수 있을 것인가?"

 

이런 여러 질문을 하면서 갑자기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습니다. 어쩜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얻고자하려는 집착일수도 있는 이물음들은, 어느 책에서 읽었던 릴케(Rainer Maria Rilke) 의 글이 생각이 났고, 이곳에서 주어진 시간을 잘 받아들이면서 겸손하고  기쁨마음으로 지내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당신의 가슴에 풀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인내를 갖어야 합니다. 물음 자체를, 잠겨진 방이나 외국어로 쓰여진 책처럼 사랑하십시요. 답을 찾지 마세요, 지금은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알게 되면 그렇게 살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모든 것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물음으로  살아가십시요. 그러다보면 가까운 언제가는, 당신은 서서히, 알지 못하게, 응답의 길로 살아가고 있는 경험을 하게 될 수가 있을겁니다."

"Have patience with everything that remains unsolved in your heart. Try to love the questions themselves, like locked rooms and like books written in a foreign language. Do not now look for the answers. They cannot now be given to you because you could not live them. It is a question of experiencing everything. At present you need to live the question. Perhaps you will gradually, without even noticing it, find yourself experiencing the answer, some distant day."

 

내가  환갑을 수도원에서 보내고 싶어했던 이유가 어쩜 내가 갖고 있었던 어떤 '욕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곳에 있는 동안 그 물음조차도 다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티비도 없고 셀폰도 쓸수가 없는 곳에서  혼자서 침묵으로 삼일을 보내기로 하면서 나자신에게 약속한 일은, 그 무엇을 얻기 보다는, 나자신과 더욱 친밀해지자 라는 결심이었습니다.

 

집에 있다 보면 밥을 차려야 하고 설겆이고 해야 하고 두 고양이와 개에게 밥을 주어야 하며  끊임없는 아들의 요구도 들어주면서 순간에 충실할수 있는 기회를 자주 잊곤 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와 밖에 나와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잘 보이기 위해, 아니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내 진실이 아닌 나를 보이는 애착과 집착의 실수를 자주 하게 되면서 후회를 하고  또 다시 실수를 하게 되는 반복의 생활에서, 나이 육십이 되는 이제는, 좀 더 자유스러운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갖게 되는 성찰의 시간은, 나의 허물과 나를 가리고 있는 가면 까지도 인정하면서, 혼자 있을때조차, 머리에서 없어지지 않는 끊임없는 판단과 독백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내 주위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수있는 눈" 을 갖게 되는 정화의 시간이길 원한겁니다.

 

다시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진실로 '존재의 뿌리를 찾기위해'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홀로 있는 사람은 그 뿌리에 있다고 보는게 낳습니다. 홀로 있는 사람이, 그가 홀로 있다는 것을 의식할수만 있다면, 그는 삶의 근본에 있음을 알수가 있게 됩니다. 그는 '사랑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들과 사랑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그는 사랑에 빠져 있기 위해, 사랑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In the true to say that we goes into solitude to 'get at the root of existence'? It would be better simply to say that in the solitude one is at the root. He who is alone, and is conscious of what his solitude means, finds himself simply in the ground of life. He is 'in LOVE'. He is in love with all with everyone, with everything. One disappears into Love, in order to 'be Love'. - - -Thomas Merton "love and Living".

 

신부님의 말씀처럼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나 혼자만의 시간(Solitude)" 갖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수도원에서 보낸 삼일의 짧은 침묵의 시간은 ,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첫 걸음이라고 봅니다. 이건 나만을 위한 호사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어, 주위의 사람들을 더욱 보듬고 더욱 배려하면서 살아갈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적다는 자기 마감의 의미로 , 지금껏 살아 오면서 받아 온 삶의 선물과 은총들을 충분히 나누워 주면서 살아갈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