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T, 5RD...신인 아이돌 그룹 이름인가요?
학교 다닐 때, 회사 다닐 때 꼭 ‘숲속의 빈터’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 선생님, 혹은 과장님, 혹은 부장님이 있었다. ‘숲 속의 빈터’는 내가 국민 학교(이 단어를 붙여쓰니 자동으로 맞춤법 검사해주는 기능이 자동으로 ‘초등학교’로 바꿔버린다. 이런 괘씸한...내가 다닌 곳은 분명 국민 학교거늘..)다닐 때부터 결혼하기 전 다니던 직장까지 근 20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꿋꿋하게 질긴 목숨 잘도 연명해 왔다. 끈질긴 녀석...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가르마 부분에 ‘숲속의 빈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허거걱!!!
두 번 겨우 돌리던 50원짜리 고무줄로 머리를 묶으면
이제는 세 번도 우습게 돌아가고 네 번까지 돌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허거걱!
머리감고 나면 물이 안 내려가서 뚫어뻥이라도 사와야겠다...했더니...
빠진 내 머리카락 치우니 폭포수같이 잘도 내려간다.
허거걱!
사람의 외모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여자는 머리모양에 따라, 지적이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귀엽고, 발랄하고,
온화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파마하고 염색하고 매직하고
커트하고 구루뿌 말고 고데하고 스트레이트 하고...온갖 거 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숱!!
제 아무리 팔등신 미인에 이라도, 두피가 보일 정도로 머리숱이 없다면?
제 아무리 ‘죽이는’ 파마로 멋진 컬을 나부껴도 그 사이 사이로 훵한 빈터가 보인다면?
그 뿐인가? 머리 숱이 줄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반갑지 않은 증상들이
한 둘이 아니다.
두피는 왜 그리도 가려운지...
아침에 머리 감았는데도 왜 그렇게 냄새가 나는지...
없던 비듬은 또 왜 그리 우수수 떨어지는지...
청춘 지난지가 언젠데 두피에 웬 뜬금없는 여드름은 극성인지...
그 모든 원인을 짚으려면 하루 해가 지나도 모자란다.
스트레스, 호르몬, 유전자, 식습관, 건강상태, 계절적 이유 등등
하나하나 짚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안 그렇다가 30대 중 후반에 들어서면서 부쩍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DHT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앞서 나열한 원인들 중 ‘호르몬’에 해당되는 DHT는 탈모의 직접적 원인, 즉 주범이다.
꼭 HOT의 사촌동생 같기만 한 이 DHT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이 본명이다. 이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5-알파 리덕타아제(5- reductase:5RD)라는 효소가 결합할 때 생성되는 대사 물질이다. DHT는 특히 모낭 세포의 특정 부분에 들러붙어 탈모와 연관된 일련의 변화(모낭 크기 축소, 모발의 생장기 축소, 휴지기 연장, 모발의 크기 축소 등)를 주도한다.
나이가 들면서 여자의 몸속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생성이 줄어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5RD'효소가 결합해서 없던 DHT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30대 중 후반 들어 여성에게서 탈모가 급증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5RD'의 별명이 뭔 줄 아는가?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바로 바로...‘피지 분비 원인 효소’, ‘여드름 분비 원인 효소’다. 그러니까 두피가 아니라 얼굴 피부에도 이 효소가 과다하거나 활동이 드세면 ‘개기름’, ‘여드름’, ‘왕모공’이 기세를 떨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5알파 컨트롤’ 어쩌고 하는 화장품 이름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도대체 뭔말인지 모르겠던 ‘5알파’가 바로 ‘5RD 효소’를 말한다. 쉽게 야그해서...기름기의 원인을 잡아준다는 말씀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은 여자는 남자에 비해 ‘5RD" 효소를 절반밖에 안 가지고 있다. 대신, 아로마타아제(aromatase)라는 효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아로마타아제는 특히 앞머리의 모발선 근처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아로마타아제는 ’5RD'에 맞서서 DHT의 생성을 억제해 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아무튼 이런 차이 때문에 앞머리가 아예 없는 남자 대머리는 있고, 여자 대머리는 없는 등 탈모의 유형이 남녀가 다르게 나타난다.
어쨌든 DHT는 ‘5RD’라는 효소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효소의 활동이 없으면 혼자서는 만들어지지도 못한다. 혼자서는 뭣도 못하는 주제에 효소를 만나면 얼씨구나 주인의 머리카락을 죄 뽑으며 돌아다닌다.
요즘 나오고 있는 탈모 치료제 중 DHT 억제, 혹은 5RD억제를 위한 먹는 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왜냐...머리에 샴푸칠 하는 것보다, 두피에 바르고 뿌리는 것보다 효과가 ‘직빵’이니까....
하지만 이런 약들은 화학물이라 그 부작용이 확실히 알려진 것도 아니고, 주로 남성용 대머리를 치료하는 약물이라 여성이나 아이가 투여해서는 안 된다. 괜히 광고에 혹해서 자세히 따져 보지 않고 무턱대고 먹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음 회에는 DHT 없애는 샴푸, 탈모 방지 헤어 케어, 탈모 방지 음식 등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