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상당히 뿔났습니다.
이건 컬럼 아니고요.
헉헉...숨 좀 돌리자고요.
뿔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가 이번에 어떤 인터넷 싸이트에서 립스틱 하나를 샀어요.
전 '적지 않은' 경험상 뭐 한 번만 발라도 저한테 맞는 색감...
알 수 있거든요.
물론, 그 립스틱 브랜드는 제가 좋아하는 거라 브랜드에 대한
의심이나 거부감은 없었고요.
순전히 색이 모니터상으로 보던 거와 다르고 해서
리턴하려고 리턴 의사를 밝혔죠.
많은 경우 'RMA' 번호라는 걸 해당 스토어에서 이메일로 받아서
반송 패키지에 첨부하게 되어 있죠.
안 그런 곳도 많고요.
일단 이런 걸 요구하면 소비자를 '귀찮게' 만들어서
리턴 마음을 바꾸려는 건데...
그런데 이건 또 사유까지 적게 되어 있더라고요.
리턴 과정을 인터넷 상에서 밟는데 말이죠.
사유가 주욱 열거되어 있고 제가 고르는 건데
'skin trouble'에다 대고 클릭했어요
(평소 이 브랜드를 쓰면 입술이 약간 간질거린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물론, 리턴할 정도 사유는 아니지만).
그리고 이 스토어는 폴리시에다가
'리턴 때는 제품이 unused, unopened' 여야 한다고
박아놓았더라고요. 이것도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죠.
지금 개그 콘서트의 '박대박'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건을 리턴할 거면서 왜 열어보고 써봐?"
"물건을 열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리턴해?"
"리턴을 할 거면 사지를 말았어야지."
"사 써보지도 않고 어떻게 좋은 걸 알아?"
"좋은 걸 모르면 사지를 말아야지, 그럼 리턴을 안 할거 아냐?"
"사지도 못하게 할거면서 물건은 왜 팔아?"
"내가 못사게 했어? 니가 못 사는 거지?"
이거야 원....
뿔나다가 웃음도 나오네요.
아무튼 그렇게 입력하고 리턴 신청했죠.
그랬더니 오늘 확인메일이 왔네요.
물론, 영어입니다.
"고객님. 스킨에 문제가 생겼다니 제 마음이 다 아픕니다.
아픈 마음을 추스리고 삼가 부탁드립니다.
스킨에 생긴 문제를 주치의에게 보이시고 소견을 받아 보내주세요.
그러면 환불해드리지요."
저, 뿔 날만 하죠?
제가 알기로는 화장품을 취급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대개가 리턴에
인심이 후합니다.
왜냐하면 'try'를 해 볼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가니까요.
그 약점을 안고가지 못한다면 인터넷에서 화장품을 팔면 안되죠.
그래서 대부분 30일 안에 사용했더라도 리턴하면 리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try'할 수 있는 off-line 스토어(세포라같은...)도
절대 사유를 묻지 않죠. 거긴, try가 보통 잘 되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화장품 쓰고 피부가 뒤집어져 리펀 뿐 아니라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고 나온다면 또 모릅니다.
지금, 제 심정을 메일로 쓰고 왔습니다.
"사실, 나는 그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워낙 피부가 민감해서
입술이 간지러움을 느끼는 편이다. 이번에는 색감도 모니터상과
다르고 역시 입술이 약간 간지러워 리턴하는데
의사의 소견서라면...나는 보험이 없다(실은 있지만 입술 조금 가렵다고
피부과 갈 순 없잖아요?)...네가 병원비 내주면 기쁘게 다녀 올란다.
병원비도 안 내줄거면서 설마 이렇게 화장품 트러블에
고객에게 '감히dare'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지는 않을 거 같다.
당신은 참 generous한 스토어다. 이 경험을 내 많은 친구들과
소비자 고발 센터와 나누려한다. 이 감동의 experience를...."
답을 한 번 기다려볼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리턴을 습관화하면 안 되겠지만
리턴을 두려워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의 소중한 돈입니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묵혀두다 버리지 않도록
구매는 신중히, 리턴은 철저히....
제가 신중히 구매하지 못한 거라고는 생각 안 됩니다.
봄을 맞아 핑크 립스틱 하나 장만하려고
(사실, 전 핑크 쪽 단독으로는 잘 안 쓰는데 여러분께 하나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
주로 섞어는 잘 쓰니까...겸사 겸사...)
오프라인, 온라인 많이 뒤졌으니까요...
여러분께 털어놓으니 뿔이 좀 작아졌네요...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