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아주 재밌는 유머를 발견했습니다.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 세 가지‘라는. 첫째, 윗사람을 형님이라 부른다. 둘째, 떼로 몰려 다닌다. 셋째, 몸의 어딘가에 문신이 있다. 세번 째를 읽고 맞아 맞아를 외치며 얼마나 웃었던지. 내 주위의 아줌마나 할매들 중 몸에 문신 없는 사람이 없거든요. 눈썹 문신, 아이라인 문신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온몸의 털이 다 쇠면서 가늘어지고 약해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눈썹도 잘 빠진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중년들 사이에는 특히 눈썹을 지키는 게 큰 관건인가 봅니다. 눈썹 영양제를 앞다투어 찾고요. 그마저도 안 되면 문신으로 ‘없어진’ 눈썹을 ‘있어보이게’하나 봐요. 한국의 내 친구들도 예외없이 전부 눈썹 문신을 했습니다. 재밌는 게 여자친구들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들도 꽤 했어요. 한 친구는 얼마나 시커멓고 두껍게 했던지 박수무당이 따로 없더군요.

고맙게도 나는 이 나이까지 히스패닉 남자처럼 눈썹이 짙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눈썹때문에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어요. 한 달에 두어번 잔털만 정리해 주면 끝이거든요. 다른 데는 다 울퉁불퉁 물고구마처럼 못생겼는데 눈썹이라도 풍성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이런 나에게도 한국 친구들은 만나기만 하면 문신하라는 권유를 해요. 싹 밀고 문신을 하면 매번 다듬을 필요도 없다면서요. 요즘은 전혀 티가 나지 않게 너무너무 자연스럽게 잘 한답니다. 오히려 본래 눈썹보다 더 예쁘게 해놓는다네요. 아닌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모를 만큼 감쪽같긴 합니다. 아무리 잘한다해도 그렇지. 멀쩡하게 잘 있는 눈썹을 밀으랍니다. 그리고는 인위적인 문신을 하랍니다.

문신 뿐만이 아닙니다.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손을 댔습니다. 보톡스를 맞고 필러를 넣고 점을 빼고 레이저로 피부를 깎아내서 반들반들 윤나게 하고 실 리프팅, 미니 거상 등등으로 처진 피부를 끌어올리고. 4, 5십대엔 그래도 기능성 화장품을 쓰면서 노화를 늦추어 보려고 애를 쓰더니 앞에 6자를 다니까 도저히 안 되겠나 봅니다. 너도나도 의사의 손을 빌려 회춘을 꾀하고 있는 겁니다. 아직까지는 통째로 얼굴을 바꾸는 수술을 한 친구는 없지만 아마 곧 그렇게 되리라 예상합니다. 왜냐면 한국만큼 성형외과의 기술이 좋고 문턱이 낮은 나라가 또 없기에요. 양악, 거상 등 얼굴을 새로 갈아 엎는 대공사는 둘째치고 필러나 보톡스, 레이저 등 성형수술 범주에 들어가지도 않는 시술은 한국을 따를 나라가 없을 것같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니까. 그리고 접근성은 말해 무엇합니까. 길에 즐비하게 보이는 아무 성형외과에 무작정 들어가기만 하면 되지요. 버스 기다리다가 아무 준비없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쌍커풀, 코 수술을 한 내 무당친구처럼요.

또한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 성형수술을 혼자만 안 하고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거울 볼 때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늙어 쭈그러진 얼굴, 돌로 눌러 짠 오이지같이 쪼글쪼글한 얼굴이 돈과 시간 좀 들이고 통증만 감수하고 나면 젊게 싹 변한다는데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감언이설에 자기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지겠지요. 그렇다면 나도 한 번 해 봐?가 되고 맙니다. 괜히 한국이 성형수술 세계 1위이겠습니까. 의사들의 실력도 세계 최고에다 빠르고 저렴한 것도 한 이유겠지만 옆에서 너도나도 ‘바람을 넣어 대는데’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혼자 독야청청하기가 어려워요.

나한테도 친구 두엇이 바람을 넣었습니다. 자기가 시술받은 아주 잘 하는 병원이 있다면서요. 나만 원하면 당장 병원에 같이 가줄 수 있다면서요. 눈 나빠 늘 찡그려서 생긴 깊은 미간 주름에, 지렁이같은 이마 주름에, 팔자주름과 축 늘어진 심술보를 의사 손을 빌려 달라질 것을 권유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누굽니까. 고래심줄보다 더 질긴 고집의 소유자입니다. 아무리 옆에서 꼬시고 바람을 넣어도 내 뜻과 의지가 우선되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친구들의 권유에 초지일관 ‘노’를 외쳤습니다.

첫째는 지금의 내 얼굴에 큰 불만이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생겼을까 비탄에 빠지고 상심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못생긴 것도 팔자려니, 체념하고 살아 왔거든요. 또한 지난 편에도 썼지만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어요. 지성인 피부 덕분에 잔주름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어릴 땐 ‘팔자 사납다’며 어른들의 걱정을 듣던 광대가 잡아주어서인지 또래에 비해 얼굴가죽도 덜 흘러내린 편입니다. 튀어나온 입도 나이가 들어가며 뼈들이 움직여서인지 좀 들어간 것 같고 늙으면 입술도 얇아진다는데 원래 두툼했던지라 아직은 괜찮아요.

둘째는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을 자주 나가지만 체류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입니다.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를 제하면 길어야 일 주일 정도. 한국에 가는 목적이 동생들, 친구들 얼굴들을 보는 거라 길 필요가 없어요. 누차 말했지만 나는 밖에 나다니는 걸 안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동생집에 머물면서 친구들과 만나 밥 한번 씩 먹으면 끝. 서울가서는 호텔에 친구들 불러서 하룻밤 놀면 끝.

그랬는데 지난 가을 방문 땐 보름을 잡았습니다. 아픈 친구를 보고 추석을 맞아 일본에서 나온 동생과 합류할 계획이기도 했지만 추석이 끼어서 돌아오는 비행기표가 없어서 부득이 오래 있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머물러야할 기간이 보름이나 된다는데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무엇을 할까, 어디를 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친구들을 두 세번씩 또 만날 수도 없고. 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 주일면 족한데 시간이 넘쳐나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참에 성형수술이나 할까하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의사의 손을 빌려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한 곳이 한 가지 있었으니 최근들어 부쩍 심해진 것같은 바로 입술 위 주름이었습니다. 일명 고양이 주름이요. 십년은 더 늙어보이게 하는 입술 위의 주름. 노파들의 상징인.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스모커 라인’이라고 불리우는 이 주름. 나는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생겼을까요. 20년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마신 ‘차’때문이었습니다. 책상 위에다가 커피포트를 갖다 놓고 물을 끓여가면서 마셨지요. 차 마시느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입을 오무려댄 때문에.

사실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별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주위에서는 말했습니다.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라며 눈을 크게 뜨고 내 입술 위를 살펴보는 지인들. 그런데 나는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고 신경이 쓰여 죽을 지경이었어요. 전편에 썼지요. 은퇴를 하고나니까 시간이 남아 돈다고. 시간이 많으니까 왔다갔다하며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보는 게 매일하는 일이었는데요(우리집에는 거울이 많습니다. 전신 거울 작은 거울 큰 거울 합쳐서 50(!)개는 되는 것 같아요.). 보통 그렇잖아요. 탈모가 심한 사람은 누구를 만나면 머리카락부터 먼저 살펴보듯이 거울 앞에 서면 이거 또 주름이 더 늘었나 입술 쪽으로만 온통 신경이 집중되는 거예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 앞에서 손가락으로 입술 위 주름을 쫙 당겨 펴보고 눌러보면서 속을 끓였습니다.

미국에서 이를 해결해 보고저 몇몇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아 봤는데요. 영구적으로 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겨우 권한다는 게 보톡스와 필러. 보톡스와 필러에 대해 공부를 안 해 본게 아니었습니다. 효과가 너무 짧았고 필러는 부작용이 있었어요. 보토스의 효과는 길어야 짧으면 3개월, 길어야 6개월. 필러의 효과는 보톡스보다는 월등했지만 원숭이처럼 인중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요. 주름 없애려다가 원숭이가 되기는 싫었습니다. 몇 달을 고민하면서 정보를 살펴봐도 별 신통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포기를 해야하나보다 마음을 내려놓는데 얼마나 절망스럽던지.

그러다가 한국으로 떠나기 일 주일 전, 구세주를 만났습니다. 특수기계로 입술 위 피부를 깎아내 영구적으로 주름을 없애는 신기술을 가진 곳을 찾아낸 것입니다. 신촌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나는 그 병원 정보를 샅샅이 뒤져 봤습니다. 블로그, 유튜브, 그리고 원장의 약력,경력. 범인을 잡는 형사처럼 조사를 했습니다. 꼬박 몇 시간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본 끝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 병원은 믿어 봐도 되겠고 이 수술은 후회가 없겠다는 확신. 일단 ‘대리수술’ 염려가 일체 없는 일인 체제로 운영되는 병원이었고 내가 원하는 입술 위 박피수술이 부작용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수술 후 당일부터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으니까요. 얼마나 큰 희소식입니까. 수술을 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나는 바로 망설임없이 병원에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수술날짜를 잡았습니다. 한번 작정한 일은 죽어도 해야하는 나의 저돌적인 성격이 발휘된 거지요. ( 다음 편에 계속)

- 지난번 사진을 본 한 독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친다는. 내가 입은 의상이 ‘브라운 칼러’를 아주 적절하게 매치한 좋은 본보기랍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겠다며 사진을 퍼가도 되냐는 양해를 구해왔네요.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연보라와 진한 핑크입니다. 브라운 계통은 내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입을 뿐. 연보라나 핫핑크를 입은 모습도 보고 싶다는 그 독자의 요청에 의해 사진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