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무지막지 추워졌다.

그 때문인가

회사에 가기전에 잠깐 살 게 있어서  들렀던 마켓 에서

멀쩡하던 차가  주저 앉아 버렸다.

처음엔 스마트 폰인 키가  안 먹혀 차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더니 자기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며

가게에서 뜨거운 물을 얻어 와서   키에 부어주니 간신히 작동을 한다.

(이놈의 전자기기들…..)

겨우 겨우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 보니

하느님, 맙소사

이젠 또, 시동이 안 걸린다.

또 다른  행인이  자기차  배터리와  연결해 긴급 소생을 시도해 봤건만

야속한 차는 꿈쩍도 안한다.

 

감기에 시달리느라 금쪽같은 휴일을 다 쓰고

간신히 추스려서 출근 좀 해 보려 했더니…..

아!  요즘  운이  어떻게 흐르기에 되는게 없지?

한탄이 절로 난다.

 

남편은 연락도 안되고 (연락이 된다해도 도움 될 상황은 아니지만)

보험 회사에 전화해 놓고

토잉트럭이 오는 동안

시동도 안 켜진 차에 앉아 덜덜 떨며

잠깐 마켓에 들렀다  회사 갈 생각에  

유니폼에 조끼만 달랑  걸치고 나온  부실한 차림새를  연신 후회하다보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안 그래도 며칠전엔 남편이  회사가 너무 불경기라고  한 숨을 들이쉬고 내 쉬었는데,

그 전엔, 그럴 경우 ,

어떻게든 이벤트를 벌려 남편 기분을 살려주는 건  늘

내 몫이었었는데

이번엔,

그 다음 날 부터 덜컥 내가 지독한 감기로 앓아 누웠었다.

(결단코, 남편의 하소연과는 털끝만치도 연관이 없건만)

남편은 자기가 한 말에 내가 너무 상심해서 병까지 낫나 싶었는지

부지런히 한의사 선생님을 모셔 오고,

한약에 양약에 온갖  종류의 감기약을 공수 하고

비록 투고지만 , 

아침 저녁,매끼를  사서 나르며(부엌일은 라면도 못 끓이는 사람이라...)

딴에는 꽤  성의를 보였었다.

예전에는 내가 알아서 약 챙겨먹고 나았었어서

남편의 간병?-이라기엔 너무 거창하지만…하여튼 병 간호를 받아 본 기억이 별로 없던 내게 이번엔 그런 남편 호들갑이 꽤 호사스런 기분도  들고 해서

엄살도 좀 보태가며

앓는 시늉하느라

잠옷만 입고  침대를 지켰더니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다)

연말 지나기 전에 다  써버리고  내년 맞이 하겠다고   

오붓이 빼놓은 연휴 4일을 꼬박 써버리고서야

내 감기는 끝이 났다.

사실 , 하루 쯤 더 쉬고 싶었지만 

바쁜 연말에,

아무리 미리 빼놓은 거라해도

4일 연차를 쓰고 

또, 하루를 더 제끼자니 차마 양심상  걸려

따뜻한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은 맘을

추스리고 , 달래서 

겨우겨우 오른 출근 길인데….

차가 보탬이 안됐다.

(아니, 하루 더  쉬게 보태 준 건가?)

 

결국  회사는 또 다시 콜아웃을 하고

내 옷장에 넘쳐나는 두꺼운 패딩들을 목메이게 그리워 하며 

기다리던 보험회사에  차를 넘기고 

간신히 집에 와서 허탈함을 추스리고 나니

(남편은 여직도 연락이 안됐다)

뭔가 뭔가

쌓인 일, 해야 할 일은 많은 것 같은데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아니, 하기가 싫은 건가?)

생각해 보니

가끔  운이 참 안 좋다는 상담자 분들의 고민을 듣고 

사주풀이를 해줘야 할 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뭔가 해야는 할 것 같은데

내 손으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

참, 좋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래도 꾸역 꾸역 ( 그러게 꾸역, 꾸역….,) 살아야 하는….

살아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그래도  1년 내내가 다 그렇진 않으니,

좋은 날이 더 많으니

이 날도 결국은 다 지나가니, 지나가리니...,

오는 운은 좀 나으니

위안을 갖고 기다리라 했던가?

내 운은 언제 좋아지지? 

흠~’

사실, 걸리는게

내 안 좋은 대운은 벌써  시작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며

아무리 짧게 봐도  몇년은 더 남았고…

그 후에도 특별히 더 좋은 대운도 아니고

나이는 들어가고….

생각 하면 할 수록

불안해 지다 못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 아니 , 얼마나 대단한 깨우침을  배우겠다고

이 모양 이 꼴이지?

더 엉망으로 살아도 잘만 먹고 사는 인간들 많더만….”

부터 시작해서

돈을 두루마기 휴지처럼  두르고 다니면서

삶이 권태로와 죽겠다는 듯

뭔가 자극적인 쾌락, 향락만  찾아 다니는 것 같은

우리 회사 몇명 손님들이

부럽기도 하다가

(평소에는 한심해 보였었는데….)

남들 시선은 전혀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사는 것 처럼 보이는

막무가네 사고 뭉치들도 (역시 회사 일원…)

그들이야 말로 제대로 사는 것 같아 보이고

(보통때는 쳐다도 안 봤는데…)

항상 그렇듯이 급할  때 필요할 땐 정말 연락 안 되는

내 남편한테도 슬슬 열 받고

(일부러 그러는거 아냐?  싶다가도

안 급할땐 또, 제까닥 연락 되니

박복한 내 운 탓인가만  한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난다

'어?

나 왜 이렇게 삐뚤어 지고 싶어 하지?'

그러고 보면

이것도 다

바깥은 꽝꽝 얼어 붙고 있는데

아무리 엉망이어도 잔소리 할  사람 없는

내 집, 내 침대서 빈둥대다 보니

저녁 차릴 걱정도 없이

빈둥 대다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이지 싶다.

 

머리 속으로 나마, 실컷 삐뚤어지고 났더니

마음이 스스로 자체 정화를 시작하나 보다

(땡큐, 내 마음 지킴이..^^)

 

꼬물, 꼬물

긍정적인 생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결국, 원하던데로,  일 안나가고 쉬고 있으며

아직도 며칠은 더 콜아웃 부를수 있는 포인트도 있고

하루쯤 더 청소 않고 밥 안해도 뭐랄 사람 없는 팔자에

바깥은 저렇게 추운데

따땃한 방안에  누워서  히터 팡팡 틀어 놓고(우리 집은 개스 무료…)

차량 점검비가 더 들어간대도 ,

생각도  않던  보너스가 나와 꼬불쳐 둔게 있으니 그것도 똔똔일테고…

(참, 공짜는 없다)

광풍처럼 휩쓸던

코로나니 뭐니 하는 속에서  겨우 4일간의 감기로

때운 것도 어디며…

뭣보다

겨우 이정도 사소한 것들로

운 타령 하고 있을 수 있는 정도면

뭐 , 괜찮은 운인데?

싶어진다.

 

내 친 김에 딸 냄이 한테 전화해서

“ 엄마 , 삐뚤어 지고 싶었어” 고백했더니

“하하 “

웃는다.

“엄마,

엄마가 항상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지금을 살라 그랬지?

엄마의 지금이 괜찮으면  괜찮은 거야”

미리 크리스마스!”

 

그래.

이런 사랑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랴.

살며시 주문을 외워본다.

“괜찮다. 다 괜찮다. “

 

비록 머리 속으로  지만

혼자 탈선의 유혹을 이겨내고  자체 정화까지 거쳐

급 보살모드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남편이 연락이 온다. (정말이지 어디서 보고 있었나?)

그러고는

자기가 있었어야 한다고 …(말만)

다 귀찮아서 , 건성 건성

“난 괜찮아. 덕분에 하루 더 푹 쉬지 뭐”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그럼 나  김사장이  연말이라고 술 자리 모였다는데

거기 갔다가 가도 돼? 자기 더 푹 쉬게..” 그런다.

‘그래 ,이렇게 다 해결 된 뒤에 나타나는 것도 다

저 사람 복이지…,  

다시한번 주문을 외워본다.

괜찮다. 다 괜찮다.’

 

미시님들도 

새해엔 다 괜찮기를 바랍니다.^^

“메리크리스마스”